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서비스 강화를 외치며 아낌없이 투자하던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이 무료 배송 주문액 하한선을 갑자기 크게 높이면서 잡음을 낳고 있다. 더욱이 쿠팡은 사전 고지도 없이 이를 실시해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소비자들은 "누구를 위한 투자고, 무엇을 위한 시스템 강화인지 알 수 없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에 따라 로켓배송 코너에서 1만원 초반의 제품을 지난 10일에 주문했다면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었지만, 11일 이후부터는 무조건 총 구매액 1만9800원을 넘겨야만 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구매액이 이를 넘지 못할 경우엔 배송비를 내더라도 평균 2~3일은 소요되는 기존 택배 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다양한 상품을 최저가로 제공하며, 최고의 고객 경험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 중인 서비스를 항상 검토하고 있다"며 "로켓배송 비용은 올랐지만 나머지 기존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은 주문액이 9800원만 넘으면 로켓 배송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송료는 지불하지만 24시간내 물건을 빨리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12일 오후까지도 쿠팡 사이트에는 로켓 배송 관련 배송 방침 변경에 대한 안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공식 입장이나 안내문 등을 발표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의 블로그 등엔 "로켓배송 때문에 쿠팡을 애용했는데 이젠 안쓸래요" "차별화된 서비스를 외치더니 서비스 축소도 역시 차별화된다. 소리소문 없이 무료 배송 기준을 바꾸는게 말이 되냐"는 등의 비난 글이 쏟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인상을 두고 소셜커머스 사이 공짜 배송을 둘러싼 출혈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쿠팡의 경우, '로켓배송 서비스 한 건당 수천원씩 손해를 본다'는 말이 떠돌았을 정도다. 배송에서 발생하는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해 '배송비 현실화'라는 고육책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무려 54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쿠팡은 물류센터와 로켓배송 등 배송부문에 있어 선제적 투자비용이 적자의 약 89%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쿠팡은 내년 3월에 본사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송파구 잠실로 옮기면서, '제2의 도약'을 노린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잠실로의 사옥 이전은 "소셜커머스를 벗어나, 로켓배송과 오픈마켓 전환 등을 통해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분야로 도약하겠다"는 김범석 쿠팡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쿠팡이 판매하는 상품 수는 현재 70만개로 작년에 비해 세 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상품수를 확대하고 고객의 편리한 쇼핑환경을 만들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쿠팡이 이 과정에서 소액 구매자의 불편은 '나몰라라'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을 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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