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닥터' 정선근 교수가 추천하는 '설 명절 척추 건강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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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오랜 시간 이동…오히려 '치료 기회' 될 수도
엉덩이를 좌석 등받이 부분에 바짝 붙여 깊숙이 앉은 후, 쿠션을 허리 쪽에 대고 허리를 꼿꼿이 편 채 3~4시간 정도 가만히 앉아있으면 일어설 때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자세는 벌어진 상처를 오므려서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은 원리로, 손상된 디스크를 붙일 수 있는 자세다. 이 때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쿠션이 너무 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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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는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 허리가 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소에 힘을 잘 쓰지 않다가 갑자기 잘못된 자세로 무거운 것을 들기 때문이다. 중량이 나가는 물건을 들 때, 다리는 펴고 허리만 구부렸다 펴게 되면 허리 건강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무거운 물건을 들어서 옮길 때는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역도선수들처럼 무릎과 엉덩이 관절을 충분히 구부려 허리를 쭉 펴 '요추전만' 자세를 고정한 후 다리 힘, 특히 엉덩이 근육의 힘을 이용해서 들어올려야 한다. 허리 힘이 아닌 엉덩이와,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허벅지의 힘으로 들어야 한다.
오랜 시간 요리…가능한 바닥에 앉지 말아야
주부들이 겪는 명절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요통이다. 긴 시간 동안 명절 음식 장만을 하는 것도 허리에 좋지 않다. 바닥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주저앉아 오랜 시간 전을 부치거나 만두를 빚은 후 일어서려면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몸을 앞으로 숙여 일을 하기 때문에 허리에 부담이 더 많이 간다. 남자든 여자든 가사노동은 가능한 바닥에 앉는 것보다 테이블, 싱크대 등을 사용해 의자에 앉거나 서서 일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바닥에 앉아서 일을 해야 한다면 낮은 의자나 쿠션 등을 깔고 앉는 것이 차선책이다.
오랜 시간 고스톱…네명 이상 해야 '허리 보호'
명절때는 여흥으로 윷놀이를 하거나 화투를 많이 치는데, 이 때 허리를 삐끗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방바닥에 앉아서 하기 때문에 '요추전만'상태가 무너지게 되고 장시간 이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에 치명적이다. 어쩌다 한번씩 화투를 강하게 내리치는 동작도 즉각적 디스크 탈출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허리를 보호하면서 화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한 네가지 원칙을 지키면 가능하다.
첫째, '최소 구성원의 원칙'이다. 고스톱은 반드시 네명 이상이 모였을 때 해야 한다. 그래야 한명은 광을 팔거나 '죽어서' 잠시라도 허리에 휴식을 줄 수 있다. 화투 치는 사이사이 일어나 허리를 펼 수 있는 것. 둘째, '연사 불가의 원칙'을 지키면 멤버들에게 골고루 허리를 펼 기회를 줄 수 있다. 셋째, '조커 수 제한의 원칙'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다. 신바람에 화투를 너무 강하게 내리치게 되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기존 광 다섯장과 쌍피 석장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넷째, '판돈 제한의 원칙'이다. 판돈이 커지면 몰입도도 높아지고 허리를 점점 더 구부려 화투를 치게 된다. 흥분할 가능성도 높아져서 위험하다.
이 네가지 원칙 외에 바닥에서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식탁에 앉아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타점'이 낮아져 화투치는 '손맛'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식탁보다 낮은 응접실 탁자를 놓고 식탁 의자에 앉아 게임을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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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근 교수는 '허리 보증기간을 100년으로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좋은 자세와 운동으로 허리를 튼튼하게 만들면, 통증도 없애고 더 오래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허리를 구부리는 운동 대신 뒤로 젖히는 운동이 더 좋다고 권한다. 또 정교수에 따르면 디스크는 유전적 요인이 40%에 이르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경우 허리를 더욱 조심해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척추 수술은 1년에 10만건이나 시행될 만큼 흔하다. 정선근 교수는 "디스크 수술을 받지않고 회복하는 것이 더 좋지만, 이미 수술을 받았다면 '허리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을 더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를 튼튼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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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걷기만 해도 OK! : 좋은 자세로 걷기만 해도 아픈 허리를 고칠 수 있다. 요추전만 자세를 취해 허리를 꼿꼿이 하고 '자연복대'를 더한 후, 팔을 적당히 흔들면서 걸어야 한다. 그러나 허리가 아픈 사람이 너무 많이 걸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꾸준히 하루 30분 정도 걷는 것이 권장된다. 디스크 손상이 있는 사람은 1시간 이상 걷기가 힘들다. 통증이 생기면 일단 쉬었다가 다시 걷는 것이 좋다. 또한 다리가 당기는 좌골신경통·하지방사통이 있는 경우 우선 소염제나 스테로이드 주사 요법 등으로 염증 제거를 한 뒤 걷기 운동을 해야 한다.
- 나이에 맞는 운동해야 : 정선근 교수는 "20대부터 해오던 보디빌딩을 40대에도 같은 방식으로 하다가 허리에 무리가 왔다"면서, "나이가 들면 운동방법과 범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들어올리는 역기 무게도 낮추고, 스쿼트를 한다면 내려가는 깊이도 줄이는 등 움직이는 범위를 축소해야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30대 이후에는 노화가 시작돼 연부조직(힘줄, 인대 등 뼈나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연한 부위나 조직)의 탄력성이 떨어져서 다치기 쉽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 수핵이 '리필'되는 속도보다 소모되는 속도가 빠르므로 '나이에 맞춰' 범위와 힘 소모를 줄인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선근 교수의 '허리 건강' 핵심 키워드]
정선근 교수가 허리건강을 위해 주장하는 핵심 키워드 2가지는 '요추전만'과 '자연복대'다. 정교수는 이 2가지만 잘 지켜도 허리 통증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교수의 2가지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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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추전만은 다섯개의 척추로 구성된 요추 부위가 배쪽으로 휘어져 있는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자연곡선으로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을 구부리지 않고 허리를 꼿꼿하게 펴면, 자연스럽게 요추전만 자세가 완성된다. 이 자세를 유지하면 디스크가 튀어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튀어나온 디스크도 제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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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복대'는 척추를 잡아주는 근육들을 말한다. 허리를 지지해주는 근육을 약간 긴장시키면 '복대'와 같은 효과를 준다. 우선 편안히 서서 요추전만 자세를 취한 다음, 가슴을 활짝 연다. 그리고 손으로 배를 누르고 헛기침을 살짝 해서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면 자연복대가 완성된다. 단 너무 세게 힘을 주면 좋지 않다. 너무 심하게 힘을 줘서 탈장된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