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맛깔난 이야기가 담긴 겨울 음식기행 속으로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20-01-28 10:52




◇겨울철 여행 테마로는 미식기행이 괜찮다. 특히 올 겨울처럼 눈도 부족한 때는 지역의 포구와 전통시장 등을 찾아서 내력 있는 토속 별미를 맛보는 것도 살가운 여정이 된다. 사진은 장흥 매생이 양식장에서의 채취 모습.<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잿빛 겨울은 풍광이 아쉽다. 특히 올 겨울처럼 눈이 귀한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럴 경우 미식기행이 대안이다, 특히 겨울 별미거리에는 대부분 나름의 살가운 내력과 추억이 담겨 있어 더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벌교의 꼬막이 그렇고, 정선의 올챙이국수, 거제의 뜨끈 시원한 대구탕이 그러하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겨울 날씨에 곧잘 어울릴 '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을 테마로 2020년 2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을 선정하였다.

▲지금 제일 맛있는 겨울 바다의 선물,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전남 보성, 장흥) ▲뜨끈한 생선살이 입에서 '사르르',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경남 거제, 통영) ▲메밀전병, 콧등치기, 강원도 겨울 시장의 미(味)담(강원도 영월, 정선)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예산 어죽(충남 예산) 등이 그것이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schwkim@sportschosun.com

◆이맘때 제일 맛난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전남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벌교꼬막정식거리>) /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3길<정남진장흥토요시장>)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가 있으니, 바로 꼬막과 매생이다. 꼬막 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이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고, 참꼬막은 고급 꼬막으로 즙이 풍부하다.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되어 있다.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보성 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근사한 문학기행이 된다.
◇벌교 꼬막정식
벌교 옆 장흥에서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매생이는 청정바다에서만 서식한다. 남도에서도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대덕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매생이는 주로 탕으로 끓인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뜨끈한 매생이탕을 한술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바다 내음이 가득 퍼진다. 안도현 시인은 매생이를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바로 그 맛'이라고 표현했다.


억불산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숙박 시설과 산책로 등을 갖춰 고즈넉한 겨울 숲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특히 지난 연말 열린관광지 부문 '관광의 별'로도 선정된 명소다.

우리나라에 선종이 제일 먼저 들어온 보림사도 들를 만하다.



◆뜨끈한 생선살이 입에서 '사르르',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외포항> / 통영시 새터길<서호시장>)


◇외포항 포구에 걸린 대구


경남 거제의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 최고의 겨울 별미다.

거제 외포항은 국내에서 싱싱한 대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외포항이 유독 대구의 유명 산지가 되기까지는 어민들의 오랜 치어방류사업의 결실 덕분이다.

전국 대구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는 포구에는 대구 조형물과 좌판이 늘어서 있고, 겨울 볕에 몸을 맡긴 채 고득꼬득 말라가는 대구가 분위기를 돋운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탕, 대구튀김, 대구찜 등이 코스로 나온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맛난 대구탕을 맛본 후에는 거제 일원에 피어오른 붉은 동백꽃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연계관광코스다. 또 외포항에서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 해변을 간직한 곳으로, 거가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이른 오전에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못생겨서 한때 그물에 잡히면 버렸다는 물메기는 최근에 '금(金)메기'로 불릴 만큼 귀한 생선이 됐다. 중앙시장 횟집에서도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는데,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몽실몽실한 살이 한입에 넘어간다. 단, 이때 부드러운 속살과 미끄러운 껍질에 붙어있는 가시는 조심해야 한다.

통영 봉평동의 봉수골은 미술관과 책방, 찻집, 게스트하우스 30여 곳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으며, 사색을 겸한 겨울 산책에 좋다.



◆메밀전병, 콧등치기, 강원도 겨울 시장의 미(味)담(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정선로<정선아리랑시장>) / 영월군 영월읍 서부시장길<영월서부시장>)

전통시장 나들이는 풍성한 눈요기 이상으로 추억 가득한 미식을 즐길 수 있어 더 행복하다. 그런 기준으로 치자면 강원도 전통시장도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음식의 이름과 식재료에 강원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 같하게 다가온다. 정선아리랑시장은 1999년 정선5일장관광열차(現 정선아리랑열차)가 개통하면서 이름을 알렸는데, 정선아리랑이 주는 정서의 공감대 못지않게 먹을거리도 한몫을 했다. 척박한 땅에 꿋꿋이 뿌리 내린 메밀과 옥수수를 재료 삼아 배고픔을 달랬던 구황음식이 이제는 여행자의 별미가 되었다. 면이 굵고 투박해 콧등을 친 다해서 붙여진 '콧등치기'나 옥수수 전분 모양이 올챙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올챙이국수'는 보기와는 딴 판으로 구수하고 오묘한 맛을 담아낸다.
◇정선아리랑시장의 모듬전
영월서부시장에는 메밀전병 골목이 있다. 다닥다닥 붙은 메밀전집이 조금씩 다른 맛을 낸다. 특히 즉석에서 부치는 전을 먹는 맛이 같하다. 영월서부시장은 근래 닭강정도 입소문이 나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정선과 영월은 강원도 겨울 여행지로 손색없다. 아리힐스 스카이워크 등 들를만한 곳이 많다. 아리랑브루어리와 젊은달와이파크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다. 영월은 다양한 박물관기행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한 곳이다.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예산 어죽(충남 예산군 예당호 일대)

충남 예산 예당호 인근은 어죽으로 유명하다. 1964년 둘레 40km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를 준공하자, 근동 사람들은 틈틈이 솥단지를 걸고 천렵을 했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여 고춧가루를 풀고 갖은 양념에 민물새우를 넣어 시원한 국물을 냈다. 여기에 불린 쌀,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깨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이니 맛깔스런 '충남식 어죽'이 뚝딱 차려졌다. 지금도 예당호 일대에는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이 성업 중이다.
◇뜨근한 예산 어죽에는 밥과 국수, 수제비까지 들어간다.
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운 뒤 402m의 길이의 '예당호출렁다리'와, 5.2km에 이르는 '느린호수길' 예당호 주변을 걷는 것도 좋다.

예산의 대표 사찰인 수덕사에는 대웅전(국보 49호)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부도전, 성보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고건축의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과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사적 229호)도 들러볼 만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하는 등 내력이 깊은 덕산온천에는 무료 족욕장도 있어 다리쉼도 할 수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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