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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한 차량을 새 차로 속여 파는 것은 사기 아닙니까?"
게다가 출고전 수리를 한 차종과 작업 내역이 기재된 서류가 공개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논란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폭스바겐의 빈자리를 노리던 포드코리아로서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15년 넘게 포드코리아 대표로 재직 중인 정재희 사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포드코리아는 지난달 국내에서 총 912대를 판매해 올해 처음 수입차 등록대수 순위 3위에 올랐다.
수리차량 신차로 둔갑 잇따라…포드차 왜 이러나?
올해 1월 포드 토러스를 인수한 A씨는 몇 달 뒤 세차를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차량 트렁크쪽에서 도색 벗겨짐, 재도색 흔적, 실리콘 보수 흔적 등의 현상을 찾아낸 것. A씨는 해당 차량을 판매한 원주의 딜러사를 찾아가 항의했고, 딜러사측은 "포드코리아와 협의 후 보상안을 제시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수리차량을 새 차로 판매한 포드코리아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초 5000여만원을 주고 포드 SUV 익스플로러를 구입한 B씨도 차량 곳곳에서 수리한 흔적을 찾아냈다. 차량문과 본네트 등에서 볼트가 풀렸다가 재조립됐거나 접합 부분 실리콘이 뜯겨진 것을 발견했다. 또한 차량 곳곳이 재도색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들도 드러났다.
B씨의 차량 교환 요구에 딜러사는 거부하며 "단순한 단차 조정"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B씨는 "신차로 구입한 시점부터 중고차가 되어 재산상 손해가 발생됐다"면서 "처음부터 이런 문제점을 고지 또는 내용설명이라도 있었다면 처음부터 제 값 주고 차를 사지도 않았으며, 차량상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인수 또한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후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딜러사는 태도를 바꿔 차량 교환이나 추가 할인의 보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B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수입차 업체의 관행을 깨기 위해서라도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전문가들은 "수리 이력이 있을 경우 차량 매매시 중고차 가격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드코리아측은 일부 실수가 있었다는 원론적인 해명을 내놨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모든 수리·판매 과정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의 경우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객과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출고전 수리한 차들 더 있어 피해자 속출할 듯
그런데 이같은 수리 이력 포드차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피해가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B씨가 자신의 차량에서 우연히 'PDI FLOW'라는 서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해당 문서는 PDI 센터에서 작업 공정을 정리한 것이다. PDI는 '프리 딜리버리 인스펙션(Pre-Delivery Inspection, 출고전 차량점검)'의 약자로 수입자동차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 보관 및 정밀 점검이 이뤄지는 곳이다.
B씨가 공개한 서류에는 올해 5월 국내 입항 후 출고된 차량들로 PDI 센터에서 수리한 내역과 함께 차대번호 등이 담겨있었다. 수리내역은 시트 찢어짐, 유리 성형 불량, 범퍼 교환 등 다양하다. 차종은 B씨의 차량인 익스플로러를 비롯해 머스탱, 쿠가, MKC, MKS, MKX 등 포드·링컨 차량 10대다.
문제는 차량을 소비자에게 인도하기 전에 수리내역 등을 딜러사측이 알리게 돼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입차의 경우 해외에서 생산돼 1~2개월 동안 한국으로 운송도중에 염분이 강한 바닷바람 등의 영향으로 녹이 스는 등 부식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흔들리는 배 안에서 흠집이 날 수도 있어 통상 PDI 센터에서 결함 점검과 함께 흠집 제거, 재도색, 세차와 건조 작업 등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수리작업에 대한 이력을 업체측이 명확히 안내하지 않고 판매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당국의 '솜방망이' 제재도 한몫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제작사의 공장 출고일(제작일) 이후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해 구매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가 100만원 이하에 불과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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