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이용해 '나홀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번 AI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하늘위에 최순실 '국정농단' 땅위에 하림의 '민생농단'이 벌어지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농단(壟斷)이란 높이 솟은 언덕에서 내려다본다는 뜻으로 이익을 혼자서 독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하림으로 가는 농가의 '땀'과 국민의 '혈세'
육계와 오리 분야에 종사하는 농가 대부분이 축산 대기업에 종속돼 있다 보니, 살처분 보상금(국비80%·지방비 20%)의 약 80% 정도가 이들 기업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끔 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의원(더불어 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는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금류 농가의 계열화율(기업 위탁 농가)은 각각 91.4%와 92.4%(2015년 12월 기준)에 이른다.
이번 AI 대란으로 국가가 보상해야 할 금액은 2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3일 현재 지급된 보상액은 626억원이다. 김 의원은 "AI가 창궐해도 하림 등 축산 대기업들은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공급과잉 해소,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축산 농민 류모씨는 "축산 대기업의 계열사가 아니면 가금류를 사육하는 것이 어려운 탓에 모든 농가가 계열화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계열화사업이란 계열주최 회사(하림)에서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하고 농가가 이를 받아 사육한 후 병아리와 사료 가격 등을 제한 나머지 비용을 받는 형태를 말한다. 결국, 농가가 땀 흘려 키우고, 살처분 시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보상금은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한 축산 대기업들이 챙기는 형국이다. 사육 주체가 농가이기 때문에 사육을 위한 시설 구축과 방역 등에 대한 책임도 농가에 있다. 이에 따라 보상금 지급 시 감점 정도를 파악해 실수령액을 줄이기도 한다.
"AI 발생할 때마다 하림이 시장 잠식"
2014년 AI사태 당시 육계 320만 마리가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됐고 국내 축산대기업들은 총 372억7300만원의 보상금을 챙겼다. 하림이 12억5300만원, 올품(하림 오너 2세 운영)이 24억3500만원 등 상위 14개 업체들이 가져가 돈만 259억1500만원이다. 위탁 농가들이 수급한 보상금은 146억원9500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농가에 다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병아리와 사료 등 사육비는 오르는데 사육 수수료는 인하돼 농가들의 연간 수익이 줄고 있는 형편"이라며 "AI 등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은 농가가 지고, 하림 등은 국가 보상금과 시장점유율까지 챙기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법적으로 가축질병의 예방은 농가의 의무이므로 AI 발생 농가 등에 대한 살처분과 매몰 비용은 농가에서 부담하도록 돼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계열화사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표준계약서 작성 독려와 부정행위 감시 및 지도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필요성이 제기되면 제도개선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