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캠페인-13. 대구시 동구 율하동 '송해와 오리백숙'
대구시 재향군인연합회장, 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장, 동구 자원봉사센터 단체협의회장 등 정년으로 마침표를 찍은 역할도 수두룩하다.
그는 한평생 남을 위해 살았다. 음식점은 아내에게 맡겨 놓고 바깥으로만 돌았다. 아낌없이 주머니를 털고, 몸으로 뛰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회원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2013년 기부를 시작해 벌써 5년째다. 직원들까지 동참해 그의 가게는 '착한일터'로 지정됐고, 아들과 딸도 기부를 통해 '착한가정' 회원이 됐다. 게다가 대구에서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인 인근 안심1동에 착한가게 40곳, 착한일터 14곳 등 총 62곳의 '착한 회원'을 확장, 작년 8월 '착한마을 선포식'까지 가졌다.
김 사장은 몸에 밴 선행의 배경으로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을 꼽는다. "경북 의성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어렵던 시절이라 구걸하러 다니는 사람이 많았죠. 부모님은 상이군인, 걸인 할 것 없이 동냥하러 온 사람들에게 한없이 베풀었고, 풍물장수가 오면 먹여주고 재워주기까지 하셨어요. 그걸 보고 자란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골프도 안 한다. 가족과의 외식도 어쩌다 한 번이다. 주머니에 10만 원 넣어두면 일주일 가도 그냥 있다. 아까워서 못 쓴다. 아낀 만큼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간다는 걸 잘 알기에. 인생의 좌표점이 아예 이웃에게 맞춰져 있다.
김 사장은 30년 전 대구에 정착하면서 곧바로 홀몸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한 도시락 봉사부터 시작했다. 그게 '나누리 자원봉사단'으로 모양새를 갖췄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과거 주유소를 운영할 때는 장애인들에게 10년간이나 작업장을 제공하며 자립을 돕기도 했다. 당시 10여 명의 장애인이 한 장에 겨우 100원 받는 교복 실밥 따는 일을 했는데 그나마도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2007년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 때는 태안으로, 2013년 태풍 매미가 들이닥쳤을 때는 김천으로, 그리고 지난달 중부 물난리 때는 청주로 달려가 일손을 보탰다. 각종 대형사고나 산불 등 재해재난 지역은 거의 다 다녔다. 만화 주인공 짱가처럼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가 소매를 걷어붙인다. 가히 '짱가할배'라 불러도 좋을 듯싶다.
2000년엔 좀 더 체계적인 나눔 활동을 위해 48세의 나이로 대구미래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만학의 열정을 불태운 끝에 졸업식 때 학장상까지 받았다.
한데 그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고 했다. 주위의 그릇된 시선 때문이다. "저보고 어디 출마할 거냐고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뭔가를 과시하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고, 그냥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거듭 얘기해도 믿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참 답답합니다."
김 사장의 꿈은 따로 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일, 더 많이 아껴서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더 남기고 떠나는 일, 이 두 가지다.
대구=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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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