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에 대해 채권단이 추가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유력해졌다. 채권단은 한진그룹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법정관리가 현실화된다면 한진해운은 국제 해운동맹체에서 퇴출이 불가피하고,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관련업계에 미칠 영향이 엄청나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진해운의 부족 자금을 내년까지 1조∼1조3000억원,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하는 최악의 경우 1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지난 25일 한진해운 최대 주주(지분율 33.2%)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추가 부족자금 발생 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개인과 기타 계열사가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올해 말로 예정했던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방안 또한 채권단에 추가로 전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진의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핵심 쟁점인 유동성 확보방안에 대해선 기대에 못 미친다.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문구 외에는 처음 제출한 자구안과 달라진 부분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채권단에서 나왔다. 한진그룹에 대한 실망감도 채권단의 이번 결정에 한몫했다. 지난 5월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이후 채권단은 석 달 넘게 한진그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자구안을 기다렸으나, 큰 진전이 없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종료 시점인 내달 4일을 전후해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되면,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해운업 특성상 영업이 어려워져 결국 파산 절차 돌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앞서 현대상선도 용선료 협상 난항으로 법정관리 코앞까지 갔다가 정상화의 가닥을 잡은 만큼 내달 초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만료 시점까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해외 선주 등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게 된다. 한진해운 소속 선박 90여척이 전 세계 곳곳에서 압류되며, 화주들은 운반이 중단된 화물을 거둬들이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한다. 국내 해운업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게 되고 무더기로 거래처를 외국 해운사로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비록 현대상선이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긴 하지만, 국내 항만과 물류 산업에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항만에 굳이 기항할 필요가 없는 외국 해운사들은 일본이나 중국을 거쳐 운항하게 되며, 이런 경우 부산항의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된 연 매출이 최대 7조원에서 8조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상선과의 합병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상선도 이제 겨우 벼랑 끝에서 벗어난 처지"라며 "한진해운의 부실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합병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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