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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금리 줄줄이 인하…27일 한은 금통위서 금리인하 여부 촉각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0-02-26 14:36


한국은행이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내리고 있다.

예대율 규제와 고객 이탈 우려로 지난해 10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수신금리 인하를 미뤘던 은행들이 본격 인하에 나선 것.

IBK기업은행은 지난 21일부터 'IBK플러스저축예금' 금액에 따라 연 0.10∼0.90%로 적용하던 금리를 0.10∼0.70%로, 최대 0.20%포인트 낮췄다. 'IBK플러스기업자유예금'의 금리는 0.10%포인트씩 내렸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0일부터 'WON 예금'과 '위비정기예금' 금리를 내렸다. 가입 기간에 따라 연 0.50∼0.95%로 제공하던 WON 예금 금리는 0.50∼0.87%로 낮췄다. 위비정기예금 기본금리는 1.40%에서 1.10%로 0.30%포인트 내렸다.

KB국민은행도 같은 날부터 '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1∼6개월) 상품 금리를 0.70∼1.10%에서 0.60∼1.00%로, 'KB국민UP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1.35∼1.50%에서 연 1.10∼1.30%로 낮췄다. 다만 두 상품은 가입자가 많지 않은 상품이라 본격적인 금리 인하는 아니라는 것이 국민은행의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21일부터 '신한 주거래 미래설계통장'과 '신한 주거래 S20통장'의 우대 이율을 연 최고 1.50%에서 1.25%로 변경할 예정이다. 저축예금의 기본이율은 연 0.20%에서 0.10%로 0.10%포인트 인하한다.

하나은행도 예금금리 조정 시기와 폭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한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주요 은행 중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예금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NH농협은행을 제외하면, 예금금리 인하 조치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이후 통상 2주 안팎의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내렸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늦은' 조치다.

이처럼 예금금리 인하가 늦어진 배경에는 다른 은행에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은행 간 플랫폼의 벽을 허무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고객 지키기 싸움은 치열해졌다. 또한 올해부터 시행된 신(新)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에 맞춰 예금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치열했던 오픈뱅킹 유치전도 진정되는 모습이고, 각 은행의 예대율이 규제 기준인 100%에 비해 여유있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 금리인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은이 오는 27일 열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낮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27일 금통위 결과 전망은 '동결'이 우세하다. 채권 관련 종사자를 상대로 한 설문에서 동결 응답이 81%, 인하 응답이 19%였다. 다만, 해당 설문이 국내 확진자 급증 이전인 12∼18일 중 이뤄졌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23일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 위축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까지 지시한 상황이다.

정부가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한은도 경기 위축 상황을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앞서 4월 이후로 예상했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2월로 앞당기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업계 전문가들이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겨 전망하는 것은 최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경제·산업 부문의 타격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우려가 주된 이유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 경제가 올해 제조업 및 설비투자 회복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당초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JP모건은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2.2%로 내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코로나19의 영향을 반영해 최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2.2%에서 1.8%로 내렸다.

실제 경제지표로도 코로나19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한은이 지난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한 2015년 6월과 동일한 수준으로, 2008년 조사 시작 이래 세 번째로 큰 낙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경기 부진에 대응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리면서, 은행 예금금리 인하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된다면 예금금리 조정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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