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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은 없다. 베팅만 있다."
풀스는 싱가포르 정부가 1968년 설립한 공식 스포츠베팅 및 복권 사업자다. 주체는 재경부 산하 토트위원회다. 그런데 연간 '만지는' 돈이 엄청나다. 약 50억달러(약 5조5600억원)에 이른다. 국내와 비교해보자. 국내는 나눔로또와 스포츠토토를 합쳐 연간 판매액이 약 6조원이다. 여기서 감안할 게 인구다. 싱가포르 인구는 우리의 10분의1 정도인 약 550만명이다. 한마디로 엄청난 시장 규모다.
이 엄청난 시장이 '투명성'과 '공정성'의 토대 위에서 움직인다. 그 주체인 토트위원회는 정부 산하임에도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싱가포르 풀스와 경마클럽의 모든 수익금을 직접 관리, 사회 환원에 중점을 둔다. 그간 환원한 금액만 40억달러(4조4500억원)이라고 한다. 사회 환원을 통해, 합법적 사행산업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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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다. 국내와 가장 다른 점이다. 국내의 경우 합법 사행산업의 매출총량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 경마와 경륜의 경우 경주 당 최대 베팅 금액 상한선이 10만원이다. 하지만 이 규제가 오히려 온라인 불법 사설 도박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 많은 환급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제한이 없는 '지하 도박장'으로 빠져들어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지나친 규제보다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싱가포르는 모든 수요자들을 '합법의 테두리' 속으로 불러모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마디로 수요에 맞는 공급을 제대로 한다는 논리다.
이와함께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2014년 불법 도박 사이트에 대한 전면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2월에는 인터넷공급사업자에게 불법 도박 사이트에 대한 차단을 명령하는 등 법적 제재 조치도 마련하고 있다.
마리린 링 실장은 "풀스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한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못한다. 합법적 사행산업 시스템의 무난한 운영이 목표"라며 "우리는 책임있는 베팅을 추구한다. 고객의 안전이 우선인 만큼 도박 중독 방지 클리닉 운영 등을 통해 중독 방지를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고객 스스로도 통제할 수 있기에 합법적 베팅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 불법 도박 시장규모는 2014년에 101조~160조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등을 통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회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싱가포르는 '규제 완화'에서 답을 찾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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