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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복 매장 옆에 가발 가게, 슈즈 매장 한 가운데 서점 등 백화점 입점 공식을 깨는 매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스파이스(Spice·양념) MD'다. 다른 장르의 브랜드를 같은 층에 입점시켜 쇼핑객들의 입맛을 자극 하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신세계백화점 시코르 이은영 팀장은 "서로 다른 성격으로 매장을 구성하는 스파이스 매장의 경우 해당 브랜드는 물론 주변 매출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시코르만의 색다른 볼거리와 즐거움이 여성복 매장에서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문을 여는 건 신세계 강남점의 두 번째 시코르 매장이다. 기존 파미에스트리트에 있는 시코르가 166평 규모의 200여개의 MD를 갖춘 대규모 매장이었다면, 새롭게 오픈하는 시코르는 23평으로 비교적 작은 편이다.
매장 위치는 신관 에스컬레이터 앞 자투리 코너다. 작지만 쉽게 눈길이 가는 곳이다. 누구나 잠깐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도록 다양한 테스터 제품을 마련했다. 에스쁘아, 제스젭, 루나, 라곰, 3CE 등의 K뷰티 브랜드 입점을 강화한 것도 눈에 띈다. 트렌드에 맞춰 MD 구성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한편 이번 시코르 같은 스파이스 매장은 최근 백화점에서 종종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단순히 독특한 상품이나 브랜드만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차별화를 선보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2016년 리뉴얼 당시4층 여성복과 슈즈 매장에 서점인 '반디앤루니스' 전통차 매장인 '티콜렉티브'를 6층 남성복 매장 한가운데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를 입점시켰다.
9층 생활전문관에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식당인 '자주테이블'이 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사용하는 모든 식기, 테이블 웨어는 모두 바로 옆 생활매장에서 판매한다. 자주테이블에서 직접 체험해보고 쇼핑까지 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생활용품 브랜드와 협업한 후 매출도 평균 20% 이상씩 상승했다.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트렌드에 맞춰 매장 구성을 다르게 선보이는 경우도 많다. 장르는 다르지만 고객층이 비슷한 브랜드가 만나 서로 매출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도 한다.
강남점의 경우 2층 명품 매장 한가운데엔 전자기기 업체인 애플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애플샵'이 있다. 애플의 제품을 선호하는 '얼리어답터'와 명품 구매 고객층이 겹친다는 판단에서 이루어진 입점 결정이었다. 현재 애플샵은 과거 가전 매장에 있을 때보다 연 평균 2~3배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영등포점엔 부분가발 전문 매장인 '시크릿 우먼'이 있다. 이 매장은 패션 잡화가 주로 있는 1층이 아닌 4층 여성 정장 매장 가운데 둥지를 틀었다. 중년 여성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도록 배려한 MD 구성이었다. 고객들은 마치 옷을 사듯 자연스럽게 가발 가게에 둘러보고 쇼핑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평가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