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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사업가 최모씨(48)는 조기축구 마니아다. 그는 최근 운동하던 중 동료로부터 '종아리 혈관이 많이 튀어나온 것 같은데 괜찮느냐'는 말을 들었다. 평소 다리가 무겁고 저린 느낌이 들긴 했지만 '나이탓'이려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동료는 본인도 얼마 전 병원에서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라며 자신과 비슷해 보인다며 진지하게 치료를 권했다.
심한 경우 2~3㎏의 혈액이 다리에 고여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듯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곤해진다. 비만과 임신, 노화, 하지에 외상이 생긴 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김건우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은 "처음엔 다리가 쉽게 피곤하고 발이 무거운 느낌이 들어도 피로해서 나타난 현상인 줄 알고 방치하기 쉽다"며 "장시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혈액들이 엉켜 혈전을 형성하기도 하고 모세혈관 밖으로 빠져나온 혈액성분과 대사산물로 피부가 검어지며 피부염이나 피부궤양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 조사 결과 2015년 하지정맥류 환자(전체 19만2000명)는 50대(5만명, 26.2%)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4만1000명, 21.5%), 60대(3만3000명, 17.3%) 순이었다.
그 중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의 발생이 훨씬 높다. 의사들은 여성호르몬과 임신을 원인으로 꼽는다.
김건우 원장은 "혈관벽이 약해지고 얇아진 중년 여성은 폐경이 가까워지면서 혈관 탄력도 더 떨어지고 역류를 막아주는 판막도 약해지게 된다"며 "이럴 경우 피가 다리에 고여 하지정맥류가 호발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 다리를 드러내고 다니는 일이 많다보니 치료에 적극적인 편이다. 하지만, 중년남성은 하지정맥류가 발병해도 자각증상이 여성에 비해 적고, 신경도 덜 쓰는 만큼 제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남성 하지정맥류는 대개 비만과 흡연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김건우 원장은 "직장인 남성들은 대개 업무시간에 쫓겨 운동량이 부족하고 회식과 술자리가 잦아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비만인 사람은 날씬한 사람보다 순환 혈액량이 많아져 정맥이 늘어나면서 정맥벽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돼 정맥벽의 약화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흡연은 혈액의 점도를 끈적하게 만들고, 혈압을 증가시켜 정맥 혈관벽과 판막에 손상을 입혀 정맥류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정맥류 초기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꾸준히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정도가 심하면 의학적 처치가 필수다. 최근에는 의료용 접착제로 간단하게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베나실(Venaseal)'이 주목 받고 있다.
베나실은 하지정맥류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도 인정받은 치료술이다.
김건우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원장은 "'베나실'은 문제가 되는 혈관에 접착제를 얇게 도포해 폐쇄시켜 정맥피가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고 하지정맥류를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며 "혈관 초음파검사를 통해 문제의 혈관을 정확히 짚어내는 게 시술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소개했다.
치료법은 신뢰할 수 있지만 성공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해부학적 이해도와 치료경험, 의료장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