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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꽃의 향연 속으로 떠난다!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7-04-25 15:24


곡우(20일)와 입하(5월 5일) 사이 봄은 절정을 맞는다. 초목은 짙푸름을 더해가고 산야를 수놓는 들꽃들의 자태는 더욱 화사하다. 이 무렵엔 우리 땅 어디를 찾아도 싱그러운 봄기운에 흠뻑 젖어들 수 있어 행복하다. 특히 4월 하순부터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철쭉은 군락을 이루며 산 능선을 붉게 물들인다. 황량한 겨울을 이겨낸 초목과 붉은 꽃의 조화란 차라리 마법에 가깝다. 지리산, 일림산, 덕유산 등 드넓은 산야에 피어오른 진분홍 철쭉 감상지를 소개한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만춘에 접어든 이즈음 화사한 철쭉꽃이 요원의 불길처럼 산정을 향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눈부신 철쭉 꽃밭 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덧 봄의 절정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사진은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 군락지.
<사진=남원시 제공>
◆바래봉(남원)

전북 남원시 운봉읍 소재 '바래봉'(1167m)은 덕유산, 한라산 못지않은 국내 최고의 철쭉 명산이다. 산모양이 마치 스님의 발우공양 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 같다 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바래봉 철쭉 산행은 운봉읍 용산리 부터 시작한다. 마을을 벗어나 등산로를 따라 1㎞ 정도만 걸어도 운봉 종축장 초지를 배경으로 철쭉의 자태를 실컷 맛볼 수 있다.

바래봉 철쭉의 백미는 정상에서 약 1.5km 거리의 팔랑치 구간이다. 바래봉 정상에서는 지리산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남서쪽으로 뻗은 철쭉 군락지를 따라 팔랑치 까지 간다. 팔랑치에서 산판 길을 따라 산덕리~운봉읍으로 내려가는 길과 계속 직진해 세걸산~정령치 까지 가는 종주코스, 내령리~뱀사골 입구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지리산에는 세석평전 등 유명 철쭉군락지가 있지만 산악인들은 바래봉의 것을 더 쳐준다. 특히 대다수 산철쭉이 분홍빛을 띠는 것과는 달리 바래봉 철쭉은 붉어서 눈부심이 더하다.

바래봉 철쭉은 일기에 따라 개화시기가 1~2주 조정된다. 대략 4월 하순~5월초에는 800m선, 중순으로 접어들면 정상에도 철쭉꽃이 만개한다.

남원에서는 철쭉꽃 명소로 아영면 소재 '봉화산'(해발 920m)도 빼놓을 수 없다. 전북 남원시와 장수군, 경남 함양군의 경계에 솟은 봉화산은 이름 그대로 예전에는 봉수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산 아래로는 흥부마을과 백제 요충지 아막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봉화산의 철쭉꽃
봉화산 철쭉은 유독 키가 크다. 때문에 4월말부터 산 아래와 중턱 사면, 암릉 곳곳에는 '꽃터널'이 펼쳐지는데, 5월초 매봉 정상부 까지 드넓게 군락을 이뤄 온통 꽃동산을 연출한다.


가는 길=완주-광양고속도로 남원IC~운봉읍~바래봉/운봉~인월~아영면 봉화산

먹을거리=국산 미꾸리(둥글이)를 곱게 갈아 운봉 고랭지 시래기에 들깨를 넣고 끓인 추어탕이 맛나다. 운봉의 흑돼지도 명품이다. 삼겹살, 순대, 김치찌개 등이 별미다.

◆일림산(보성)


일림산에 핀 철쭉꽃
이무렵 전남 보성을 찾게 되면 초록의 차밭과 핑크빛 철쭉꽃의 정취에 젖어 들 수 있다. 차밭이 푸르름을 더해갈 즈음 일림산 철쭉은 화사한 자태를 자랑한다. 특히 일림산-초암산 등 보성의 산야에서는 화사한 철쭉이 요원의 불길처럼 산정을 향해 불타오른다. 제암산과 사자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의 철쭉군락지 길이만 12.4㎞. 100만평 규모의 철쭉밭이 장관을 이룬다. 일림산은 4월 하순부터 붉은 꽃 사태를 만난다. 25일 현재 60%의 개화율을 보이고 있다.

십 수 년 전 치산사업 이후 일림산 철쭉꽃의 자태는 더욱 부각됐다. 일림산 철쭉은 키가 큰 데다 색깔이 붉고 선명해 더 멋진 자태를 자랑한다.

일림산은 가는 길도 운치가 있다. 이른 새벽 짙은 안개를 뚫고 달리는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이 압권이다. 또 산행로 입구의 용추골 편백나무 숲을 흐르는 계곡수도 맑고 청아하다. 산을 향해 이어진 초록의 임도를 걷는 기분도 상큼하다. 한치재와 일림산의 중간쯤에 자리 잡은 해발 627m의 이름 없는 봉우리까지는 1시간여. 연분홍으로 물든 부드러운 능선이 일림산 너머 작은 봉과 제암산으로 이어진다.

일림산 정상에 오르면 철쭉꽃의 풍광 속에 제암산, 월출산, 무등산과 득량만, 보성읍 등 사방이 한눈에 펼쳐진다.

보성엔 초암산 (576m) 철쭉도 유명하다. 겸백면과 율어면의 접경지에 자리한 초암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 가을이면 억새가 아름답다. 일림산·제석산에 비해 덜 알려져 호젓한 여정을 꾸릴 수 있다. 정상 주변 철쭉 군락지가 장관이다.

한편 보성의 녹차밭에서는 이 무렵 연중 가장 좋은 품질의 차를 수확해 명품 햇차를 맛볼 수 있다.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29번 국도~보성.

먹을거리=득량만의 바지락이 제철이다. 아울러 첫 차수확철을 맞아 녹돈과 녹우를 비롯해 녹차수제비 녹차떡 녹차냉면 녹차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녹차 가공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덕유산(무주)


무주 덕유산 철쭉 군락지
국내 대표 철쭉 군락지로는 덕유산(1614m)을 빼놓을 수가 없다. 덕유산 철쭉 군락지는 정상 향적봉에서 남쪽으로 20분 거리인 중봉 일원으로, 1㎞ 넘게 화사한 철쭉군락이 펼쳐진다. 그 모습이 장관을 이뤄 '철쭉 꽃밭에서 해가 떠 철쭉 꽃밭으로 해가 진다'는 말이 따를 정도다.

덕유산 철쭉의 개화 시기는 좀 늦다. 하단부는 5월초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향적봉 일대의 정상부는 5월 하순 부터 6월 상순까지 고운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이무렵 중봉일원은 분홍빛 철쭉꽃과 함께 노란빛 원추리도 피어나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촬영 포인트가 된다.

덕유산 철쭉 감상은 당일산행으로도 가능하다. 삼공리~백련사~향적봉, 삼공리~백련사~오수자굴~중봉, 그리고 안성면쪽 칠연계곡 코스를 택하면 된다.

원점회귀산행을 원한다면 백련사 기점 산행이 좋다. 삼공리 여관촌에서 백련사까지 6km 완만한 계곡 길은 이무렵 신록의 기운이 한창이다. 특히 구천동 계류에는 월하탄, 청류동 등 멋진 소와 담이 비경을 담아낸다.

향적봉 정상에서 백련사까지는 1시간이면 하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발 910m의 백련사까지는 내려오는 길은 가끔 급경사 길도 나서는 만큼 자연을 음미하며 여유있게 하산하는 게 좋다.

편안한 가족여행을 계획한다면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정상에 올라 다시 나무계단을 따라 30여분 가볍게 산책하듯 산을 오르면 향적봉 정상이다. 주목 군락이 있는 향적봉에서는 멀리 가야산, 지리산 연봉도 감상할 수 있어 발품이 아깝지 않다.

덕유산의 운무와 아침 기운 속에 철쭉꽃을 감상하고자 한다면 향적봉 대피소(063-322-1614)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방법이다. 38명 정원의 산장에서는 성수기(5~10월) 하룻밤 1만 1000원의 숙박료를 받는다. 담요 렌트는 2000원.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판암 IC~대진고속도로 무주 IC~무주읍~덕유산

먹을거리=민물고기로 죽을 쑨 무주의 토속 음식 어죽과 민물매운탕이 유명하다. 또 구천동쪽에서는 푸짐한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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