지난해 대규모 원금손실로 큰 파장을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확정되면서, 두 은행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당시 최고경영자(CEO)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의 향후 거취도 주목을 받고 있다.
거액의 과태료…6개월 업무 일부정지 후 3년간 신사업 진출 막혀
금융위원회는 4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 조치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1월 총 3회에 걸쳐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두 은행에 대한 해외금리연계 DLF 검사결과 조치안을 심의한 바 있다.
이는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올린 검사 결과 조치안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영업 일부 정지는 영업 인·허가 또는 등록 취소, 영업·업무 전부 정지 다음으로 제재 수위가 높은 중징계다.
과태료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위는 하나은행에 167억8000만원, 우리은행에 과태료 197억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당초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하나은행에 255억4000만원, 우리은행에 227억7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을 올렸지만, 지난달 12일 열린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를 일부 감경했고 이 안이 최종 인용됐다. 하나은행의 경우 설명 교부서 의무를 위반한 것과 관련해 일부 고의가 아닌 착오로 인정돼 약 87억6000만원이 줄었다. 우리은행은 투자광고 메시지를 사전심의 없이 대량 발송한 '광고 의무위반'과 관련해 문제가 된 상품에만 적용하기로 하면서 30억원 가량이 줄어들었다.
이같은 과태료 부과액 감경에는 은행들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결과를 수용하고 자율배상을 결정한 것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3일 현재 배상 합의율이 86%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기관 제재로 인한 두 은행의 대응에 대해선 일단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고위험상품 판매가 상당 부분 제한된 상태에서 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6개월 중단이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신사업 진출 제한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됐던 은행의 해외 진출이나 지분 투자 등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예상과, 은행이 아닌 금융지주 차원에서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 공존한다. 다만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이 중징계를 받으면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향후 핵심과제 추진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향후 행보는?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의 거취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손회장과 함 부회장은 임원 연임과 3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인 '문책 경고' 제재를 받았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두 사람에 대한 징계는 이미 지난달 3일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됐지만, 통보는 개인과 기관 제재가 동시에 부과될 경우 금융위 정례회의 후 일괄 통보한다는 관행에 따른다. 제재 효력은 당사자에게 공식 통보되는 시점에서 발효된다.
특히 손 회장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오는 25일 열리는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지만, 연임과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2기 경영'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우리금융 안팎에서 "대안이 없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지배구조 안정과 경영의 연속성'에 대한 이사회의 의지가 확인되면서, 손 회장 연임 강행이 예고된 상태다. 우리금융 이사회에선 지난 3일 손 회장의 연임안을 최종 상정하고 25일 주총에서의 승인 계획을 공식화했다.
손 회장 측은 주총 전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해, 징계 통지서를 받는 즉시 법원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법원이 주총 전에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손 회장 연임까지 무리가 없지만, 기각하면 연임은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3일 이원덕 전략부문 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해 '직무대행 체제'를 준비하기도 했다.
다만 소송으로 가는 것이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으로 보일 수 있어 부담스러운 만큼, 소송 주체는 손 회장 개인이 되고 소송비용 등도 개인이 부담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사회가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결정한 사안"이라면서, "문책 경고의 정당성에 대해 한번 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로, 법원의 바른 판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을 때 승산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내세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미비'가 CEO에 대한 징계로 이어지기에는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내부통제기준과 위험관리기준 준수 의무를 명확히 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손 회장의 승소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반면 올해 말까지 임기가 연장된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다만, '차기 하나금융 회장 0순위'로 거론되는 후보인만큼, 추후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회장직 도전을 위해선 이번 제재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행정소송 제소 기간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다.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총까지로,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은 올해 말 진행될 전망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