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은 영양팀(김형미, 김성현)과 외과(박준성, 김종원, 강정현)가 수술 후 환자식으로 곤충식품을 제공한 결과, 곤충식을 섭취한 환자들이 기존의 환자식을 섭취한 대조군 환자보다 높은 열량과 단백질을 섭취하는 등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식용 곤충의 환자식 적용 가능성을 살핀 국내 첫 연구다. 연구팀은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위장관 수술을 받은 환자 34명(90%가 암 환자)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곤충식품인 고소애(농림수산식품부는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의 식용을 추진시키기 위해 '고소한 애벌레'라는 뜻의 '고소애'로 부르기로 함)로 만든 환자식(20명)과 기존의 환자식(14명)을 8.4∼11.2일간 제공했다. 두 그룹의 열량·영양소 섭취량을 비교한 결과, 정맥영양을 공급받지 않은 환자군에서 곤충식 환자의 경우 하루 평균 965㎉로 기존의 환자식을 섭취한 환자 667㎉보다 300㎉가량 많았다. 또, 단백질 섭취량에서도 곤충식 환자들이 평균 38.8g으로, 대조군 환자의 24.5g보다 1.5배 이상 많게 나타났다. 지방도 각각 27.9g과 12.5g으로 많은 차이를 나타냈다. 정맥영양을 공급받지 않은 수술 후 환자들의 체성분을 분석한 결과 곤충식의 효과가 더욱 뚜렷이 확인됐다. 곤충식 환자들은 수술 후 체중 손실이 -1.0%, 대조군 환자들은 -2.7%로 곤충식을 먹은 환자들이 체중손실이 덜 한 걸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주로 골격과 근육으로 구성된 제지방량(FFM: Fat free mass)은 곤충식 환자에서 1.4% 증가한 반면, 대조군 환자에서는 오히려 3.5% 감소하였다. 제지방량은 수술 후 합병증, 생존율 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연구팀은 최근 각종 연구보고에서 밥 국 중심의 환자식이 섭취 부피에 비해 열량 및 단백질 섭취가 저조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기에 해결책으로 부피가 작고 고단백인 곤충식을 대안으로 주목했다고 한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곤충식품 갈색거저리는 국내 식용 허가 1호 곤충으로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고 필수아미노산 조성이 좋으며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풍부해 환자식으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의 박준성 교수(강남세브란스 간담췌외과)는 "수술 환자에게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상처 회복·면역력 보강·제지방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형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도 "수술 후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식사 섭취가 중요하며, 특히 열량과 단백질을 요구량 대비 80% 이상 섭취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식사의 구성 및 영양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 단백질을 요구량의 80% 이상 섭취한 환자는 갈색거저리 환자식을 섭취한 20명 중 12명(60%)이었으나, 기존의 환자식을 섭취한 14명 중 4명(29%)에 그쳤다. 곤충식품을 먹은 후 이상 반응은 한 건도 없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갈색거저리를 이용한 식사 섭취에 따른 영양 섭취 및 영양상태 변화 : 수술 후 환자를 대상으로'제목으로 대한영양사협회 학술지 최근호에 실렸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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