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스포츠, 얼핏 멀어보인다. 체육인들은 행여 구설에 오를까 일부러 슬금슬금 피하기도 한다.
이게 맞는 것일까. 민주주의 선거에서 표는 지분이다. 각 분야별 이익 단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펼치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지난 해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한 후보는 "650만 체육인을 대표해 내년 대선에서 체육계에 우호적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이례적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체육인들이 회장 말 한마디에 대동단결 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리는 없다. 다만 체육인이라면 학연, 지연보다는 체육 분야에 관심이 많고, 개념이 있으며, 발전시킬 의지가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게 맞다.
그래서 준비했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의 체육 정책을 살펴볼 기회를 마련했다. 스포츠조선이 5명의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체육 관련 공통 질문을 던졌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전 쉽게 접하기 힘든 체육 관련 특화된 정책 비교의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광의로는 전 국민의 스포츠 주권, 협의로는 650만 체육인들, 스포츠 꿈나무의 미래가 걸린 선택이다. 진정한 '스포츠 대통령'은 과연 누구일까. 각 후보 별 체육 정책을 기호 역순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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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58)는 고(故) 최동원의 광팬이었다.
심 후보의 정치인생은 마운드 위에서 혈혈단신 강속구를 뿌렸던 최동원과 꼭 빼닮았다. 심 후보는 노동자의 인권 신장을 위해 외롭지만 꿋꿋하게 강속구를 뿌려댔다. 그는 노동운동 25년, 진보정치 14년 내공을 바탕으로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심 후보와 스포츠는 인연이 깊다. 2014년 프로야구 롯데 선수단 원정숙소 CCTV 사찰 문제를 밝혀냈고, 프로야구 노조 결성을 강조했다. 또한 인권의 사각지역에 있었던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앞장서왔다. '노동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그 답게 체육정책의 기본 역시 노동과 정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금메달, 1등, 경쟁'이 아닌 '노동과 복지, 공존과 연대'가 중심이 되는 스포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심 후보가 그리는 '스포츠 대한민국'의 핵심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체육정책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은.
그동안 한국의 체육은 국가의,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도구'로 이용돼 왔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는 체육 정책이 국가와 권력에 의해 도구화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에게 보여줬다. 체육, 스포츠 활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 스포츠기본권의 확립을 위해 '스포츠기본법'을 만들겠다. 동시에 '인권과 복지의 증진', '공공성과 투명성의 확대', '평화와 정의의 실현'이라는 기조의 체육정책을 수립하겠다. 체육 현장의 노동자들, 체육인들과 함께 '금메달, 1등, 경쟁'이 아닌 '노동과 복지, 공존과 연대'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국민체육시대를 열겠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인프라의 사후활용 대책과 성공 개최를 위한 방안은.
2015년 '나가노를 통해 평창의 길을 묻다' 국회토론회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및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 등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적이 있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장을 포함한 인프라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 여부는 2주간의 대회기간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인프라의 사후관리, 환경-생태에 대한 복원, 스포츠이벤트 유치·조직·관리에 대한 법제도의 정비 등을 모두 포함해 판단해야만 한다. 스포츠, 환경, 경제, 행정 전문가 및 시민들과 함께 대회 인프라의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점검 및 대책을 마련하겠다. 개폐막식장, 경기장, 숙소 등이 대회 이후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활용방안을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겠다. 가리왕산을 포함한 강원도의 생태-환경 또한 대회 이전의 상태로 복원될 수 있도록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겠다. 현재의 '국제경기대회지원법'을 개정해 유치 과정에서의 사업계획 심사 강화, 국제경기대회에 대한 사전영향평가제도 도입, 개최도시 및 지자체의 권리, 의무, 책임을 규정하는 제도 도입 등 메가스포츠이벤트의 유치, 조직, 관리, 평가 등에 대한 법제도 개선에 나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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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도 점차 성차별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늘어나고, 다양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체육계는 그 변화가 아직 더디다. 최근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체육지도자, 주요 체육단체의 임원 등에서 여성의 비율은 매우 낮다. 아직도 여성들에게 체육계의 '유리천장'은 견고해 보인다. 스포츠활동 전 분야에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게 법제도 정비 및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 '스포츠기본법'에 양성평등에 대한 내용을 규정해 성별에 상관없이 원하는 종목의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일반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할 권리를 확장하고,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 학교체육 정상화의 시작이다. 전담 기구를 만들고 학교스포츠클럽과 학교운동부를 통합 운영해 일반학생들의 스포츠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학생선수의 저변 확대를 끌어내겠다.
시설 보완과 확충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 실내체육관, 육상트랙, 축구장 등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특정 종목에 치우치는 경우도 많다. '2016 학교체육특정성별영향분석'에 따르면 학생들이 가장 희망하는 체육시설은 바닥에 매트가 깔린 무도실과 무용실이다. 최근 미세먼지 위험의 증가로 실내체육 수업을 위한 실내체육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교육부, 체육회, 문화부 등 관련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시설 보완에 힘쓰겠다. 위생과 인권을 위한 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샤워실과 탈의실이 대표적이다. 2016년 기준 전국 6417개 초중고 중 탈의실이 없는 학교가 5886개에 달한다. 여성 스포츠 활성화의 관점에서도 남녀 구분된 샤워실, 탈의실 확충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스포츠강사의 처우개선 문제도 중요하다. 스포츠강사의 수업만족도는 95%로 높지만, 이에 반해 그들의 신분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11개월 단위의 계약직, 낮은 임금, 게다가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고용률 또한 낮아지고 있다. 2013년 6051명이던 스포츠강사는 2016년 들어 2098명으로 65%나 감소했다. 학교체육의 활성화를 위해 스포츠강사에 대한 예산 증액과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
-통합된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체육의 상생 발전에 대한 견해는.
통합을 통한 상생 발전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통합이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되면서 말 그대로 '통합'이 아닌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질적인 '통합'의 의미를 구현하고, 현장 체육인 중심 운영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통합체육회가 정부로부터의 독립적인 운영, 상향식 의사결정구조의 마련, 시민친화적인 체육정책을 통한 스포츠생태계를 확립할 수 있게 하겠다. 생활체육의 저변을 기반으로 우수선수를 선발하는, 리그제의 1부 리그에 속한 선수들이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방식의 시스템을 구축해,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체육의 상생 발전을 도모해 나가겠다.
-제2의 정유라 사건 방지를 위한 체육특기자 선정, 특혜에 대한 관리 대책은.
현행 체육특기생 입시제도는 학생선수, 학부모, 대학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 것이 '정유라 사건'이다. 근본적으로는 서열화 된 교육제도, 입시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줄세우기, 경쟁, 서열화가 아닌 자격시험 중심의 입시제도 개혁을 포함한 교육과정, 평가지표, 대학진학 및 사회진출 등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변화가 필요하다.
특기에 기반한 입시 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는 체육특기자 대학입시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학생선수들의 학사관리 및 학업에 대한 기준 강화를 추진하되, 장기적으로는 학교스포츠클럽과 학교운동부의 통합 운영 및 학교체육 전담기구의 설치를 통한 대학스포츠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현행 체육특기생 입시제도 역시 전혀 다른 선발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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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독립적인 '체육청' 설치의 취지에 공감한다. 이는 그간의 체육 관련 정책이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에 분산되면서 일관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문화이자, 복지이며, 국민 건강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일관된 체육정책의 부재가 아쉬울 때가 많았다. 다만, 독립 '체육청'이 만들어지더라도 체육정책은 교육, 문화, 복지, 의료 관련 중앙부처와 긴밀한 협조 하에 입안되고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 없이는 자칫 체육청이 '독립'이 아닌 '고립'속에 또 다른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체육정책의 독립성과 함께 교육·문화·복지·의료 정책과의 연계 또한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행정체계를 모색하도록 하겠다.
-스포츠토토 기금 공정분배에 대한 개선 방안은.
스포츠토토 기금 공정분배의 문제는 현재 국가 체육재정 체계와 연결되어 있다. 현재 체육재정의 대부분이 스포츠토토의 수익금으로만 조달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금 분배의 문제에 더 매몰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체육정책 재원확보의 기반이 '국고'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현재 0.4%에 채 못 미치는 체육재정을 점차 확대시켜 나가겠다. 체육계가 요구하고 있는 1% 예산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
체육재정에 대한 국고 확보와 복지·교육·문화·의료와 연계한 체육정책의 확대를 전제로 스포츠토토 기금 수익이 다양한 체육활동을 즐기는 시민에게 제대로 쓰이고 국민 기본권으로 '스포츠기본권'이 확산되는데 정의롭게 사용·분배될 수 있도록 체육인과 시민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다.
-스포츠 존립을 위협하는 부정행위 방지 등 공정한 스포츠생태계 구축 위한 방안은.
체육, 스포츠 활동에서 공정성 확보는 가장 근본적 가치다. 스포츠의 공정성과 정의를 가로막고 훼손하는 입시비리, 승부조작, 도핑 등 적폐 청산을 위해 상시 모니터링 제도 도입 및 신고체계 강화, 도핑 관련 부족한 전문인력 양성 및 배치, 부정행위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 강화 및 의무화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
스포츠에서 판관 역할을 할 심판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독립성 강화를 위해 경기단체장의 심판위원회 구성 개입을 차단하고, 독립적인 심판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계약직 심판을 축소, 폐지하는 등 심판의 역량 증진과 권위 신장, 직업 윤리 강화 등 처우개선을 통해 승부조작을 미연에 막을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체육계의 전반적인 문화를 바꾸고 공정한 스포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학교체육에서부터 합숙이 강요되고, 감독과 선수, 선후배 간의 폭력이 대물림되는 현실,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운동에만 몰두하는 인식에 대한 체육계 전반, 나아가 사회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평소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이나 선수가 있는지.
야구를 좋아한다. 선수 중에서는 최동원 투수를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김연아를 응원하고 있다.
-실제 참여하고 즐기는 생활스포츠가 있는지.
지역구인 고양시 사회인 야구단 저스티스 소속이다. 가끔 경기할때 가서 격려도 하고 시구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