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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는 상실된 치아의 기능을 되찾아 주기에 좋은 치료 방법으로, 현대 치과의학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도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일부 상업성이 강한 치과에서 충분히 자연치아를 치료하여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 수술을 유도하여 과잉치료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치아가 빠지면 남은 치아들이 씹는 힘을 모조리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씹는 힘을 100이라고 했을 때, 10개의 치아가 씹는 힘을 각각 10씩 나눠서 받고 있다면, 2개의 치아를 상실할 경우 8개의 치아에는 각각 12.5의 힘이 가해지는 식이다. 따라서 상실되는 치아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남은 치아들은 점점 더 많은 힘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다른 치아까지 손상될 수 있다. 이 과정은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치과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많은 치아를 뽑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수 년 관찰한 사례로 설명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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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확히 1년 후 왼쪽 어금니가 빠진 상태로 내원했을 때는 오른쪽으로 씹기가 불편해서 왼쪽으로만 식사를 했고, 결국 버티지 못한 어금니가 하나 빠진 상태였다. 이 시기에 보철치료를 권하여 앞니와 어금니를 브릿지로 치료하고 다른 치아는 추후에 치료를 원했다.
이 환자는 2년 후에 다시 치과에 내원했는데, 전반적인 잇몸뼈의 양이 줄어들고 그 사이 왼쪽 아래 어금니는 자연스럽게 빠지는 등, 남은 치아들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4년 후에는 한 개의 치아에 임플란트를 했지만, 상실된 어금니 부분에 임플란트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 역시 남은 치아의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첫 내원에서 10년이 지난 B사진을 보면 상실된 어금니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다수 치아가 상실된 상태이다. 결국 전체 임플란트를 해야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위의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 환자의 경우 첫 내원 후 10년 동안 20여개가 넘는 치아를 발치하게 되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 까닭이다.
보충설명을 하자면, 치아들은 음식을 씹을 때 입 주위에 붙어 있는 저작근(씹는 근육)의 힘을 받는다. 이 교합력은 음식을 씹을 때, 침을 삼킬 때, 수면 중에 끊임없이 치아에 작용한다. 아마 손가락을 물려본 경우가 있다면 이 교합력의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생리적으로 치아와 주변 잇몸조직은 평생에 걸쳐서 작용하는 이 힘을 효과적으로 받아내고 분산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과도한 교합력으로부터 방어하려는 보호기제도 있다. 하지만 치아가 상실된 상태에서 방치한다면 저작력은 잘못된 방법으로 치아에 작용하고(이를 테면 한쪽으로만 식사를 하거나 앞니로 음식을 씹는 등) 이러한 악습관은 다른 치아와 잇몸을 크게 손상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위 환자의 사례는 처음에 잇몸치료나 소수의 임플란트를 했다면 전체 임플란트까지 다다르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치과의사로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실제 치과에 근무하면서 환자분들에게 임플란트를 권하면,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나 하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심 있는 치과의사들이라면 다른 치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크게 손상된 치아는 발치하고, 상실된 부위에 치아를 만들어주는게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없는 이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남은 치아를 평생에 걸쳐서 잘 사용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라는 것을, 환자분들 입장에서도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따라서, 임플란트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과잉진료를 의심하여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치과보존과 전문의와 치주과 전문의가 협진하여 임플란트가 꼭 필요한 치아를 가려낼 수 있고, 필요하다면 치과보철과 전문의의 주도하에 정확한 임플란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치과를 신속히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임플란트 비용과 고생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도움말=강서구 마곡동 발산역 인근 마곡푸른마음치과 박효진원장(보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