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면 걸린다', '가로 본능', '고이 접어서 폴더레라'….
스마트폰이 대세인 현재에도 이같은 초창기 폰들을 모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올드폰&골동폰' 동호회.
이들로부터 올드폰 수집을 하는 이유와 재미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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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휴대폰의 역사는 35년.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최근 디지털 기기의 변화 추세로 보면 거의 '삼국시대 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휴대폰 서비스는 지난 1984년 한국전기통신공사(KT)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가 시작한 '카폰'으로 출발했다.
당시 기기 가격은 수백만 원에 달해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막에 맞춰 1세대(1G) 아날로그 휴대폰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당시 전국에서 약 800명 가량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국내 처음 공급된 휴대폰은 이른바 '벽돌폰'으로 불리던 모토로라의 '다이나택'이었으며 같은 해 삼성전자에서도 모델명 'SCH-100S'를 출시했다.
1990년대 초까지 무선호출기(삐삐)와 공존하던 휴대폰은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점차 대중화됐다.
구입가격과 통화요금이 낮아진데다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초소형·초경량 경쟁을 하며 신제품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저렴한 요금을 내세운 시티폰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발신전용, 통화반경 협소 등의 불편 때문에 금세 자취를 감췄다.
1996년에는 2세대(2G) 디지털 방식의 셀룰러폰 출시됐으며, 이때 진동기능과 문자메시지 송수신이 시작됐다. 통화품질이 안정화 된 2000년대 초부터는 휴대폰의 편의성 및 기능성과 디자인이 주목받았다. 특히 흑백에서 컬러 화면으로 바뀌었고 영상통화 등이 가능해졌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은 스마트폰으로 진화했고, 2011년 4세대 LTE를 거쳐 올해 5G 시대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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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휴대폰의 역사와 함께하는 '올드폰&골동폰' 동호회.
7년전 처음 만들어진 '올드폰&골동폰' 동호회는 현재 36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주 연령층은 30~50대이며 남녀 성비는 9대 1로 남성 회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동호회는 연간 두 차례 정기 모임을 하고 있고, 지역별로 몇몇 회원간 번개 모임을 갖기도 한다.
이들은 왜 지금은 잊혀져간 올드폰을 수집할까.
회원들은 '추억속 감성'을 우선 꼽는다.
동호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이용규씨(개인사업)는 "오래된 물건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학창 시절 갖고 싶었던 휴대전화를 구하기 시작하면서 올드폰 수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활밀착형 제품 가운데 하나인 휴대폰을 통해 많은 추억들을 되새기기도 한다"면서 "아내와 연애시절 커플폰으로 사용하던 2002년 삼성전자의 휴대폰 모델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회원은 "국내 휴대폰의 변천사를 정리하기 위해 수집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국내 도입된 해외 기술과 국내에서 처음 상용화된 것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전했다.
동호회 회원들은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에 달하는 휴대폰들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들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하거나 일부 지역의 골동품 가게들을 방문해 올드폰을 구입한다. 간혹 동호회원끼리 무료로 나눔을 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휴대폰을 수집하던 초기엔 가족여행 도중 지방에 있는 오래된 휴대폰 매장을 들러 올드폰을 구하기도 했다"며 "현재 약 3000개의 휴대폰을 갖고 있는데 수집가격으로 치면 총 3000만원 가량"이라고 말했다.
일부 올드폰은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오래된데다 희소성이 있거나 보존상태가 양호할 경우 가격은 더 올라간다. 1988년 삼성전자의 최초 휴대폰 모델인 'SH-100'의 경우 약 200만원선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값 상승의 영향을 받는 올드폰도 있다.
삼성전자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공식파트너 선정 기념으로 한정 출시한 '올림픽 골드폰'(모델명SCH-E470·SPH-E3200·SPH-E3250)의 경우다.
올림픽 골드폰은 휴대폰 외부 LCD주변이 금으로 제작됐으며 14K로 도금된 스페셜폰과 18K의 프리미엄폰 등 두 가지 종류로 출시됐다.
이 가운데 프리미엄폰은 약 4.6그램(약 1.2돈)의 금이 사용됐는데 현재 시세로 보면 사용된 금값만 약 23만원이다.
여기에 한정출시라는 점이 작용해 판매 당시 경매에서는 100만~220만원에 입찰되기도 했다. 지금도 수백만 원에 거래될 것으로 추산된다.
영화·드라마 섭외받아…무작정 수집보다 '전략' 필요
동호회원들은 간혹 영화·드라마 제작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주로 배경이 1990년대~2000년대 초인 경우 올드폰의 섭외를 받는 것.
회원들은 일부 대여비를 받긴 하지만 망설여지기도 한다.
촬영중 폰이 파손되거나 심지어 제작사가 파산하는 경우 폰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회원들은 귀띔한다.
파손시에는 회원들 각자가 동일 기종 폰을 구해 고장난 부품을 통째로 교환하는 작업을 거친다. 어느 정도 '손 기술'이 필요한 셈이다.
대량의 올드폰을 수집한 회원들은 이사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대표는 "초기 수집시에는 부피가 작아 문제가 안되지만 갯수가 늘어나면서 포장 부피도 함께 커져 운반시 불편함을 겪는다"고 말했다.
무게도 만만치 않다. 평균 폰 한 개의 무게는 대략 120그램 정도. 이 대표가 갖고 있는 폰이 3000개인 점을 감안하면 총 무게가 360㎏에 달한다.
현재도 017로 시작하는 번호를 사용중인 이 대표는 "통신은 2G폰을 쓰고 카톡·SNS·인터넷은 태블릿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통화중에도 다른 사람과 카톡이나 검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신사들이 연내 2G 서비스 종료를 추진중이어서 회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2G 가입자는 약 158만명으로 집계됐다.
올드폰 수집을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처음 수집을 할때 무조건 폰을 모으다보면 금방 싫증이 날 수 밖에 없다"면서 "업체별이든 모델별이든 수집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일정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무리하지 않은 범위내에서 수집하기 권한다"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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