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헬스가이드-다이어트의 저주(하)]'골병' 부르는 무리한 운동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09-07 10:22





직장인 윤모씨(31)는 올 여름 바캉스계절을 맞아 회사 근처의 크로스핏 센터에서 고강도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멋진 몸매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복근을 집중적으로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던 중 사타구니 주변이 작은 공처럼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놀란 마음에 병원을 찾은 윤씨는 갑작스러운 고강도 운동으로 복압이 증가해 '스포츠 탈장'이 나타난 것으로 진단 받았다.

직장인 김모씨(28)는 몸매 관리를 위해 여름이 시작되며 운동에 돌입했다. 체중이 많이 늘면서 부쩍 나온 배가 신경 쓰여 스쿼시 등 활동성이 큰 운동에 치중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가끔씩 허리 통증이 생겨, 파스도 붙여보고 병원에서 물리치료도 받아봤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은 김씨는 '디스크내장증' 진단을 받았다.

바캉스 시즌을 맞아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던 사람들 가운데 찬바람이 불면서 병원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고강도 인터벌 운동(HIIT)이 짧은 시간 많은 칼로리를 소모해 뱃살을 빼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이에 도전한 운동초보들의 병원행이 잣다.

이처럼 섣부른 욕심으로 무리한 운동에 도전했다가 체지방이 빠지기 전에 장이 빠지고, 허리가 나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무리한 운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상과 질환, 예방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짧은 시간 높은 효과를 얻기 위해 강도 높은 운동을 선택하거나 원푸드 다이어트 등 극단적인 음식조절에 나서는 것은 '골병'을 얻기 위한 지금길이다.

운동초보자들은 주변을 의식해 초반부터 과도한 중량을 들거나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는 경우가 많다.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통해 신체를 충분히 풀어주고 바른 자세로 운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몸짱 되려다 '탈장' 온다

무리한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부상 중 하나가 '탈장'이다. 탈장은 내장을 받쳐주는 근육층인 복벽이 약해져 구멍이 나면서 장이 압력에 의해 복벽 밖으로 밀려나온 현상을 말한다.

탈장의 원인은 크게 복압의 증가와 복벽 조직의 약화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탈장은 '노화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발병 빈도가 잦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웨이드 트레이닝과 크로스핏 등 고강도 근육운동으로 인해 복부근막이 손상된 젊은 환자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민상진 메디힐병원 원장은 "근력운동은 신진대사를 향상시키고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평소 운동량이 적은 사람이 자신의 신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복부 근육이 당길 정도로 무리하게 복근 운동을 하거나 몸을 비트는 행위를 반복하면 오히려 복부 근막을 손상시키고 '탈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준비운동과 운동 후 스트레칭을 철저히 해 복부 근막에 갑작스런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장은 장기가 탈출된 것으로 자연 치유나 약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해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특히, 초기에는 아랫배 쪽이 묵직한 느낌이 들지만 특별한 통증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시간 방치되면 장기에 피가 통하지 않아 괴사할 수 있다.

탈장이 생기면 서서 배에 힘을 줄 때 사타구니나 배꼽 부위가 작은 풍선 주머니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오는데, 눕거나 해당 부위를 누르면 다시 뱃속으로 들어간다. 초기에는 복압이 높아지는 상황일 때만 돌출부가 생기지만 증상을 방치하면 돌출 부위가 계란 정도의 크기만큼 커져 손으로 누르거나 누워도 없어지지 않는다.

만일 기침을 하거나 대변을 볼 때 배 안에서 압력이 느껴진다면 탈장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민상진 메디힐병원 원장은 "만일 빠져 나온 장이 본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은 상태로 오래 방치되면 해당 부위의 장기가 썩어 장을 절개해야 하는 큰 수술이 요구된다"며 "탈장수술은 소화기센터나 외과가 개설된 병원에서도 가능하므로 가까운 병원에서 빠르게 치료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리한 운동이 '디스크'를 망친다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의 경우 '운동 중독자'로 불릴 정도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힘 종국'이라고도 불리는 김종국이 만성 허리 디스크 환자라는 사실은 한때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처럼 부상이나 충격이 없어도 운동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꾸준히 충격이 누적되고 이것이 만성적인 허리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시켜 주고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는 내부 젤리와 같이 말랑한 수핵과 이 수핵을 보호하기 위해 주위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섬유륜으로 구성된다.

수핵의 수분함량이 감소하면 탄력이 떨어지게 되고 수핵을 둘러싼 섬유륜에 균열을 가져온다. 이런 균열은 섬유륜을 둘러싸고 있는 감시 신경(척추동신경)을 자극하게 되고 통증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허리질병으로 꼽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허리 디스크 질환으로 알고 있는 디스크가 빠져나온 '추간판 탈출증'과 디스크가 안에서 변형된 '디스크 내장증'이다.

추간판 탈출증은 보통 허리를 굽힐 때 요통과 하지통이 발생하는 반면, 디스크 내장증은 수핵이나 섬유륜 자체가 손상된 것으로 앉은 자세에서도 요통을 유발한다.

노현민 대전 바로세움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디스크 내장증 환자들은 통증이 허리와 엉치, 허벅지 등으로 돌아다니고 통증의 강도도 바뀐다고 호소한다"며 "손상된 염증부위에서 생기는 통증유발 물질이 변하기 때문이며 앉았을 때와 몸을 구부릴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것도 디스크 내장증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디스크 내장증은 엑스레이으로는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MRI 검사를 통해 디스크 내부를 확인해야 한다.

원푸드 등 다이어트를 위해 극단적인 식단을 하게 되면 디스크의 수핵을 구성하고 있는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디스크나 척추관이 건조해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하면 허리나 목 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하동원 연세바른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디스크 내장증'은 눌린 신경의 위치에 따라 다양하고 다른 허리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렵다"며"1개월 이상 방치 시 수핵 압력이 올라가 디스크 수축이나 파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즉시 전문의 진단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누적손상에 의한 디스크 내장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테니스와 스쿼트 등 순각적으로 몸을 격렬하게 비트는 운동이나 축구, 농구, 줄넘기처럼 허리에 충격이 많이 가는 운동 전후에는 반드시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무리해서 장시간 운동하는 것도 좋지 않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다면 이 같은 격렬한 운동은 피하고 평지걷기나 수영, 고정식 자전거 타기 등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연성과 근육 강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게 좋으며, 운동 전 본인 허리 상태에 따라 적절한 운동 시간과 강도를 선택해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무게 말고 횟수를 늘려라

웨이트 트레이닝은 몸의 근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체지방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면 다양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스포츠안전재단이 발간한 '2015년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바벨 및 덤벨로 인한 부상(33.1%)이 가장 많았고 이어 벤치프레스(25.4%)와 러닝머신(17.1%) 순으로 나타났다. 부상 종류로는 통증(53.5%)과 염좌(39.3%), 좌상(9.2%)이 주를 이뤘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과 여성의 체지방이 각각 18%, 27% 일 때 수명이 길고, 건강한 몸이라고 정의했다"며 "외형의 아름다움을 위해 과도하게 체지방률을 낮추려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신체 특성에 맞게 운동을 하는 것이 부상 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상 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기기 위해선 먼저 근육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익힌 닭가슴살을 결대로 찢으면 실 같은 얇은 가닥을 볼 수 있다. 이 얇은 한 가닥을 근섬유라고 한다.

이 근섬유들이 모여 근육이 된다. 근력운동을 한 다음 날 팔이나 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이유도 이 근섬유의 표면에 상처가 남고 파열되면서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상된 근섬유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근육세포들은 더 크고 단단해지며 근육도 커지게 된다.

결국 10kg의 아령으로 10회 운동을 하든, 8kg의 아령으로 20회 운동을 하든 근섬유에 손상만 간다면 근육 형성에는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무리하게 무거운 운동기구를 고집하기 보다는 본인이 들 수 있는 최대 무게의 80~90%에 약간 횟수를 늘려 운동하는 것이 부상을 예방하고 근육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은 부상의 위험을 줄이는 비결이다. 스트레칭으로 몸이 예열되면 운동 효과도 극대화 되고, 운동 후 통증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운동용 장갑을 끼거나 각종 관절을 보호할 수 있는 리프팅 벨트나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도 부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김상돈 해운대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염좌 부상을 당했을 때는 무작정 진통제를 먹기보다는 파스나 온찜질로 붓기를 가라앉히는 것이 좋다"며 "손상된 조직이 치유되려면 휴식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디스크 내장증 자가진단>

-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할 때 통증이 느껴진다.

- 땅바닥에 앉거나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는 게 힘들다.

-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를 바로 펴지 못한다.

- 재채기를 크게 할 때 허리가 찌릿(뜨끔)하다.

-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 특정 한 자세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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