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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면세점, '박서원 효과' 없다?…프리오픈 이후 악재만 연속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6-05-31 08:59


'박서원 효과'는 언제쯤 나타날까?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두타면세점이 지난 20일 프리오픈 했다. 시내면세점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가운데 후발주자인 두타면세점은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연 배우 송중기를 모델로 발탁한데 이어 국내 최초로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심야 면세점을 표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두타면세점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 유통담당 전무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장 전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두산그룹의 광고대행사인 오리콤의 부사장이기도 한 박 전무는 두산그룹의 면세점 사업을 지휘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두산 전략담당최고책임자(CSO)로 영입됐다.

하지만 프리오픈 열흘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 두산이 기대했던 '박서원 효과'가 과연 있기는 한 것인가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사흘 만에 막 내린 오픈 이벤트

두타면세점은 오픈 기념으로 타사 면세점 VIP고객들에게 등급 매칭(SM, Status Match) 및 선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롯데면세점 최상위 VIP인 LVVIP(Limited Very Very Important Person)가 두타면세점을 방문하면 다이아몬드카드를 발급해주고 20만원의 선불카드와 함께 10만원 상당의 JW메리어트 레스토랑 식사권, 발레파킹권, 구매 금액별 할인권을 증정하는 식이다.

이는 VIP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없는 후발주자 두타면세점이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결국 현금으로 타사 VIP고객을 빼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면세점업계의 공생보다는 자사의 이윤만 추구하겠다는 이기적인 마케팅이란 비난이다. 특히 두타면세점보다 이틀 먼저 오픈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경우 타사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아 더욱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논란이 일자 두타면세점은 영업개시 3일만인 지난 23일 이벤트 중단을 전격 결정했다. 두타면세점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오픈기념 다이아몬드 및 핑크 다이아몬드 고객 대상 증정 이벤트가 사은품 소진으로 인해 종료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당초 오는 6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이번 이벤트가 조기에 종료되자 이를 이용하려 준비했던 고객들은 예상보다 빠른 종료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두타면세점의 입장이 머쓱하게 됐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첫 이벤트부터 어그러지며 대외적으로는 준비 소홀이라는 오명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VIP 고객 유치 실패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 이벤트 조기 종영과 관련해 두타면세점의 이우승 과장은 "사은품이 소진되어 조기 종료한 것이 팩트"라며 "준비했던 사은품의 수량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명품 브랜드 입점 자신해놓고 아직까지…

지난해 면세점 특허사업권 유치전 때 박용만 당시 두산그룹 회장은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로부터 입점의향서(LOI)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두타면세점은 프리 오픈 때까지도 기대와 달리, 명품 브랜드 유치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두타면세점은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3대 명품'은 물론이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프라다, MCM 등을 입점하지 못한 채 오픈을 단행했다. 또 고가 시계 및 주얼리 매장도 오는 7월에야 열어, 사실상 명품이 없는 상태로 2개월 이상 영업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두타면세점의 핵심 전략으로 평가 받는 심야 영업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두타면세점은 동대문 지역에 위치한 면세점이라는 특성상 영업시간을 심야까지 늘렸다. 심야시간에 영업을 한다는 콘셉트는 두타면세점의 '분홍부엉이'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분홍색으로 면세점 전체를 꾸미고, 야행성인 부엉이처럼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을 맞이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

하지만 개장 초반 심야영업 성적은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밤 12시 이후에는 매장에 손님보다 점원이 더 많은 모습이 빈번하게 연출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두산의 새로운 시도인 심야영업에 대한 부정적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의 주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미리 짜놓은 관광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심야시간에 면세점 쇼핑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을 겨냥한다고 해도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자정까지 운영되는 사후면세점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심야 영업에 따른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 향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장 초반 각종 악재가 노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두타면세점 측은 "(면세점 운영의) 초기 안정화와 함께 그랜드 오픈 때까지 (명품) 브랜드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박서원 전무, 첫 성적표부터 기대 이하?

여러 악재가 부각되며 두타면세점의 올해 매출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로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천우 두산 부사장은 "아직 면세점 내 모든 매장이 문을 열지 않아 매출 수치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첫 해 매출 목표 5000억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인했다.

당장의 매출 하락보다 더 부담스러운 것은 두타면세점의 준비 안 된 모습의 책임이 박서원 전무에게 지워지는 것이다.

사실 두타면세점은 박서원 전무가 두산에 입사한 이후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박 전무는 그동안 면세점 준비에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매장에 입점한 브랜드 협상을 포함해 환경조성, 인테리어 공간 조성, 체험공간 마련 등 두타 면세점 전체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왔다는 평가다.

특히 박 전무는 여느 재벌가 인물과는 다르게 광고맨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사업이 소비산업인 데다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두타면세점이 '박서원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장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두산맨'으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해내야 할 박 전무의 이후 행보에 먹구름부터 끼게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두산가(家) 4세 경영이 막을 올린 상황에서 박 전무가 첫 작품인 두타면세점의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두타면세점은 아직 완전한 모습이 아니다. 그랜드 오픈이 9월로 예정된 만큼 박서원 전무가 그전까지 어떤 '마술'을 부려 두타면세점의 연착륙을 이끌어 내며 두산 4세의 후계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낼 지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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