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캠페인-11. 울산 대왕암공원 인근 '카리스커피'
생계를 위해 소중한 일을 접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오던 나눔교사 활동이 그것이다.
작년 9월부터 한 학기 동안 인근 언양초등학교와 남산초등학교에서 가족에게, 이웃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유치원에서 유아나눔교사로 재능기부 중이던 친구의 권유로 초등나눔교육 전문봉사자 양성과정에 뛰어든 것이다.
"나눔교사 과정 이수를 위해 영남나눔교육센터에 나간 첫날부터 큰 감동을 받았어요. 평소 제가 생각해 온 기부나 봉사에 대한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게 참 많았거든요. 정말 나눔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귀한 시간이었죠. 평범한 주부에서 나눔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교사로 변신한다는 사실도 무척 행복했고요."
그렇게 주 1회, 8시간씩 총 4주 교육을 받고 나눔교사로 배치된 곳이 바로 언양초등학교였다.
아이들에게 가치 있는 것을 가르치고 안내하는 것도 더없이 좋았지만,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교사들끼리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수업 준비 과정 또한 기쁘고 즐겁기 이를 데 없었다.
우선은 나눔에 대해 모르는 아이가 많다는 점에 적잖이 놀랐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저 물질적인 뭔가를 주고, 몸으로 봉사하는 걸 전부로 여기고 있었다. 그 아이들에게 마음도 나눌 수 있고, 감정도 나눌 수 있고, 자연도 나눌 수 있고, 하다못해 눈빛 하나도 따뜻하게 나눌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눔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사실 나눔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중학생인 우리 아이들과의 대화도 많아졌어요. 그날 들은 감동적인 강의 내용에 대해 얘기하면서 말이에요. 더군다나 과거엔 논제 자체가 안 되었던 나눔이라는 가치 있는 일에 대한 얘기라 더 좋았죠. 아이들도 달라져 가는 엄마를 보면서 신기해했어요. 나중엔 아이들까지 생각이 바뀌고 마음이 성숙해지는 걸 느꼈죠. 정말 나눔교육 하나로 얻은 게 참 많은 것 같아요."
그 좋은 나눔교사 일을 기약도 없이 내려놓게 되었으니 그 마음이 어땠을까. 아쉬움이 너무 큰 나머지 '꼭 학교로 돌아가고 말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집에 있는 주부들 모두 나눔교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교사까지 하실 생각이 없다면 강의만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어요. 공짜로 수업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지수가 높아지거든요."
문 씨가 커피전문점 오픈과 동시에 '착한가게' 회원이 된 것도 나눔교사 양성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캠페인 때문이었다.
"기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착한가게 현판'을 붙인다는 게 영 민망하더라고요. 장삿속으로 비치는 것도 싫고요. 그래서 출입문에 안 붙이고 계산대 옆에 세워뒀어요. 그래도 현판 사진을 찍어가는 손님들을 보면서 홍보 효과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하죠. 영업이 정상 궤도에 올라서고 손님도 많아지면 출입문에 붙이는 걸 고민해 볼 생각이에요."
매사가 조심스러운 문 씨는 요즘 기부 방법 하나를 조심스럽게 구상 중이다.
여러 가지 커피 중 하나를 정해 그 메뉴가 올린 매출액을 고스란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일이다.
그 커피 이름은 '나눔 아메리카노'도 될 수 있고, '행복 헤이즐넛'도 될 수 있고, '사랑의열매 카푸치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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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