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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우리 동네 상권]핫 스팟-핫 플레이스 ⑮한 물 갔다던 압구정 로데오거리, 재건축 열기 타고 부활 조짐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7-12-20 08:14


'오렌지족'과 '야타족'의 집결지, 맥도날드 1호점, 한국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 쟈뎅이 처음 자리 잡은 곳….

1990년대 멋 좀 안다는 젊은이들이 모여들던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당대 최고의 '핫 플레이스'였다. 특히 길 건너엔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이 들어섰고, 우측에는 청담동 명품거리가 조성돼 이곳은 이른바 '패피'(패션 피플)들의 메카였다. 그러다보니 상점의 70%는 옷가게였고, 유행을 끌고 좇는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당연히 이들을 겨냥한 고급 카페와 레스토랑도 차례로 문을 열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지난 2009년부터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공실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상가 건물들에는 임차인을 구한다는 플래카드가 나붙었고, 거리는 저녁 7시만 넘으면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그렇게 수년째 을씨년스럽던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최근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 바람을 타고 이곳의 상가들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쇠퇴한 압구정 로데오거리, 임대료 인하로 부활 노려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에 ㄱ자 형태의 상권으로, 패션의류 브랜드 직영매장과 직수입 멀티숍, 개인 디자이너 숍 등 100여개의 의류 상가들이 밀집해 있다.

나이스 비즈맵 상권분석 자료에 따르면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위치한 압구정동은 일평균 유동인구가 8만8000여명에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을 끼고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또 전체인구 중 외부 유입인구가 53.9%를 차지하고 상업시설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상권 이용비중은 월~토요일이 10~20%대인 반면, 일요일은 7.14%로 저조하다. 특히 평일 오후 3~6시 상권 이용률이 35.8%로 가장 많았고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찾는 일대 주거 인구는 직장인 인구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대한민국의 소비문화를 상징했던 압구정 상권이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이유는 한류 열풍과 의료관광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가로수길에 유통·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거 이동 진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리단길, 서촌, 성수동 등 신흥 소비상권까지 급부상했다. 이에 따라 2009년 이전 80% 가까이 차지한 특색 있는 의류매장, 로드숍, 종합멀티숍은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유동 인구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비싼 임대료 역시 압구정 상권의 몰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까지 로데오거리 메인도로 건물 공실률은 30~40%에 달한다. 심지어 길게는 2년 가까이 비어 있는 곳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5월 압구정 로데오거리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임대료를 최대 30% 낮춰 상권의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 위치나 건물별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메인거리의 1층 33㎡ 기준 점포 보증금은 2~3년 전에는 억대를 호가했지만 지금은 5000만~6000만원대로 떨어졌다. 기존 480만원대에 형성됐던 임대료 역시 320만원대로 낮아졌다.

여기에 기존 상인들도 매장 임대 계약을 연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상권도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심지어 어지간한 강북 지역 메인상권 점포보다 임대료 시세가 더 낮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공실로 방치돼 있던 점포들마저 속속 채워지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측은 "부와 젊음의 상징이었던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한동안 명성이 퇴색됐지만 최근 임대료 인하 등을 통해 제2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음식점 성공 가능성 높지만 특색 있는 메뉴여야

임대료 인하와 함께 최근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급격히 많아진 가게가 음식점이다. 유명 셰프가 이 지역에서 점포 입지를 찾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카페, 주점, 식당 등을 운영하려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

압구정 로데오거리 중심에 5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는 손모씨는 "이 지역이 한창 잘나갈 때는 건물주들이 의류나 잡화 판매점 같이 특정 업종을 선호해 음식점이 들어오는 것은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로 임차인 찾기가 쉽지 않게 되자 최근에는 건물주들이 콧대를 낮추고 음식점 임대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맛집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거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의류점과 소매점 위주의 상권이었다면 현재는 외식업이 상권을 이끌고 있다. 의류 매장의 경우 유동인구가 중요하지만 음식점은 입소문을 타면 단골이 생겨 유동인구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특징이 있는 만큼 침체됐던 이 곳 상권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압구정 로데오 메인 거리가 끝나는 곳에 있는 프랑스 음식점 '루이쌍끄'를 비롯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숨은 맛집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tvN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피자 맛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 등 미식가들의 발길을 끄는 유명 맛집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

현 상황에선 음식점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이지만, 당장은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만큼 이 곳에서 창업을 생각한다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변 부동산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보편적인 메뉴나 콘셉트보다는, 확실한 타깃을 대상으로 한 특색있는 메뉴가 좋다는 것. 구체적으로 비스트로, 인도카레 전문점, 디저트 카페, 와플 전문점 등 최근 뜨고 있는 업종이나 중저가 고기류·특색있는 해산물 같은 젊은층이 선호하는 음식점 등을 들 수 있다.

강남엔젤공인중개의 김준영 차장은 "최근 청담동에 있던 오너 셰프 레스토랑들이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압구정 로데오거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이들처럼 자기 아이템이 확실한 요식업종이라면 이곳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더 활기를 띠려면 기존에 청담동의 오너 셰프 레스토랑으로 가던 구매력 있는 고객층까지 함께 넘어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요식업과 함께 압구정 상권이 갖는 아이덴티티를 살릴 수 있는 업종이 유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창업통의 김상훈 소장은 "압구정 로데오 상권은 신세대 여성들이 주고객이다. 이들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제2의 압구정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 예로 압구정이 한국형 스트리트 패션의 메카가 되기 위해 대형 자본이 아닌 소규모의 개성 넘치는 먹거리·패션 점포들의 입점이 적합하다. 또 그렇게 되어야만 향후 경쟁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니박스:아파트 재건축 이후 겨냥해 꼬마빌딩 선취매 붐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봄날'은 분명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자산가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장소가 되고 있다. 이곳의 상권이 장기간 침체에 빠지면서 건물 가격이 떨어지자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 이후를 내다본 투자자들이 빌딩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실제로 올 상반기 이곳에서 연면적이 990㎡ 이하인 꼬마빌딩의 매매거래는 총 1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동산 실거래가 등기부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특히 올 상반기 다른 강남 지역 꼬마빌딩 거래량(청담 5건, 신사 6건, 도곡 4건, 역삼 3건)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상권이 예전만 못함에도 꼬마빌딩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은 이 상권이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여기에 강남 한복판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꼬마빌딩 매입은 그 빌딩이 위치한 대지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임대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인 전망이 좋으면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압구정 노후 단지들이 향후 재건축을 하면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배후 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자산가들이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근 꼬마빌딩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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