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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좌절하지 않습니다."
꽤 잘 나갔다. 입단 첫 해 리그 23경기에 나섰다. 이듬해엔 리그 38경기에 출전했다. 2013년까지 광주 붙박이로 활약한 김수범은 2014년 제주로 둥지를 옮겼다. 이적 첫 해 리그 31경기에 나섰다. 다음해에도 제주의 왼쪽 측면을 든든히 지켰다.
그런데 터질 게 터졌다. 2015년 7월 26일 전남전 후 김수범은 오른발목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참고 뛰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시간이 흘렀다. 2016년 3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또 다쳤다. 5월이었다. "허리가 계속 아파는데 참다가 검사해보니 디스크가 꽤 많이 터졌다더라."
성할 데 없는 몸과 마음. 한데 뭐라도 해야 했다. 구단 마케팅 행사에 몰두했다. "뛰지도 못하는데 팀에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지금 광주에 있는 (정)영총이를 제외하면 내가 제일 많이 참여했다. 뿌듯한 순간도 많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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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마음으로 임한 좋은 일. 그래도 마음 아픈 순간은 있었다. "어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다쳐서 뛰지도 못하는 내 마음이 아플까 쉽게 연락도 먼저 못 하셨다."
잠시 숨을 고른 김수범은 "어머니께 드릴 말씀이 없었다. 무슨 할 말이 있나. 경기장에서 경기력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5개월이 지났다. 몸이 올라왔다. 동계훈련도 소화했다. 2017년 K리그 클래식 개막을 코 앞에 둔 2월. 갑자기 왼발목이 아팠다. "아~ 정말 왜 이럴까…."
절망했다. 누굴 원망할 수도 없었다. 아프고 초라한 자신이 너무 미웠다. 축구화를 벗을까 했다.
벼랑 끝에 선 김수범. 그런 그의 손을 잡아준 이가 있었다. 2013년부터 곁을 지켜준 여자친구다. 다시 힘을 냈다. 좋은 일도 따라왔다. 백년가약을 맺는다. 오는 12월 3일이다. "더 강해져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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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김수범은 달라졌다. 당당하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다. 아픈 종아리보다 동료들의 쓰린 가슴이 우선이다. "리그 초반 팀이 좋을 땐 다 좋은 이야기였는데 팀이 조금 힘들어지니 모진 말씀 하시는 분들이 많다. 선수들도 죽을 힘으로 뛰는데 큰 상처를 받는다. 넓은 마음으로 조금만 더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다. 믿음에 꼭 보답하겠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