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변비약'과 '비데'가 치질을 악화시킨다?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04-13 09:29





#택시기사 김모씨(48세)씨는 올 초부터 배변할 때 선홍빛 출혈이 있었다. 변비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 변비약을 복용하고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직업 특성상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증상이 악화돼 결국 대장항문외과를 찾았다. 진찰결과 김씨는 정확한 '치질'의 종류를 파악하지 못한 채 변비약을 복용함에 따라 '치핵'이 악화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직장인 윤모씨(33세)는 좌욕을 꾸준히 하면 치질 증상에 좋다고 해서 하루에 30분씩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 병원을 찾았더니 잘못된 방법으로 좌욕을 하는 바람에 치핵이 심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직장인 백모씨(29세)는 비데 관장이 변비와 치질 예방에 좋다고 해서 일주일에 2번은 비데 관장을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배변 시 통증과 출혈이 더 심해져서 병원을 찾았더니 잦은 비데 관장 때문에 오히려 치열이 악화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절반 이상이 한 번쯤은 경험하는 '국민질환'이 '치질'이다. 치질에 대한 관심과 주의는 100년 전 신문에서도 볼 수 있다. 조선일보의 1920년대 신문에는 치질 환자에게 '아편'을 먹였다는 기사가 실렸고, 1930년대에는 관련 건강강좌 개최 소식도 확인된다. 치질은 질환의 발생부위 때문에 자칫 비위생적인 사람들이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사지만 오히려 위생에 철저한 사람들이 걸리기 쉬운 질환이다. 특히, 지금은 보편화된 화장실 내 위생생활용품인 '비데'와 변비와 다이어트를 위해 애용하는 '변비약'이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치질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자칫 치유가 아닌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잘못된 상식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질 환자는 약 85만명에 달한다. 특히, 50세 이상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절반 이상이 치질로 불편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치질은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항문질환이지만 치질 증상을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거나 치핵이 늘어나는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치질은 '치루', '치열', '치핵' 등 다양한 항문 질환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발병 부위와 증상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배변 시 출혈 및 통증이 나타난다고 모두 치핵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치질은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이 아닌 식이요법이나 좌욕, 약물 등 보존적 요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종류별 주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증상을 통한 치질 종류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핵' 변비약 복용 시 악화

치핵은 우리나라 전체 치질 환자의 약 70% 정도가 앓고 있는 질환으로 항문 벽에 혹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핵이 나타나면 항문 주변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배변 시 출혈을 동반한다. 치핵을 방치하면 나중에는 자리에 앉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치핵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지만 잘못된 배변습관으로 발생한 변비가 주원인이다. 이 경우 변비를 해소하기 위해 변비약을 복용하면 잦은 설사로 항문에 울혈이 생겨 오히려 치핵 증상이 악화된다.

민상진 메디힐병원 병원장은 "일부 환자들 중에는 치질을 변비약이나 치질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장을 자극하는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장이 약 없이 기능을 하지 않아 오히려 항문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보통 치핵 초기인 단계에서는 식이요법, 변 완화제 사용, 좌욕 등 배변습관을 교정하는 것으로 치료가 가능하므로 배변 시 항문 주변에 혹이 만져지거나 출혈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치열' 궤양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치열은 배변 시 항문 근육이 긴장해 찢어지는 것으로 대부분 변비로 인해 딱딱한 대변이 나올 때 발생한다. 배변을 할 때는 물론 배변 후에도 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휴지에 묻을 정도의 피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과음한 다음날 배변 시 피가 나오는 일시적인 증상과는 다르다.

치열은 초기에는 상처가 깊지 않지만, 잘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찢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면 상처가 깊어져 '궤양'이 될 수도 있다.

민상진 병원장은 "만일 자신의 배변 횟수가 주 3회 이하라면 단순 소화불량이 아닌 변비를 의심하고 치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배변 시간은 최대한 3분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치루' 수압 센 '비데' 사용 시 악화

치루는 항문 내부와 항문 밖 피부 사이에 서로 통하는 관이 생기는 질환이다.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거나, 배탈이 잦아 설사를 자주 하면 항문샘에 세균이 들어가 염증과 고름이 생기게 된다. 이 증상이 반복되면 고름이나 피가 속옷에 묻어 나오는 치루로 발전하게 된다.

치루가 생기면 초기에는 항문 안쪽이 따끔거리고 항문 주위에 혹이 난 것처럼 붓는다. 항문에 열이 나거나 감기처럼 온몸에 열이 오르기도 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일상이 어려울 정도의 통증과 함께 항문이 심하게 부풀어 오르며 고름이 터져 나온다. 고름이 터지는 것을 저절로 나은 것으로 착각해 치료를 미루면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붓고 터지기를 반복하며 만성치루로 이어진다.


<야근, 회식, 야식의 3박자가 모이면 치질!>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경우 치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잦은 회식과 음주, 만성피로 등으로 간 기능이 저하되면 치질의 원인이 되는 '항문 고혈압'이 유발되기 쉽다.

잦은 술자리는 독이나 다름없다. 알코올은 항문의 혈관을 확장시켜 치질 조직의 피부나 점막을 부풀어 오르게 해 항문질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야식으로 즐겨 찾는 피자, 족발, 치킨 등의 기름진 음식은 변비와 설사를 유발하고 항문을 자극해 치질 질환을 촉진할 수 있다. 설사에 포함된 분해되지 않은 소화액은 항문과 항문 점막을 손상시키고, 항문 농양(균의 침입으로 염증이 생겨 고름을 만드는 것)의 원인이 된다. 농양이 만성화되면 치루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변비와 치질을 부르는 잘못된 생활습관>

- 아침밥 대신 선택한 '5분의 단잠'이 변비의 원인

일반적으로 배변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아침잠에서 깬 후와 아침 식사 후이다. 아침식사를 하면 위와 결장 간의 반사 작용으로 대장운동이 촉진돼 대변 신호를 보내는 직장이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거르고 5분의 잠을 선택해 늦잠을 잔다면 '배변의 황금 시간대'를 놓치기 쉽고, 출근 후 회사나 학교생활 중 변의를 느끼더라도 여건이 되지 않아 참아야 할 경우가 많다.

반복적으로 화장실에 갈 타이밍을 놓치거나 배변을 참는 횟수가 많아지면 직장 신경의 감각 기능이 둔해져 항문 괄약근이 제대로 이완되지 않는 직장형 변비가 발생한다.

직장형 변비가 생기면 힘을 줘도 변을 보지 못해 그대로 화장실을 나오게 되고 증상이 심해지면 스스로 배변하기 어려워지고 치질로 진행될 수 있다.

아침식사를 할 여건이 안된다면 공복에 차가운 물이나 우유 한 잔을 마셔 대장운동을 반사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좋다.

- 센 비데, 비데 관장은 괄약근과 직장 등 손상시켜

시원하고 개운한 느낌을 위해서 비데 수압을 과하게 높이거나 변비 해소를 위해 비데 관장을 시도하면 오히려 치질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초기 치핵 환자가 강한 수압으로 비데를 사용하면 항문에 경련이 일어나고 치핵 주변의 혈관이 터져 심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변비로 인한 급성 치열로 항문 점막에 상처가 생긴 상태라면 강한 물살 때문에 괄약근이 자극을 받아 출혈과 통증이 심해진다.

비데를 이용해 습관적으로 관장을 하면 항문의 개폐를 담당하는 괄약근과 직장, 대장에 복합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비데는 용변을 본 후 하루 1~2회 정도, 3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데 관장을 6개월 이상 지속하면 항문과 직장 신경의 감각이 둔해져 변이 직장까지 도달해도 변의를 느끼지 못하는 변비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 좌욕 꾸준하게 제대로 하면 항문 형액순환 도움줘

좌욕을 꾸준히 하면 항문 조임근이 이완돼 항문압이 낮아지고, 괄약근 주변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므로 치질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흔히 좌욕이라면 따뜻한 물을 받아 엉덩이를 오래 담그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치질 질환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랜 시간 쪼그려 앉아 있을 경우 항문 혈관의 압력이 증가하거나 치열 부위 상처가 덧날 수 있다.

올바른 좌욕법은 좌욕기나 샤워기와 같이 거품(에어버블)을 발생시켜 항문 주변을 마사지할 수 있는 기구를 이용하는 것이다.

좌욕기가 없다면 일반 샤워기를 이용해 물살이 세지 않게 조정한 후 자신의 체온과 비슷한 37~38℃의 온도로 항문 주변을 마사지해 주면 된다. 권장 좌욕 시간은 3분 정도가 적당한데 좌욕을 하면서 노래를 틀어두면 시간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된다. 보통 대중가요 한 곡 정도가 소요될 시간이기 때문이다. 좌욕 후에는 물기가 남아있지 않도록 완벽하게 건조해야 항문소양증 등의 2차 항문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치질을 판단할 초기증상 6가지]

1. 출혈- 가장 흔한 증상으로 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어 나오는 증상이다. 심한 경우에는 피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출혈이 없으면 치질이라고 정의 할수 없을 정도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초기 증상이다. 출혈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2. 통증- 대개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할 경우 상태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앉으나, 서나, 누우나 통증이 그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철에는 추위로 인해 항문주위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통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3. 가려움- 치질의 원인이 되는 항문고혈압이 발생하거나 항문 질환으로 인해 흘러나온 점액질 또는 통증 등으로 인해 제대로 닦지 못한 변으로 인해 항문주위가 가려운 증세다. 평소 음주와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배변 후 따뜻한 물로 씻어주면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4. 부종- 오랜 시간 서있거나 앉아 있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항문에 지나친 압력을 받을 경우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혈전이 생성되거나 노폐물이 쌓여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엉덩이 부분이 차가우면 항문 혈액순환에 좋지 않으므로 방석을 활용하거나 찬 곳에 앉는 것을 피하고 좌욕을 통해 항문 주위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5. 탈항- 항문쪽 혈액순환 장애로 혈류가 정체되면서 혈관과 조직이 늘어나 부풀어 오른 치핵 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것이 탈항증상이다. 탈항된 치핵은 치질의 진행정도에 따라서 배변할 때만 탈항 되었다가 저절로 들어갈 수도 있고 배변 후에도 계속 탈항 된 상태로 있는 경우도 있다.

6. 빈혈- 출혈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철분 결핍을 유발해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가벼운 빈혈의 경우 증상이 거의 없어 지나치기 쉽지만 오랜 기간 방치하면 피로, 식욕저하, 소화불량, 현기증, 호흡곤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