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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브리더스컵(GⅡ·1400m·별정A)'이 열렸다. 한국의 '브리더스컵'은 연말 최우수 2세마를 선발하는 동시에 차년도 유력한 3세마들의 구도를 전망하는 자리가 된다. 지난해 우승했던 '파워블레이드'가 올해 삼관마에 등극하면서 경마팬들은 이번에 우승을 차지한 '파이널보스'의 내년도 활약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원래 브리더스컵은 1984년 11월 미국 헐리우드에서 경마 사상 최대상금인 1300만 달러를 내걸고 1등급(GⅠ) 7개 경주로 시작된 것이 효시다. 당시 켄터키주 렉싱턴의 경주마 생산 목장주인 존 R. 게인즈의 구상으로 탄생한 비영리 특수법인으로 '브리더스컵사'가 창설됐으며 오늘날까지 미국의 대형 경마장을 순회하며 경주를 치르고 있다. 모든 경주가 미국 NBC를 통해 생방송되는 만큼 취재열기도 상당하다.
올해는 11월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캘리포니아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브리더스컵 월드 챔피언십'이 개최됐다. 성, 연령, 거리, 주로 종류별로 총 13개 경주가 진행됐는데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된 경주는 총 상금이 600만 달러(약 68억원)에 달하는 '브리더스컵 클래식(GⅠ)'이었다. 3세 이상 모든 경주마 출전할 수 있는 이 경주에는 지난해부터 한국 언론을 통해서도 자주 소개된 명마 '캘리포니아크롬(California Chrome)'이 미국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은 유력 우승후보였으나 '애로게이트(Arrogate)'가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켄터키더비'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컵', '두바이 월드컵'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의 하나인 '브리더스컵'은 '경마 올림픽'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단일 경주가 아닌 각 부문별 세계 최고를 뽑으며 한 해 동안 세계 각지에서 펼쳐지는 최상급 경주시즌을 최종적으로 마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2세 수말 또는 거세마를 대상으로 한 '주버나일 경주(Juvenile Turf)'에는 한국 경주마 '제이에스초이스(J.S.Choice)'가 참가했으나 13위에 그쳐 아직은 세계의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해야 했다.
국내 최고 2세마를 뽑는 한국의 '브리더스컵'과 올림픽같이 다양한 종류의 경주에 전 세계 최고 말들이 참가하는 미국의 '브리더스컵'은 이렇게 완전히 다르지만 연말 빅 이벤트로 경마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어쩌면 국내 경주마의 수준이 향상되어 언젠가 한국 '브리더스컵'이 미국 '브리더스컵'으로 가는 관문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