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기부와 봉사가 인생 전부인 전주 각시미용실 김미선씨

최재성 기자

기사입력 2017-07-04 17:19


착한가게 캠페인-7.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각시미용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서부시장 골목에는 '빨간천사'가 산다.

옷이라고는 빨간색 정장 한 벌이 전부인 '각시미용실' 김미선 대표(58)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한 건 작년 11월이지만, 그 사이 서부시장 상인 6명을 착한가게 회원으로 영입했을 만큼 기부문화 조성에 적극적이다.

미용실에 소복하게 머리를 말고 앉은 동네 할머니들은 그녀를 가리켜 "불쌍한 이 도와주려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들어 보니 기부나 봉사를 위한 활동폭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녀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국하고 반찬부터 장만한다. 주변 장애인들과 독거노인들이 먹을 점심이다. 미용실 건너편에 마련한 식당에서 하루 평균 40~50명이 점심을 해결한다. 20년째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아껴 기부금에 보태려고 작년에 남편 박상권 씨(65)를 주방에 밀어 넣었다. 매일 밥 짓는 데 들어가는 쌀이 10㎏. 휴일 빼고 얼추 계산해 봐도 그동안 밥 지은 쌀이 60톤이다.

게다가 2년 전부터는 매주 월요일 극도로 빈곤한 가정 24곳에 도시락도 배달한다.


무료배식이라고 대충 콩나물국에 김치와 반찬 두어 가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느 가정집 밥상이나 일반음식점 백반이 되레 소박해 보일 정도로 알찬 밥상이 매일 차려진다. 화끈한 그녀 성격에 주고도 욕먹을 짓은 안 한다.

밥 짓는 데 드는 비용은 매월 4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무료배식에 300여만 원, 도시락 배달에 100여만 원이 든다. 그동안 배고픈 이에게 제공한 밥값만도 얼추 7억 원이 넘는다. 좋은 일 한다고 멀리서 일부러 머리하러들 와 매출을 올려주니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

"얼마 전에는 식당 앞에 남루한 할아버지 한 분이 서서 배고파 왔다며 밥 좀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거예요. 할아버지도 울고 저도 울었어요. 자전거로 30분 거리를 달려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언제든지 오셔서 맘껏 드시라고 했죠."

그녀가 숱한 봉사활동 중에서도 유독 끼니에 매달리는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부산아지매' 김 대표는 결혼 후 수원에서 부자 소리 들으며 살다가 25년 전 남편의 사업 실패로 알거지가 됐다.

"다짜고짜 전주로 내려왔는데 월세방 구할 돈은 고사하고 여관비조차도 없었어요. 나중에 돈 벌면 준다 하고 6남매 앞세워 한 여관으로 밀고 들어갔죠. 그때 배곯은 건 말로 다 못합니다. 정말 배고파서 돌아버리겠더라고요. 어쩌다 빵 한 조각 생기면 애들 주고 저는 밖에 나와 물 한 사발 마시고 그랬어요. 교회에서 밥 얻어다 애들 먹이기도 하고요. 배고픈 설움 참 많이 겪었습니다."

그렇다고 무료배식이 봉사의 전부는 아니다. 10년이 넘도록 관내 사회복지법인에 해마다 100만 원 이상 보내고 있고, 매월 무료 파마 쿠폰 25장을 주민센터에 보내 어려운 할머니들에게 나눠주게 하고, 요양병원에 가서는 치매를 앓는 할머니들 목욕도 시킨다.

몇 년 전에는 요양병원에서 가족이 없는 치매 할머니 한 분을 집으로 모시고 와 작년에 돌아가실 때까지 3년을 모시기도 했다.

"그 할머니는 제가 딸인 줄 아시더라고요. 그러니 어떻게 병원에 두고 오겠어요. 신기하게도 그때부터는 기저귀를 가는 데도 아무 냄새가 안 나더라고요."

지금은 장애인 둘을 집에서 보살피고 있다.

그녀는 지금 입고 있는 빨간색 정장 말고는 옷이 없다. 그 옷 입고 가위질하고, 그 옷 입고 밥 짓고, 일 생기면 그 옷 입고 서울도 오간다. 관광버스 타고 놀러 가 본 적도 없다. 제주도에도 못 가봤다. 목욕도 무조건 집에서 한다. 자기한테 투자하기 시작하면 봉사는 못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글·사진=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희한하게 옛날부터 제 주변에는 없는 사람들만 몰리더라고요. 그러니 지금 하는 일들은 아마 제가 죽어야 끝이 날 겁니다." 김미선 대표가 말하는 기부와 봉사에 대한 각오다.


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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