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 있던 마스크 대란… 정부, 공포 활용 얌체업자 압박 수위 높인다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0-03-04 13:08


마스크 대란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니 예견된 수순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이 같은 기미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포를 돈벌이로 활용하려는 일부 얌체 업자들의 농간에 소비자만 놀아나고 있는 형국이다. 사재기·폭리 등 행위로 마스크 대란을 야기한 당사자들은 각종 불법·편법을 동원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마스크 제조, 유통사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이유다. 국세청을 시작으로 검찰까지 마스크 시장 유통질서 바로잡기에 나선 만큼 시중에 유통되는 마스크 물량 부족 현상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 부자간 물량 몰아주고 폭리 적발

국세청은 코로나19 사태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마스크를 사재기하거나 무자료 대량 거래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본 얌체 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자체 현장 점검과 정부 합동단속 결과를 바탕으로 매점·매석,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과 2·3차 유통업체 52곳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조사 요원 550명을 투입해 전국 마스크 유통·제조업체 275곳에 대해 거래내용점검을 해 조사대상자를 선별했다. 대부분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마스크를 집중 매입한 뒤 비싼 값에 무자료로 거래하거나, 보따리상·관광객을 통해 외국으로 반출한 업자들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주문이 폭주하자 허위 '일시품절' 통보와 함께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한 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현금거래 조건으로 마스크를 고가에 판 사람들도 대상에 포함됐다.

4일 국세청에 따르면 세무조사 대상 얌체 업자들은 주로 인터넷 쇼핑몰, 중고거래 카페, 오픈마켓 등을 이용해 마스크를 판매했다. 의약외품이 유통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던 사람들도 현금이나 판매망을 갖고 있으면 마스크 사재기에 뛰어들어 10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구체적인 사례로 보면 이해가 쉽다.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 사업자는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자 기존 거래처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생산량의 대부분(약 350만개)을 아들이 운영하는 유통업체에 싼값(공급가 개당 300원·일반가 750원)으로 몰아줬다. 아들은 이렇게 확보한 마스크를 자신의 유통업체 온라인 홈페이지나 지역 맘카페 공동구매 등을 통해 약 12∼15배의 가격(3500∼4500원)으로 판매, 대금을 자녀와 배우자 명의 차명계좌로 받았다.

산업용 건축자재 등을 유통하는 B 업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마스크를 전혀 취급하지 않다가 최근 약 300만개(약 20억원 상당·개당 700원)의 보건용 마스크를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사재기한 마스크는 자사 물류창고에서 구입가의 5∼6배(3500언∼4000원)를 받고 현금거래 조건의 해외 보따리상이나 거래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 소규모 업체들에 판매됐다.

C유통업체는 물티슈 등 생활용품을 주로 온라인에서 판매하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를 대량 매입(50만개·개당 700원)한 뒤 오픈마켓에 상품을 등록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의 주문이 접수되면 일방적으로 주문 취소를 통보하거나 거짓으로 '품절' 상태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거래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오픈마켓 사이트의 판매·구매자 간 질의·응답(Q&A) '비밀 댓글'을 통해 개별 연락한 구매자에 매입가의 약 5∼7배(3천800∼4천600원)를 제시하고 현금 판매로 폭리를 얻었다.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D씨도 마스크 사재기에 뛰어들었다. 그는 세금계산서 등 증빙 자료 없이 마스크를 매집하고, 자신의 의류 온라인 마켓에 '긴급 물량 확보로 한정판매(개당 2000원)한다'는 글을 올린 뒤 일부러 곧바로 품절시켜 팔로워 등 구매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품절에 대해 문의 댓글을 남긴 구매 희망자에게 비밀 댓글로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를 알려주고 현금거래를 유도하고 세금을 탈루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 대상 업체들의 마스크 사재기 관련 매출 누락, 무자료 거래, 세금계산서 미발급 등 유통질서 문란 행위와 탈루 혐의를 조사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과거 5개 사업연도 전체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자료 은닉이나 파기, 이중장부 작성 등 조세포탈 행위가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3일 조사요원 258명을 추가로 투입해 온라인 판매상, 2·3차 유통업체 129곳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에도 착수했다. 점검 내용은 이들 업체의 날짜별 매입·매출·재고량·판매가격 등이다. 점검 과정에서 탈루 혐의가 발견되면 세무조사를 하고 매점매석이나 밀수출 등 위법 행위는 관련 부처에 통보할 예정이다.

검찰, 유통교란사범 수사팀 구성

검찰도 마스크 대란 수습을 위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마스크 등 보건 용품 유통 교란 사범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25일 법무부가 각급 검찰청에 마스크 등 보건용품 및 원·부자재에 대한 유통업자의 대량 무자료거래, 매점매석, 판매빙자 사기 등 유통교란 행위에 대해 관세청·국세청·식품의약품안천저 등과 협력해 엄정 대처할 것을 지시한데 따른 조치다.

마스크 등 보건 용품 유통 교란 사범 전담수사팀은 마스크 등 제조·판매업자의 보건 용품 매점매석 행위, 정부의 긴급수급조정조치 위반 행위, 대량 무자료거래 및 불량 마스크 거래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세청과 검찰 등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 품목의 유통 교란 사범에 대해 기존보다 가중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인상분은 어쩔 수 없지만 폭리를 위한 불법행위 감소에 따른 마스크 등 안전 용품 물량 공급은 수월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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