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100-35] 셀럽들이 사랑하는 주얼리 제이미앤벨, 디자이너 제이미 킴을 만나다

최정윤 기자

기사입력 2017-07-17 10:38


※세계적인 트렌드를 움직이는 사람들, 방송·예술·라이프·사이언스·사회경제 등 장르 구분 없이 곳곳에서 트렌드를 창조하는 리더들을 조명합니다. 2017년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에디터들이 100명의 트렌드를 이끄는 리더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서른 다섯 번째 주인공은 빈티지&앤틱 주얼리로 셀럽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제이미앤벨(Jamie&Bell)의 디자이너 제이미킴입니다.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최정윤 기자] "아름다움을 찾는 여성은 아름답다."

국내에서 작가 및 배우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던 제이미 킴은 본인만의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다는 바람에 모든 일을 접고 프랑스로 향했다. 패션을 사랑했던 그의 취미는 신상 콜렉터. 하지만 파리에서 만난 빈티지는 끝 없는 새로움 그 자체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압구정 로데오에서 빈티지 숍 제이미앤벨(Jamie&bell)을 오픈했다. 본인의 이름 제이미와 프랑스인 친구의 이름 이자벨의 벨에서 따온 예쁜 숍에는 그가 콜렉터한 빈티지 제품들과 직접 제작한 제품들로 차곡차곡 채워졌다. 어른들의 캔디 숍, 나만 알고 싶은 보물 상자 제이미앤벨은 금새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2009년 제이미앤벨은 주얼리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빈티지 숍의 매력을 한껏 머금은 작은 주얼리들은 저마다의 순수한 빛을 띄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장대 위 고스란히 진열해두고 싶은 장난감 같은 제이미앤벨은 사랑스럽게 반짝이며 동심을 건드린다.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으며 세대 불문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제이미앤벨은 이제 소수의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적인 주얼리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이하 일문일답)


제이미앤벨 이어링을 착용한 배우 김혜수 박신혜 오연서의 모습이다.
사진=제이미앤벨, 오연서 인스타그램

제이미앤벨 이어링을 착용한 배우 신민아 한예슬의 모습이다.
사진=jtbc '비정상회담' 방송화면
-김혜수 신민아 박신혜 오연서 등 국내 톱 셀럽들이 사랑하는 제이미앤벨. 그 비결은 무엇인가.

디자이너 제이미 킴(이하 킴): 처음 빈티지 숍으로 시작, 별다른 홍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왔다. 그 당시 빈티지 붐이 일었던 것도 한몫한 것 같다. 셀럽을 포함한 많은 고객들이 방문해주셨는데, 종종 제작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 분 한 분 커스터마이징 하다 보면 제품을 착용했을 때의 불편함이나 여자들이 원하는 디테일 등 그들의 니즈를 가깝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때 경험이 지금 주얼리 제작 과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제이미앤벨만의 확실한 콘셉트도 중요하지만, 많은 분들이 '참 편하다'라고 말한다. 재구매 고객들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다른 비법이 있나.

킴: 브레이슬릿이나 링 네크리스와 같은 주얼리는 빈티지 제품으로 대체가 되나 이어링은 좀 힘들었다. 이어링은 얼굴 가장 가까이 착용하는 주얼리다 보니 색도 바랜 것보다는 반짝이는 것. 무게도 가벼워야 하며 위생적으로도 결함이 없어야 한다. 이 모두를 취합해서 개발하기 시작했고 때문에 브랜드가 늦어진 감도 없지 않다. 제이미앤벨은 대게의 주얼리 브랜드의 제작 방식과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보통은 귀걸이 앞 모양을 완성하고 여기에 침을 땜하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그건 성분이 좋지 않아 염증 생길 일도 잦고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성형할 때부터 침을 넣어 심는 방법을 연구했다. 또 귓불에 착 달라붙을 수 있도록 디자인에 따라 뒷면의 모양도 다 다르게 한다.


사진=제이미앤벨

컬러 역시 많은 공을 들인다. 처음에는 영국에서 크리스털을 수입해왔지만 제이미앤벨이 점차 볼륨화되면서 메인 스톤부터 부자재까지 자체적으로 조색을 하고 있다.

-주로 영감을 받는 곳은?

킴: 유러피안 빈티지부터 로코코, 바우하우스, 게츠비 스타일까지 좋아하는 모티브가 다양하다. 시각적인 것에만 의존해 제품을 만들면 어느 순간 한계가 오더라. 그래서 만들고 싶은 모티브를 정하고 음악을 들으며 상상한다. 요즘 주로 듣는 노래라면 아이돌 음악이다. 실제로 제이미앤벨 제품을 많이 착용해주는 걸그룹 소녀시대나 트와이스 레드벨벳의 노래를 들으며 색감이나 형태를 만든다.


제이미앤벨 이어링을 착용한 걸그룹 에이핑크 손나은, 트와이스 나연, 블랙핑크 제니, 소녀시대 윤아, 미쓰에이 수지, 소녀시대 티파니의 모습이다.
사진=손나은 인스타그램, 제이미앤벨, LGX블랙핑크 'Stay' 뮤직비디오, 딩고 '오프더레코드,수지', 티파니 인스타그램
-빈티지 숍을 하기 전에는 좀 특별한 일을 했다고 들었다.

킴: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매니지먼트를 운영했는데 당시 만화가 이우일 씨, 양영순 씨 그리고 사진작가 김중만 씨 등 작가들과 함께 일을 했고 이후에는 강혜정, 정설희 등 여자 연예인과도 작업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던 그들이 부러웠나 보다. 엿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 이름을 내세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말이다.

-패션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졌나.

킴: 사실 어릴 적부터 옷에 대한 관심이 컸다. 집안 모임에 나갈 때도 거울 앞에서 한참을 스타일링 하곤 했다. 부모님께도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아버지가 수제화를 만드셨고 그걸 보며 커오다 보니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 또 어머니는 항상 굵직 굵직한 이어링을 하고 계셨다. 반짝이고 예쁜 제이미앤벨은 나의 추억 속에 항상 있었던 것이다. 미술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원치 않으셨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학과에 진학했다. 가끔 아르바이트로 국내에 들어온 해외 모델들의 통역을 도왔는데, 그때 유명 디자이너나 스타일리스트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들의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보면 나도 모르게 몸속에서 꿈틀꿈틀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사진=제이미앤벨
-2005년 압구정로데오에 제이미앤벨 빈티지 숍을 오픈했다.

킴: 좀 더 크리에이티브 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국내 사업을 정리하고 프랑스로 갔다. 프랑스 파리에는 패션 일을 하는 지인들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았다. 그곳에서 주얼리 숍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인 일로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압구정 로데오에 비어있는 가게를 발견하고 그곳에 제이미앤벨을 꾸린 것이다.

-빈티지&앤틱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킴: 원래부터 컬렉터 기질이 좀 있었는데 한국에 있을 때는 슈트 입을 일이 많았기에 타이를 모았다. 신상이 나오는 족족 구입했던 것 같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 가서 에르메스 빈티지 타이를 처음 접했는데 새것보다 훨씬 매력 있고 예쁜 거다. 그때부터 취향이 바뀌었다. 지금도 라벨만 봐도 재미있는 지방시 발렌티노 빈티지 제품 같은 것을 많이 모아놓았다. 샤넬 프리미에르 워치 첫 모델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아끼는 것 중 하나다. 라프 시몬스나 샤넬 빈티지 슈트는 남아나질 않기에 팔았는데 아쉽다. 어떤 면에서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는 건지 하나밖에 없는 걸 팔기는 너무 힘들더라.(웃음)


제이미앤벨 드레스를 입고 있는 신민아 김선아의 모습이다.
사진=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여인의 향기' 스틸컷
-드레스 제작도 진행한다.

킴: 관심이 있어 한 벌씩 만들기도 한다. 2008년에는 남성복 디자이너 박종철의 슬링스톤 2009 S/S 컬렉션 피날레 드레스를 제작한 바 있다. 당시 낸시랭이 모델로 섰다. 또 걸그룹 의상 제작부터 청운대학교 겸임교수로 학생들 졸업작품을 돕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했다. 특히 사랑을 받은 것이 2011년 방영된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배우 김선아가 입은 칵테일 드레스다. 입체 패턴으로 제작된 것으로 원단도 많이 들어갔고 실루엣도 섬세하게 표현됐다. 드라마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김선아 씨가 워낙 예쁘게 입어줘서 드레스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60만 원 후반대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몇 백벌씩 주문이 들어왔다. 신혼 여행을 준비 중인 여자 분들 사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재미로 만들었던 건데 큰 사랑에 감사했다.

-빈티지 숍에서 브랜드로 전향한 계기는 무엇인가.

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20평 남짓 되는 조그마한 공간에서 큰 매출을 이뤘지만, 그보다 좀 더 대중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물론 어떤 분들은 빈티지 숍으로 남아있어 주길 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고객분들이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셨고 이에 보답하고 싶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도 제이미앤벨의 감성을 살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고, 더블유 매거진의 최유경 디렉터 등 많은 분들과의 작업과 조언이 브랜드 론칭에 있어 많은 영감을 준 것 같다.


제이미앤벨 디자이너 제이미 킴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언제 가장 뿌듯한가.

킴: 팝업 매장에서는 소독할 수 있는 알코올 솜을 구비해두고 고객들이 마음껏 착용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대부분 구매로 이어져 뿌듯하다. 또 예전 빈티지 숍을 알고 있던 분들은 더 좋아한다. 니치 향수와 디자이너 브랜드 향수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빈티지&앤티크 스타일을 전문으로 해오던 제이미앤벨만의 주얼리 감성을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그쪽으로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해주는 것 같다. 지난 14일 시작한 신세계 백화점 팝업 행사에도 SNS 소식 보고 간식까지 준비해 오픈하자마자 방문해 주신 고객분이 있었다. 참 행복했다.

-주얼리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여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킴: 가끔 꿈을 꾸는데 총천연색이 펼쳐진다. 꿈속의 색상은 너무 예쁘다. 만화 영화도 그렇고 노을이 지는 풍경도 그렇다. 어린 시절 내 시력이 좀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 여성의 아름다움도 그렇게 다양하고 섬세하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라는 말이 있지 않나.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립스틱 색부터 액세서리까지, 아름다움을 찾는 여성들은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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