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스마트 설계를 내세운 제2여객터미널을 개장, '세계 굴지의 허브공항'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근 '을(乙)의 눈물'엔 눈을 감는 듯한 태도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정일영 사장은 2016년 연봉으로 기본급 1억3080만원, 수당 1억2200만원을 받았다. 이는 2016년 국내 35개 공기업 사장 중 연봉 2위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을'들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못해 처참할 지경이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비행기 객실 청소 등을 맡은 지상조업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한 현장 간담회에선 성토의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개장한 제2여객터미널의 근무환경이 제1여객터미널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다. 간담회에 함께 한 근로자들은 "제2여객터미널이 설계 당시부터 자회사 및 위탁 용역 하청노동자의 편의시설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았다"며 "여성 근로자가 240명이 되는데 여성 화장실이 1개밖에 없어 서로 망을 봐주면서 남성용 화장실을 몰래 사용하고, 리무진 버스기사들을 위한 화장실도 부족하다. 점심 도시락을 먹을 때도 마땅치 않아 지하 복도 바닥에 주저앉아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장애인 관점에서 미흡한 부분은 즉각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상조업 근로자들의 업무 환경 개선에 대해서는 "관련 업체들이 의지만 있다면 객실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시설 등은 얼마든지 확충할 수 있다. 화장실 부족 문제는 지상조업을 맡고 있는 원청업체에 문의하기 바란다"며 공을 원청업체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공기업으로서 현장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에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공항시설주로서 원청업체들과 최근 논의를 거쳐, 화장실 1개소를 이달중 시공하기로 했으며, 4월까지 1개소를 더 설치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지역사회와 갈등 폭발…영종도발전협의회, 정일영 사장 퇴진 요구
이처럼 국내 공기업 중에 손꼽히는 영업실적으로 '13년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가고 있음데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지역사회와의 갈등은 곪을 대로 곪아 터지기 직전이다.
인천 영종도 주민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영종도발전협의회는 지난 1월 9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역 주민이 겪는 소음·공해 등 고통을 외면하고 상생 협력에 무관심하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정일영 사장은 지난해 1월 영종도발전협의회 장지선 이사장 등에게 지역상생발전협의체 구성과 금산 IC 진출입로 조기 개설 등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하루 수천여회의 비행기가 이착륙하면서 발생하는 소음과 매연, 각종 공해로 지역 주민들은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데도 공사는 주민을 위한 배려와 지원에 소극적이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를 중심으로 최근 주민 총궐기 집회가 열리는 등 지역 여론이 험악해는 가운데, 영종도발전협의회는 지난 1월 10일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실에 지역주민 8000명이 함께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영종도발전협의회 측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실질적이고 진정성있는 방안이 제시될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며 '지역상생 발전을 외면하는 정일영 사장의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또한 지난달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1인 릴레이 시위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정 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평소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상생하는 공기업'의 경영철학을 강조해온 정일영 사장이 꼬일 대로 꼬인 현재의 갈등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