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별전 '순간의 풍경들,『청구영언』한글 노랫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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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영언은 1728년 김천택(金天澤, 생몰년미상)이 개인 문집에 실려 있거나 구전으로만 전하던 가곡의 노랫말 580수를 한데 모아 악곡을 중심으로 시대별, 인물별로 엮은 책이다.
고려 말부터 1728년 편찬 당시까지 임금, 사대부, 기녀, 중인, 무명씨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가곡의 노랫말들이 한글로 실려 있다. '청구'는 '우리나라', '영언'은 '노래'라는 뜻이다.
청구영언의 편찬을 계기로 우리말 노래를 쉽게 익히고 전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한글 노랫말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전환점이 됐다. 다시 말해 우리 노랫말의 원형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청구영언'이다.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 관장은 "역사적 문학적 가치가 빼어난 청구영언의 원본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만큼,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이 원본 내용과 고려 말 이후의 풍류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그간 청구영언 원본은 몇몇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었다. 대신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가 발행한 활자본 '김천택 편 청구영언'을 통해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을 따름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지금까지 밝혀진 '청구영언' 이라 불리는 다른 책 10권도 함께 전시된다.
권순회 한국교원대 교수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청구영언의 원본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어 보다 정확하고 엄밀한 연구가 가능해졌다"면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청구영언 '진본 청구영언'이라 부르는 관행을 지양하고, '김천택 편 청구영언'이라는 공식적인 학술 용어를 쓸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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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선보이는 국립국악원 소장 '가곡원류'는 박효관과 안민영이 필사한 원본이며,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 소장 '해동가요 박씨본'은 현재 전하는 '해동가요'계 중 가장 원본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3대 가집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가집들도 함께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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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시품의 2/3에 달하는 45점의 유물은 그간 연구 자료로 조사된 적은 있지만,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일반인들이 옛 노랫말에 쉽고 편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다음으로 수집된 각종 유물을 관람하는 순서로 기획하였다. 전시는 크게 1, 2부로 구성하였다.
우선 1부 '삶의 순간을 노래하다'는 현대적인 서울의 도심 공간을 배경으로 옛 노랫말의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풀어냈다, 매혹적인 도시 한양의 시정과 일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노랫말,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다양한 노랫말, 노래를 짓고 부르던 풍류방 속 주인공인 여항인(閭巷人)의 노랫말을 영상과 공간 연출 등을 통해 소개한다.
2부 '세상 노래를 모으고 전하니'는 '청구영언' 원본과 함께 편찬 배경과 과정, 책의 구성과 노랫말 등을 소개한다. 조선 후기의 다양한 가집들과 연행 시 사용했던 악기와 악보, 교과서 등에 실린 청구영언 노랫말의 변화상, 현대로 이어지는 가곡창의 연행과 시조창의 차이점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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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구영언' 420번 노랫말인 '푸른 산도 절로절로'는 현대적인 감각의 새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영화 '부산행' 등의 음악을 담당한 장영규 작가가 작곡을 맡았고, 여창 가객 박민희가 노래를 불렀으며, 이를 Jean-Julian Pous 교수(국민대학교)가 영상으로 연출하였다. 2부 마지막에는 미디어테이블을 설치하여 '청구영언' 노랫말 580수 전체를 주제별, 작가별로 검색하고 읽어볼 수 있게 하였으며, 원문의 검색도 가능하다.
'청구영언' 「만횡청류」에 실린 조선 후기 '한양'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노랫말들은 오늘날 현대인의 일상과 매우 닮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런 점들에 특별히 주목하여, 기존의 전시 연출과는 다른 작업도 시도했다. 짝사랑, 불안한 사랑의 시작, 이별, 불륜 등을 다룬 '사랑의 노랫말'은 도시 뒷골목을 연출하여 그 벽면에 낙서처럼 연출했다. 특히 노랫말의 맛과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써서 적었으며, 노골적이고 뜨거운 사랑과 욕정의 노랫말 17수는 이진경 작가가 손 글씨와 그림을 맡아 진행했다.
전시 개막은 28일 오후 4시에 시작한다. 개막식 참석자에 한해 청구영언 영인본 및 주해서를 배포할 예정이다.
국립한글박물관 김철민 관장은 "우리 전통 가곡의 노랫말을 선보인 이번 전시를 통해, 옛 선인들의 일상과 노랫말에 담긴 감성을 느껴보시기 바란다"면서 "앞으로 18세기 가곡 노랫말의 전문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