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 일렬로 늘어선 자동차, 커다란 양산을 들고 서있는 미녀들, 관중들의 환호성….
자동차경주는 경기 장소에 따라 아스팔트 트랙에서 열리는'온로드 레이스'와 비포장 트랙에서 열리는'오프로드 레이스'로 구분되는데, 온로드 레이스는 순위를 매기는 '스프린트 레이스'와 기록을 다루는 '타임트라이얼' 등으로 우승자와 팀을 가린다.
국내에서는 자동차의 엔진 배기량과 개조 정도에 따라 GT(2000㏄, 엔진개조)와 투어링A(2000㏄), 투어링B(1600㏄), 전문 경주용 차량인 포믈러1800(1800㏄) 등의 경기가 열린다. 또한 한 가지 차종만 참가하는 원메이커전과 자동차의 100m경주라 할 수 있는 400m 직선경주인 드래그, 코너 공략의 예술성을 평가하는 드리프트, 비포장도로에서 경기를 펼치는 오프로드 등의 종목도 있다.
이런 '질주 본능'을 이룬 이들이 바로 자동차 레이서다. 시간과 속도를 다투는 자동차 레이서의 직업 세계에 관해 현직 카레이서로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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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급 선수는 10~20명에 불과…"속도에서 오는 스릴과 성취감이 매력"
"시간과 싸우는 자."
경력 20년차인 김종겸 선수(한국타이어 아트라스비엑스 모터스포츠팀 소속)는 카레이서에 대해 이처럼 정의내렸다.
김 선수는 2019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2라운드 ASA6000클래스 1위, 2018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캐딜락6000클래스 종합 챔피언 등 수 십여차례 수상 경력을 지녔으며, 2년 연속(2018년, 2019년)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의 '올해 최고 선수'에 선정되는 등 국내 탑 클래스의 레이서다.
카레이서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찰나의 순간으로도 순위가 바뀌는 특성상 끊임없이 시간을 단축하려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선수는 "선수 뿐만 아니라 레이스 차량과 타이어, 팀원들의 노력, 이 모든 것이 결국 0.001초를 다투는 레이스에서 가장 빠르기 위해 시간과 싸우는 자들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레이서에게 자동차는 일반인과 달리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에대해 김 선수는 "정복하고 싶은 기계"라며 "어떤 자동차, 어떤 레이스 차량이든 내가 차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안전은 물론 성적까지 모두 다 지킬 수 없고, 레이스에서 우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선수가 카레이서를 하게 된 계기는 부친의 영향이 컸다.
그는 "내가 5살 무렵, 자동차 회사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아버지께서 취미로 카레이싱을 시작하셨다.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이싱카트부터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처음엔 소리도 크고 무서워서 어려워했지만 속도감에 중독되어 빠져버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카레이서의 직업적 매력에 대해 묻자, 그는 "아무래도 속도에서 오는 스릴과 성적에서 오는 성취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고 답했다.
대한자동차경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레이싱팀은 563개가 있고, 선수는 3805명이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약 10%가 전문 카레이서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프로로 연봉을 받으며 활동하는 선수는 10~20명에 불과하다.
카레이서의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선수가 속해 있는 팀과 또는 스폰서들과 계약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봉만 받는 선수가 있는 반면, 상금을 팀과 선수가 나누기도 하고, 인센티브 형식으로 나오는 곳도 있다.
다만 한국 직업 능력 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넷'의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5222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체력·집중력·순발력 등 필요…별도의 라이선스 취득해야 출전 가능
카레이서의 미래 전망성은 좋은 편이다.
김 선수는 "아직까진 전문적인 스칼라십 프로그램이 국내에는 없지만 대한자동차경주협회에 등록되어있는 레이싱 스쿨이 많아지고 있고, 모터스포츠, 카레이싱이라는 문화가 점점 자리잡아가고 있어서 카레이서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일자리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 역시 "자동차경주가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으로 기업들에게 인식되어 자동차부품, 석유, 음료, 의류기업들의 지원이 활발해지고 있고, 국내 메이커회사들의 진출가능성도 높다"면서 "게다가 일반인의 관심도 늘어가면서 레이서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카레이서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강인한 체력이다.
레이스카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브레이크 페달도 강하게 밟아야하고, 고속 회전시 느껴지는 핸들의 무게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김 선수는 "레이스카 실내 온도는 한여름에 50~60도 가까이 올라가는데, 여기에 방염복인 슈트를 입고 헬멧을 쓰면 사우나 안에 들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 판단력도 필요하다. 카레이싱은 1초가 아닌 0.001초로도 순위가 판가름 나는 만큼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카레이서가 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면허가 필요하다. 라이선스의 자격요건으로는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자가 레이싱스쿨이나 팀 내 교육훈련을 이수하고,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 라이선스 취득 신청을 하면 된다.
자격면허는 국내 A, B, C 선수 라이선스와 국제 A, B, C 선수 라이선스가 있으며, 각 라이선스 등급에 따라 출전할 수 있는 경기가 나뉘어진다.
김 선수는 일반 운전자들에게 안전운전에 대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우선 올바른 시트 포지션으로 항상 멀리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일반 도로에서 운전은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모른다. 항상 멀리 보는 습관을 갖고 방어운전에 대비하며 여유있는 운전을 하면 더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지정차로제를 꼭 지켰으면 한다. 1차로는 추월차선이다. 간혹 1차선에서 정속주행하는 차들을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방향지시등은 꼭 켜고 운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선수의 꿈은 트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국내 기록들을 모두 경신한 뒤 입문하는 후배들에게 더 체계적인 교육과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는 교육기관을 세우는 것이 그의 목표다.
카레이서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김 선수는 "예전보다 카레이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입문의 문턱도 낮아졌지만 망설이기만 하다 포기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포기하지 말고 직접 경기장에 찾아와 선수들, 팀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그 것 또한 망설여진다면 팀들마다 갖고 있는 SNS나 홈페이지에 메시지나 메일을 보내서 어떻게 하면 카레이서가 될 수 있는지 자신감을 갖고 문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린 친구들이라면 레이싱 카트부터 시작하고, 성인이 된 후엔 아마추어 레이스를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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