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우리 덕에 버는데, 연예인에게 왜 '조공 마케팅'을 하느냐."
배달 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흙수저 울리는' 유명인 마케팅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자사 앱 홍보를 위해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통 큰' 쿠폰 혜택을 제공했다가, 소비자 항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이 쿠폰은 가수 H씨, 방송인 K씨 등 연예인들과 유튜버, SNS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에게 '000가 쏜다'는 이름으로 제작돼 배포됐다. 이 쿠폰을 받은 몇몇 스타들이 자신의 SNS에는 1만원짜리 할인 쿠폰을 뭉치로 찍은 인증샷을 올리면서, 이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배달의민족이 정작 배달음식을 즐겨 주문하는 일반 소비자는 외면하고, 유명인을 위해 선심성 쿠폰을 통 크게 발급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같은 소비자 분노는 배달앱 시장 점유율 55%로 1위를 달리는 배달의민족이 최근 소비자 혜택을 줄이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포인트 적립 정책도 변경됐다. 이전까지는 이용할 때마다 등급에 따라 무료 포인트를 0.1~0.3% 제공했으나, 올해 7월 1일부터는 없애기로 했다.
평소 배달의민족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네티즌은 "배달의민족 VIP 혜택이라고 해봤자, 대부분 몇천원짜리 쿠폰 혜택을 받곤 했다"며 "무료 포인트도 없앨 정도로 소비자 혜택엔 인색하면서, 왜 유명인에게 무상쿠폰을 마구 제공하느냐"고 분개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몇억원씩 수익을 올리는 연예인에게는 1만원 쿠폰을 왜 주느냐"라며 "배달의민족을 즐겨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와관련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의 'OOO이 쏜다' 쿠폰은 흔히 쓰는 표현 중 '한턱 쏜다'는 말이 주는 느낌과 같이 주는 사람도 좋고 받는 사람도 즐거운, '주고 받는' 일상의 행복을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예전부터 진행해 온 것"이라며 "대학 캠퍼스를 찾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했고, 또 현재 VIP 고객 등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앱 내 이벤트에도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예인이나 인기 유튜버 등 유명 인사 중에서는 평소 배달의민족을 잘 이용해 주시거나 앞으로 배달의민족을 이용해 주셨으면 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제공해 드리고 있지만, 받으신 분 혼자 쓰시라는 게 아니라 'OOO이 쏜다'라는 말이 뜻하듯이 주변 지인이나 팬 분들 등 여러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취지"라며 "즉, 'VIP 고객이나 일반인에게는 안 주면서, 특정 연예인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 분들을 통해 결국 더 많은 일반인이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배달의민족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비록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OOO이 쏜다'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배달의민족 앱 등에서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특히 '기회의 평등'이란 점에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매일 앱에 들어가 응모를 해야 간신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치킨 0원' '짜장 0원' 등 인기 야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선착순 할인쿠폰 증정 행사도 한번 참여하려면 엄청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연예인들에겐 주위 사람들에게 뿌릴 수 있는 쿠폰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평등한 것 아니냐"고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야할 혜택이, 연예인 대상 '조공' 이벤트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 배달의민족 측은 "연예인에게 쿠폰을 제공한 데 대해 불편해 하는 소비자 분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의도한 바와 달리 고객 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연예인을 대상으로 쿠폰을 제공하는 일은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 이벤트로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을 드리고자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쿠폰 대란'을 두고 치킨이나 피자 등 누구나 쉽게 즐기던 야식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이 할인 행사에 더욱 민감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소비자 지갑이 얇아지면서 한푼이라도 더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살뜰히 챙기게 된다"고 지적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배달의민족을 즐겨사용하는 젊은이들에겐 무조건 유명인이라고 특혜를 누리는 마케팅에 대해선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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