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헬스칼럼] 옛 이야기 자주하면 치매 의심해야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9-06-20 10:44


'치매 유전자 발견'이나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 등 치매에 관한 뉴스가 자주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때문에 우리에게 있어 치매는 현재까지 조기진단과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에 수록된 구절이다.

'당신(남편)은 이제야 근 이삼 년 동안의 아내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해냈다. 아내는 무감각 상태에 빠져 있었다. 아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놓이곤 했다. 아내는 마을의 아주 낯익은 길에서도 집을 찾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곤 했다. 오십 년 동안 사용해온, 집 안의 아주 낯익은 솥이나 항아리를 도대체 이게 무엇이지? 하는 눈으로 바라볼 때가 있었다. (중략) '사랑이 무어냐 물으신다면'으로 시작하는 몇 십 년 동안 입에 달고 부르던 노래를 잊었다. 아내가 당신을 잊은 것같이 보일 때도 있었다. 어쩌면 자기 자신조차도.'

'아내는 한없이 잦아들던 물속에서 무언가를 되찾은 듯 어떤 것을 세밀하게 기억해내기도 했다. 당신이 집을 떠날 때 광 문틈에 끼워두고 간 돈을 싼 신문지까지. 사는 동안 말을 못 했지만 떠나면서도 그 문설주에 돈을 남겨두고 가서 고마웠다고 했다. 신문지에 돌돌 말려 있던 그 돈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그 시절은 어찌 살아냈을지 모른다고도 했다.'

나이가 들면 시냅스(뇌 신경세포 사이 접합부분) 성장과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과 영양소가 조금씩 부족해진다. 그러면 뇌는 전략적인 조율을 통해서 규모를 축소하게 되는데, 뇌의 축소 작업은 생존을 위해 인지기능을 퇴행시키고, 기억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할당하지 않는 것이다.

시냅스를 축소하라는 명령을 내릴 때는 가장 최근의 기억부터 오래전 기억 순으로 사라진다. 환자들이 한 시간 전에 아침으로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해도,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옛날이야기를 자주 하기 시작하면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가까운 가족이 보았을 때 치매는 초기에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소설에서도 주인공들이 어머니의 상태를 잘 알지 못하고 있다가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어머니의 상태를 인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 모두 어머니, 아버지 또는 배우자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 보면 어떨까. 당신은 물론 당신의 가족에게도 치매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도움말=선양신경외과 최 율 원장


선양신경외과 최 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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