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2위(점포수 기준) GS25가 전범기업의 상표를 단 유제품을 단독 판매했다가 네티즌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GS25는 이 유제품 외에도 '위안부 콘돔'으로 불린 오카모토 콘돔 제품도 판매 중이어서 이후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GS25, 한 네티즌의 끈질긴 항의에 '백기'
문제는 1910년 설립된 모리나가제과가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조사한 299개 전범기업 목록에 등재된 '전범기업'이라는 점이다.
모리나가제과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에게 전투 식량을 공급한 기업이다. 또 극우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오 여사의 외가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현존하는 전범기업들의 대부분은 과거 식민지 지배하에 조선인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하고 역사왜곡 단체에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해당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버젓이 전범기업의 제품을 국내에 생산 유통시키는 일은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에서는 'GS25 불매운동'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반감이 심했다. 하지만 그 당시 GS25 측은 "현재 DM(상품기획 담당자)이 병가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던 GS25이지만 한 네티즌의 끈질긴 항의에 결국 두 손을 들어야 했다. 이 네티즌은 처음에는 GS25에 전화를 걸고 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특별한 반응이 없자 결국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홈페이지에 설치된 'CEO에게 말한다' 코너에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들과 커뮤니티 분위기, 전범제품 즉각 판매중지, 재발 방지 약속과 사과문을 요구하는 글을 남겼다.
그리고 마침내 GS리테일 측으로부터 "해당 전범기업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는 전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네티즌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를 알리면 반드시 소통할 수 있는 기업이라 확신이 있었기에 일을 진행하게 됐다"며 "잘못된 점이 많다고 방관하기보다는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소회를 남겼다.
GS25, 전범기업 제품임을 알고도 팔았나?
GS25는 모리나가제과의 '밀크카라멜 우유' 이전에도 해당 기업의 제품을 판매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14년에 '모리나가 치즈스틱 아이스크림' '모리나가 밀크카라멜 아이스크림'을 판매했다가 몸살을 앓은 것.
그런 만큼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GS25가 전범기업의 제품임을 알고도 독점 판매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GS25 측은 "해당 DM이 계약을 한만큼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한 네티즌의 활약에 의해 '밀크카라멜 우유' 판매가 중단된 것에 대해서도 "그 같은 내용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그저 우리와 모리나가제과가 합의를 통해 제품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만큼 GS25 측으로부터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은 일절 들을 수 없었다.
관심은 이번 판매 중단이 GS25가 팔고 있는 다른 전범기업의 제품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다. GS25를 비롯해 CU, 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에서는 일본군 위안소에 콘돔을 독점해 급성장한 전범기업인 오카모토사의 콘돔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오카모토 콘돔은 지난 2016년 초까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던 레킷벤키저의 듀렉스가 '옥시사태'로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반사이익을 얻어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전범기업 제품이 판매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판매하고 있는 유통회사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졌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오카모토 제품의 퇴출 운동을 펼치며 편의점 측에 판매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CJ올리브영 등 일부 대형매장에서는 오카모토를 판매 상품에서 제외시켜 국민정서를 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리나가제과의 '밀크카라멜 우유'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GS25는 오카모토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 정책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GS25의 한 관계자는 "(오카모토 콘돔은) 다른 편의점에서도 다 팔리고 있다"며 "그런 만큼 당장 판매 중단 같은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오카모토 불매운동 여론이 있었지만 지속되지 못한 채 사그라졌다. 편의점 업체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며 "동시에 이 제품이 업계 1위라는 점에서 수익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