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시리거나 아파서 내원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충치가 생긴 게 아닌가 걱정한다. 검사결과 충치가 아닌 경우에는 치아가 잘못된 양치질 등으로 패여서 시린가 하는 의심을 많이 갖는다.
그래서 환자들은 충치를 체크해 달라고 하거나 패인 부분을 무엇인가로 메꾸길 원한다. 어떤 환자는 자신의 잘못된 양치질 습관을 탓하기도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치아의 목 부분이 패인 것은 양치질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부적절한 교합력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란 것이다.
검사를 해보면 대부분의 환자는 교합적인 문제가 많은데 다음과 같은 경우에 치아가 몹시 시릴 수 있다.
①치아가 양쪽으로 균형있게 물릴 때 어금니가 적절히 교합되면서 앞니는 살짝 떠서 닿을 듯 말 듯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앞니가 먼저 닿는 경우에 생길 수 있다
②치아가 양쪽으로 균형 있게 물리고 앞니가 살짝 뜨더라도 어금니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너무 세게 닿으면 치아가 시릴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최후방 어금니에서 흔히 일어난다.사랑니가 누워서 머리만 나와 있는 경우에도 자주 나타난다.
③치아에 음식을 넣고 한쪽으로 씹을 때 음식을 씹는 쪽의 반대편의 치아가 불필요하게 닿는 경우에도 치아가 시릴 수 있다. 이런 경우 시린 증상 외에도 잇몸이 붓고 치아의 목 부분이 패일 수 있다.
④치아에 음식을 넣고 한쪽으로 씹을 때 음식을 씹는 쪽의 치아가 측방으로 힘을 받는 경우에도 치아는 시릴 수 있다. 치아는 수직으로 힘을 받아야만 무리가 안가며 측방으로 힘을 받으면 씹는 근육의 긴장이 일어나면서 피로 물질이 싸이고 근육이나 턱관절의 통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⑤앞니로 음식을 자르기 위해서 아래턱이 앞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앞니끼리 닿는 경우에도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치아가 시릴 수 있다
위에 열거한 바와 같이 적절하지 못한 교합력을 받는 경우에 치아는 신경 부분이 과민한 상태가 되어 외부의 자극에 충치가 깊게 생긴 것과 흡사한 시림과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환자의 요구대로 충치 치료나 신경 치료와 같은 잘못된 치료가 시행되는 경우 치아의 상당 부분을 불필요하게 제거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아를 발치하는 문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최근에 와서 예방 치의학의 발달로 충치로 인한 문제는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교합에 대한 이해는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앞으로 시린 이에 대한 치료는 좀 더 정확한 검진을 통해 교합의 문제와 충치의 문제를 구분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구분을 짓는 치료가 행해져야만 불필요한 충치치료나 신경치료에 의해 치아가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이호정 서울순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