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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수신료가 아깝지 않다는 시청자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KBS <거리의 만찬>. 한 해가 저물고 2019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삶의 조건'에 관한 기획을 마련했다.
1부(12월 21일 방송)에서는 간병 가족의 삶을, 2부(1월 4일 방송)에서는 소아완화 치료를 다룰 예정이다. 우리 사회의 작은 목소리를 듣는 <거리의 만찬>이 『삶의 조건』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들었고, 어떤 공감을 가져다 줄 지 기대가 된다.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을 듣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간병'. 막상 내 일이 되기 전까지는 실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어릴 적 편찮으신 할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본 적이 있는 미선. 어느새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을 살펴야 하는 때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미선은 특히 이번 녹화 주제에 깊이 공감했다. 간병은 기약 없이 계속되어야 하는 노동이다. 끝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간병 가족들은 수없이 많다. 결국 간병 스트레스로 벼랑 끝에 몰려 환자를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간병살인 자체에 대한 파악조차 못한 것이 현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모순적이고 안타까운 단어 '간병살인'에 얽힌 이야기를 듣기 위해 MC들은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를 찾았다. 최근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기자들은 지난 10여 년간의 간병살인 사건을 분석하고 간병살인 가해자를 직접 만났다. 그들에게서 험난했던 취재 뒷이야기부터 기사에 실리지 않은 안타까운 간병가족의 사연을 전해 들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간병의 열악한 현실에 MC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 그들에게 주어진 10년 만의 휴식
MC들은 박지영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함께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만났다. 오랜 간병 생활에 외출할 엄두조차 안 난다는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까? 하루아침에 삶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간병 가족들. 아픈 가족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갑자기 시작된 간병생활에 적응하는 것 모두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치매 어머니와 어린 딸을 함께 돌보고 있다는 윤미리 씨의 사연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했다.
간병 가족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치매 노모를 돌보다 쓰러진 60대 정성기 씨는 응급실에 실려 간 후 사흘 만에 깨어나기도 했었다는데. MC들은 간병 가족의 고단한 현실에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는 간병 가족들을 위한 재가요양 서비스와 간병휴직 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들 제도가 충분한 '쉼'을 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가족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에, MC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에도 간병 가족들은 아픈 가족일지라도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남은 시간을 사랑으로 채워가고 있는 가족들.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MC 박미선은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는데... 그녀를 오열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1년간 어머니를 돌보다 얼마 전 떠나보낸 정성기 씨는 어머니에게 못 다한 말이 있다며 품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그의 편지는 많은 생각이 들게 했는데. 눈물과 웃음이 가득했던 대화를 마치고, 어느 때보다 특별한 만찬을 위해 MC들이 두 팔 걷고 나섰다. 오늘의 만찬 메뉴는 바로 '스테이크'. 늘 누군가를 돌보느라 자신은 돌보지 못했던 가족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하고팠던 MC들의 마음은 잘 전달되었을까?
"할 말 있는 당신"과 함께하는 <거리의 만찬> 『삶의 조건1.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는 오늘(21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 방영된다.
소아완화치료를 다룬, 『삶의 조건 2, 마지막까지 자란다』는 1월 4일에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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