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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항공사의 갑질이 스마트여행산업 발목 잡는다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8-01-25 10:35

<똑똑한 해외여행자 下>

대형항공사의 갑질이 스마트여행산업 발목 잡는다

우리나라의 해외여행자들은 이미 스마트해졌다. 이에 발맞춰 우리 여행업계도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고 그렇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는 기대 보다 더딘 양상이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대형항공사들이 스마트여행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형항공사가 발권수수료 조차 주지 않는 행태가 그것으로, 이는 여행업계 전체가 스마트 산업으로 나아가는 분위기를 경직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사를 통한 항공권의 간접판매의 비중이 아직 높음에도 티켓판매수수료를 주지 않아 여행업계의 불만이 드높다.

◆양대 국적항공사 여행사에 발권수수료도 안준다

실제로 항공권 판매는 직접 판매와 간접 판매로 나뉜다. 최근 들어 그 양상이 변화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항공사의 티켓 직접 판매가 늘고 있다. 왜 그럴까?


'IT시대 소비자의 트렌드 따라잡기'라는 대세적 명분이 일반적인 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트렌드 추구 이상으로 항공사의 수익구조 개선을 실질적 이유로 보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항공사와 여행사의 관계는 매우 우호적이었다. 여행사들은 항공권예약 정보에 대한 높은 접근성 확보를 바탕으로 항공권 유통시장에서 일정부분 우월적 지위를 누렸다. 특히 인터넷 이전 시대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만큼 소비자의 항공권 접근에 여행사의 의존도가 컸기 때문이다. 종이티켓을 구하기 위해서는 항공사나 여행사 판매 창구가 유일했다. 이 같은 윈윈 상황에서 항공사는 여행사에 발권 수수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처럼 진행되어오던 수십 년 비즈니스 관행이 IT시대 도래와 항공시장의 치열해진 경쟁구도 속에 깨지고 말았다. 고유가와 저비용항공사(LCC)의 등장 등으로 항공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화 되었고,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유통비용 절감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한 항공권 직접 판매 비중을 점차 늘리게 된다,

결국 1990년대 중반 이후 항공사들은 여행사에 지급하던 발권 수수료를 제한-중단한다.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우호적 관계가 본격적으로 변화하게 된 계기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항공사들은 자체적으로 수수료율을 낮추기 시작했고 점차 수수료제로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08년 발권수수료를 기존 9%에서 7%로 내렸고, 2010년에는 양사가 전면폐지하기에 이른다.

현재 국내 항공권 시장은 대략 12조 원 수준(2017년 기준). 그중 간접판매 비율이 80%에 이르니 그 규모가 대략 10조 6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서 종래 지급했던 간접 수수료율 9%를 감안하면 그 규모는 어림잡아 1조 600억 원에 육박한다. 국내 항공권 판매 시장 점유율 중 대한항공이 32%, 아시아나 항공이 20%를 차지하니 항공권 간접판매 수수료 폐지를 통해 대한항공 한 회사에서만 대략 연간 2500억 원 이상을 세이브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간접판매 수수료를 유지-폐지하는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막대한 경영상 이익과 직결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항공권의 직접 판매가 대세라는 이유를 뒷받침할 만하 충분한 이유도 있다. 온라인시대 항공여행업계에도 IT기술 접맥을 강화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는 마케팅을 추구해야만 한다. 이미 대세로 굳어진 온라인 구매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시류를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는 여행자들의 여행 패턴도 고품격, 개성 추구 등 자유롭게 바뀌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처럼 항공사의 항공 티켓 직접판매 비중 증가 정책이 자연스럽게 기존 간접판매조직의 비중 변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항공사 내부 조직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행사측 입장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지켜라"

항공사의 항공권간접판매 수수료제도 폐지에 따른 직격탄은 일반 중소규모의 여행업계를 강타했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여행사들은 2016년 말 기준 1만 6605개에 이른다. 이들 여행사는 대부분 중소기업 또는 개인업체 수준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따라서 그간 항공권판매에 따른 수수료 폐지는 이들 여행사에게는 엄청난 경영 타격을 안겨줬다. 이에 따라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여행사가 속출하는 등 여행업계는 그 후유증을 지금도 앓고 있다.

물론 여행사도 변화된 현실에 새로운 상품과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수익원 발굴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급선무다. 하지만 영세한 여행사 입장에서는 이 또한 만만치가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여행업계에서는 엄연히 80% 정도의 항공권 간접판매시장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항공사가 발권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도 져버리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항공권 판매를 위해 자신들의 인력과 장비, 시간을 투자해서 세일즈를 펼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간접판매방식이 항공사 입장에서는 '손안대고 코푸는 형국'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더도 말고 항공권 간접판매 활동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보존 차원의 보상이 따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항공사와 더불어 항공여행업을 확대-발전-유지시켜 나가는 동반자이다. 항공사의 여행업계에 대한 배려 부족은 결국 상생정신의 실종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항공사에서는 발권수수료 지급제도 폐지 이후 또 다른 방안을 운영 중이다. 볼륨인센티브제도가 그것이다. 발권수수료 폐지로 유통비용을 절감했지만 판촉효과 절감을 보완하기 위한 방책이다. 하지만 이 또한 중소규모 여행사에게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일정 액수 이상 판매고를 올린 경우, 전년 대비 판매 증가 회사 등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이다 보니 대형여행사들의 잔치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행되지 않을 경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불이익 제공에 의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의 소지도 다분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특히 충성 리베이트로 작용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볼륨인센티브제도는 자칫 여행업계의 양극화를 고착 시키는 제도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제대로 혜택을 입기 힘든 수익구조를 지닌 작은 여행사는 더욱 힘들어지고, 대형 여행사는 시장점유율과 경쟁력을 더 갖게 되기 때문이다.

발권수수료 폐지에 따른 항공사와 여행사간의 알력에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결국 여행사가 항공사에서 받지 못하는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 시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평소 해외여행을 자주 떠난다는 회사원 정 모 씨는 "대형 항공사가 소규모 여행사에게 수수료를 주지 않게 되면 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숙박, 음식, 체험 등 여행 현지 프로그램이 부실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여행사가 여정의 질을 떨어뜨려 원가 보존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정씨는 "결국 스마트한 여행자들에게 더 잘 해줄 수 있을 여력을 원천적으로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기에 이 같은 상황이 마뜩치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 여행업계에서도 스마트해진 여행산업의 구조변화에 따른 항공사의 직접 판매 확대 기조 또한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항공사가 자사운영 웹사이트에서의 직접 판매를 유인하기 위해 가장 할인이 많이 된 항공 좌석을 판매하거나 좋은 시간대의 항공권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원천적으로 기울어진 축구판에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여행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지급폐지 정책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산하 단체에 모인 항공사들이 일방적으로 결의를 한 결과"라며 "민간 항공사의 모임체가 항공사 자율적으로 발권수수료 보상 한도를 규정해놓고 이를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항공사 약관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항공사측 입장 "항공사 의존 시대 지났다"

항공권 간접판매 발권수수료 폐지 정책을 펴고 있는 항공사 입장은 단호하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과거 항공-여행시장과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에 더 이상 지난 날의 관행에 매달리는 것은 결코 생산적 마인드가 되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항공권 판매 초기에는 항공사의 여행사 의존도가 컸던 만큼 대리점 도움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대리점들도 나름대로 시설, 인력 투자를 했다. 이에 대한 지원의 의미로 발권수수료를 지급했다는 게 항공사 축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구매 증가 등 여행소비자들의 관행과 욕구, 마케팅 플랫폼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에 발권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여행사들이 항공사의 발권수수료지급 제도를 악용해 항공권 요금으로 가격질서를 교란하는 등 부작용도 심각했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항공사가 입게 되었다고도 주장했다. "여행사는 티켓 가격이 싼데, 항공사는 왜 비싸냐?"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그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여행사와 항공사가 똑같은 가격 제시를 통해 소비자를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여행사들은 여행상품 구성 등에 도움을 주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그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여행사도 바뀐 시대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매력 있는 여행상품을 만들어 매출을 늘리고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항공사가 마냥 갑의 입장이 아니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매력 있는 상품으로 시장을 주도한 여행사들이 등장해 오히려 항공사에게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볼륨인센티브 제도 또한 상품 구성을 잘하는 여행사들에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지, 무조건 대형 여행사에게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특히 항공시장의 경쟁과열로 항공사의 수익성도 많이 떨어졌음을 강조 한다. 또한 항공산업은 본래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보니 매출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아 여타 산업 군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업종이란다. 거기에 소비자 불만과 연관 여행사 컴플레인도 적지 않은 만큼 경영이 만만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한 항공사가 항공권의 직접 판매 비중을 늘려 가는 것이 결코 경영 코스트다운 차원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IT시대 직접구매가 늘고, 종이항공권 대신 e티켓, 모바일 티켓 등이 늘고 있으니 이에 탄력적 대응을 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대한항공이 서울 서소문 본사 로비 1층 판매카운터의 규모를 줄여 9충에서 축소 운영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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