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관련 상품으로 화제를 모은 캐롯손해보험을 둘러싸고 업계 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올 들어 '월 990원' 운전자 보험 생활밀착형 보험 출시로 시장 공략에 나선 캐롯손해보험은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신개념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보험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이 시국에 국민불안감 이용한 상술? 코로나19 보험 상품 '실효성 논란'
한화손해보험과 SKT,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등이 합작해 설립한 캐롯손해보험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획득한 후 지난 1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캐롯손해보험은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가입과 상품 소개가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캐롯손해보험이 출시한 '캐롯 단기 질병안심보험'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지난 2월 4일부터 18일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된 이 상품은 가입 후 3개월 내에 신종 코로나 등 질병으로 사망 또는 입원 시 최대 사망보험금 1억원, 입원 위로금 일 2만원을 보장해준다고 홍보했다. 치료비와 진료비의 경우 모두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므로 보장에서 제외됐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확산 시기에도 대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장 기간 종료 후 단기 질병안심보험 관련 정산이익 발생 시 전액을 감염병 관리기관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고통과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나친 상술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비자 입장에선 실효성 또한 크지 않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해당 보험은 가입 후 3개월이 지나면 만기가 된다. 짧은 보장 기간 탓에 혜택을 볼 가입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코로나19 확진 환자 중 위험군은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이 대다수인데 반해 해당 상품의 가입 대상은 만 19세부터 60세까지"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14일 선보인 '스마트ON 펫산책보험'과 '스마트ON 해외여행보험' 2종 출시를 시작으로 '캐롯 990 운전자보험'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캐롯손보는 지난달 26일 주행한 만큼만 매월 보험료를 납입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받고 스마트ON 보험 2종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캐롯손보의 상품은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캐롯손보가 지난 1월 선보인 캐롯 990 운전자보험 상품은 자가용 운전자라면 누구나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월 990원에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캐롯손해보험의 상품 같은 경우 저렴한 상품이 많아 많이 팔아야 수익이 남는 구조"라며 "따라서 잠재적인 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 지가 중요하다. 이것이 캐롯손해보험이 해결해야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캐롯손보 관계자는 "보험료를 산정할 때는 적정 요율을 산출하여 보험료와 기대수익을 예측한다"며 "보험료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이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이 접하게 된다면 더 나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히려 사업비 등을 최소화 하면서 타사 보다 경쟁력을 갖춘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존 보험사들의 다양한 할인 특약 등이 적용될 경우 가격 메리트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예를 들어 '퍼마일 자동차 보험'의 경우 주행거리가 일정 부분을 넘으면 기존 자동차보험에서 할인 특약이 추가됐을 때와 비교해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보장 기간과 범위가 제한된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가입 전 소비자 스스로 일반보험과 비교해 보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손보사 설립 잇따라…캐롯손해보험만의 차별화된 전략 내세워야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보에 이어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 합작사가 이번달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는 만큼 캐롯손보가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여기에 하나금융에서 인수한 더케이손보도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예고해 치열한 경쟁이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화재의 보험사업 역량은 물론, 카카오·카카오페이의 기술력과 월 활성 사용자 44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의 영향력이 큰 만큼 두 기업의 만남이 디지털 보험업계의 지갗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하나 둘씩 디지털 보험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캐롯손보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캐롯손보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보험사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정체돼있는 보험시장을 함께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캐롯손보 측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고객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지 않고 있으며, 가입자 수치 등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회사가 설립된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공격적인 마케팅보다 고객 경험 강화에 힘써왔다"며 "지금까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많이 선보여 내부적으로는 좋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연 캐롯손보가 손보업계 경쟁력을 끌어올릴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가 시작단계이기 하지만, 아직까지 기존 손보사들이 위협을 느낄 만한 임팩트는 없어보인다"며, "기존 보험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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