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가이드- 스마트폰]스마트폰 없이 못살아? 건강하게 못살아!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11-30 11:00





- 한 여성이 운전 중 알림소리에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이후 고개를 들자 자신이 몰던 차량이 연못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놀란 여성의 구조 요청에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아연실색 했다. 공원 한가운데 연못에 한 대에 약 4억원 가량하는 마세라티가 가라앉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5살 딸을 잃은 부부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의 차를 덮친 가해 운전자가 사고 당시 페이스타임으로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미국에서 전해진 사건이다.

최근 세계 각국이 '스몸비'(스마트폰+좀비 신조어)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앞 다퉈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조명을 바닥에 설치해 스마트폰을 보고 있더라도 횡단보도 신호를 알 수 있도록 했고, 중국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별도의 보행로를 만들었다. 지난달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시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내왔다.

과도한 스마트폰은 자신의 건강과 재산을 해치는 것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이상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과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최근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에 빠진 사람들과 비슷한 원인과 위험도를 가진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준다.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서울대보건환경연구소의 공동연구팀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우울, 불안감이 있을 경우 스마트폰을 약 2배 과다 사용하는 '스마트폰 중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중독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과의존 상태를 말한다. 공동연구팀은 스마트폰 중독이 알코올 및 마약과 같은 물질중독과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고, 위험도도 같을 것으로 추정했다.

민경복 서울의대 교수는 "사회심리적 요인 외에 불안, 지속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살에 대한 생각 또한 스마트폰 과다사용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며 "건강이 나쁘다고 인식하는 사람도 과다사용과 관련 있다는 것은 새롭게 밝혀진 내용"이라고 전했다.

◇성인 중독 늘어, 60대도 10% 넘어

문제는 이 같은 스마트폰 중독이 청소년이나 어린 자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나 자녀를 지도해야 할 성인들의 스마트폰 중독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난해 SAPS(스마트폰중독척도) 조사결과 청소년은 30.6%, 성인은 16.1%가 스마트폰 중독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 한 점은 청소년의 경우 전년대비 1%포인트 감소한 반면 유아동은 전년대비 5.5%포인트, 성인은 전년대비 2.6%포인트 각각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조사를 실시한 60대 역시 11.7%(36만명)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교통사고와 같은 안전사고뿐 아니라 본인의 신체 구석구석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대표적인 질환이 '일자목 증후군'과 '목 디스크' 등이다.

우리의 목은 총 7개의 뼈로 구성돼 하중을 견디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C자 형태를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의 과다한 사용은 이 같은 목의 형태에 변형을 가져온다.

일자목은 장시간 고개를 숙이다 보면 목이 어깨보다 앞으로 쭉 빠져 나오게 되고 이 모습이 마치 거북이처럼 보인다고 해서 '거북목 증후군'이러고도 불린다.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독서를 하는 사람이나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봐야 하는 사무직 종사자,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흔히 발생한다.


◇거북목이 목 디스크로 이어져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자책이나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서 흔히 발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딱히 증상을 느낄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뒷목을 잡아주는 근육과 인대 및 관절이 손상돼 딱딱하게 굳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와 등으로 통증이 전해지며, 눈도 쉽게 피로해지고 손이 저린 증상이 지속된다면 거북목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목 디스크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목 디스크가 아니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일자목은 목 디스크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30대 목 디스크 환자는 2010년 대비 2015년 약 20% 늘었다.

고영도 이대목동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목에 가장 안정적인 자세는 귀와 어깨가 일직선이 되는 자세"라며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되도록 화면을 눈높이에 맞추고 구부정한 자세나 엎드려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0분 사용 후 10분 휴식을 취하고, 목이나 허리가 뻐근하다면 즉시 사용을 멈추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척추 건강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거북목 증후군 진단법으로는 똑바로 선 뒤 귀의 중간에서부터 아래로 가상의 선을 그렸을 때 어깨 중간이 같은 수직선상에 있는 것이 정상이며, 그렇지 않고 그 선이 중간보다 앞으로 2.5㎝ 이상 떨어지면 이미 거북목 증후군으로 진행 중이라는 신호다. 5㎝이상이면 교정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목·손목 이상, 5년 새 20% ↑

손목이 과도하게 꺾인 자세를 지속하거나, 손목에 반복적인 압력이 가해지면 손끝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에서 눌려 저림, 마비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이 같은 증상을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게임을 즐기는 20~30대에서 주로 발병한다.

과거 손목터널증후군은 일명 '주부가사노동병'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 설거지와 빨래 등으로 피로도가 쌓인 중장년 주부들에게서 주로 발병하던 질환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시간 게임에 빠져 사는 젊은환자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0년 대비 2015년 약 20% 증가해 목 디스크 환자와 유사한 증가폭을 보였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처음에는 손가락 끝만 저리지만 점차 진행되면서 손바닥, 팔까지 저리는 것이 특징이다. 잠잘 때 통증이 심해 일어나 손과 팔을 주무르거나 털어주면 통증이 가라앉는 증상을 반복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노영학 이대목동병원 수부외과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땐 일정 기간 부목으로 고정하거나 경구 소염제와 물리치료를 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필요에 따라 초기 환자에서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고, 당뇨환자의 경우 일시적으로 혈당이 높아질 수 있어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 후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목이나 주사 치료로 호전이 없거나 재발한 경우엔 수근관 인대를 절개해 손목 터널 공간을 넓혀 주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청색광으로 인한 불면증 유발

스마트폰 사용은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은 불면증을 유발하는 새로운 복병으로 손꼽힌다.

밤에는 뇌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의 밝은 빛을 오래 쐬면 멜라토닌의 생성과 분비가 감소해 생체리듬을 깨지게 된다.

노출되는 빛의 세기와 시간이 증가할수록 신체의 각성 효과도 더욱 커지고, 이로 인해 수면 시간이 단축되거나 자주 깨는 등 수면의 질이 낮아진다. 또, 잠들기 전에는 두뇌 활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데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이 뇌를 계속 활동하게 만들어 숙면을 방해하게 된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 교수는 "취침 2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전자기기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스마트폰의 청색광을 막아주는 애플리케이션이나 보호필름 등을 사용해 빛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큰 피로감을 느끼거나 주간 졸리움증, 집중력 저하, 의욕 상실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가까운 수면클리닉에 방문해 수면건강을 점검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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