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스마트폰 '픽셀' 등 스마트기기를 선보이며 하드웨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기존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등 서비스에서 지닌 독점적 위치를 활용해 기존 하드웨어 업체에 대한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초 대규모 하드웨어 공개 행사를 열어 새 스마트폰 '픽셀'과 '픽셀 플러스', 음성인식 스피커 '구글홈', 저가형 가상현실(VR) 체험기기 '데이드림 뷰', 신형 TV 스트리밍 기기 '크롬캐스트 울트라', 무선 인터넷 공유기 '구글 와이파이' 등을 선보이며 하드웨어 시장에 진출했다.
4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라베이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피셔맨 랩스' 공동 창업자인 에덴 첸(Eden Chen)의 말을 인용해 구글이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처럼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경쟁사를 물리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트라베이스는 "구글이 자사 하드웨어에 유리하게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를 지원하면, 안드로이드 기반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경쟁사들은 구글과 경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견제는 이미 시작된 듯 보인다. 구글은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회사인 비브 랩스를 인수한 뒤 갤럭시S8에 음성인식 개인비서 기능을 탑재하려고 하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갤럭시S8의 음성비서가 구글 픽셀폰의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경쟁할 수 있으므로 애초 자사가 제공하는 OS에 들여놓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한 의도다.
안드로이드 OS에 의존하는 삼성전자 등 기존 하드웨어 업체는 구글과 협상에서 뚜렷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OS '타이젠'의 입지를 넓히려고 애쓰고 있으나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스트라베이스는 "구글이 자사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통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특유의 빅데이터 활용 전략으로 경쟁사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드웨어 업계가 구글의 본격적인 공세에 대비해 신속한 특허 출원으로 방어막을 형성하고, 구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하는 한편, 독특한 서비스로 차별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