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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년 10월, 칠레 독립전쟁의 영웅 오히긴스는 120명의 패잔병을 거느리고 안데스 산맥을 넘으려 했다. 퇴로의 저편에서는 칠레 주둔 스페인군이 맹렬한 기세로 추격해 왔다. 지친 병사들은 더 이상 패주를 지속할 수 없었다. 마침 알또 하우엘(Alto Jahuel)의 낡은 양조장을 찾아내고 장군은 후덕스레 보이는 안주인에게 피난처를 요청했다. 마담 도냐 파울라(Dona Paula)는 지체 없이 피로에 지친 병사들을 양조장 지하 창고에 숨기고 먹을 것을 장만해준 뒤 그 위를 헛간의 건초로 덮어 위장했다. 곧장 뒤쫓아 온 스페인 추격대는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할 일 없이 되돌아가야만 했다. 오히긴스를 비롯한 120명의 독립군은 이곳에서 몸을 추스린 후 안데스 산맥을 넘어 멘도사에서 아르헨티나의 독립 영웅 호세 데 산 마르틴 장군과 해후했다. 장군의 후원을 업고서 오히긴스는 멘도사에서 3년간 전력을 다듬고 4,800명의 독립군을 거느리고 다시 안데스를 되넘어왔다. 그리고 수도 산티아고를 탈환해 사실상 칠레의 독립을 실현시켰다. 이후 초대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국정 수행과 관련 야당의 엄청난 저항에 스스로의 선택을 가졌다.
대통령은 이내 열정 어린 사자후를 토해냈다.
"나는 독립을 쟁취키 위해 죽음의 전장에서 이름 없는 숱한 용사들과 헌신했다. 눈 덮인 안데스 산을 넘으면서 조국 독립을 맹세했다. 그리고 마침내 독립을 이루어 냈다. 이제 집권 5년 동안 내게 잘못이 있었다면 나를 단죄해라. 나로 인해 어떠한 피를 흘리고 싶지 않다."
장내는 순간 흥분의 물결이 일었다. 대통령의 열정 어린 애국심에 깊은 충격을 받은 반대파들도 뜨거운 박수로 포용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통령은 눈가에 이슬을 비치며 의회를 떠났다. 권력자의 아름다운 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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