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여온 CJ올리브영이 이번엔 말 바꾸기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올리브영의 궁색한 변명 "고객 기호식품…"
평일 낮에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에 위치한 '올리브영 오목교점'. 매장 안에서는 점심 식사를 마친 주변 직장인들이 자주 목격됐다. 화장품을 고르는 몇몇 여성들 사이로 남녀 직장 동료들이 후식으로 커피와 초콜릿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경우도 많았다. 계산하는 상품만 봐서는 이곳이 편의점인지 슈퍼마켓인지 쉽게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렇다면 고객의 건강을 생각했다는 CJ올리브영이 왜 1년도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다시 커피 판매를 시작한 것일까. 이와 관련 CJ올리브영 측은 "콜라, 사이다 등 탄산 및 고카페인 음료, 캔커피는 2013년 철수 후 현재도 판매하고 있지 않다"며 "커피의 경우, 올리브영 주 타깃인 20대 여성 고객들이 많이 찾는 기호식품인 것을 반영해 프리미엄 병커피류만 2014년에 판매 재개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결국 고객이 원했기 때문에 이전의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말 바꾸기 아니냐'는 질문에 CJ올리브영 측은 "헬스&뷰티 스토어 정체성 강화를 위해 건강 콘셉트와 맞지 않는 제품들을 축소해나가겠다는 당시 방침에 맞춰 현재까지도 지속 리뉴얼 중"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골목상권 침해 아니라고 우기는 올리브영
CJ올리브영이 1년도 안 돼 커피 판매를 재개한 것에 소상공인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드럭스토어는 다양한 상품군을 팔고 있기 때문에 매장이 새롭게 들어설 때마다 주변의 약국, 화장품 가게, 편의점, 슈퍼마켓 등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동안 팔지 않겠다고 했던 제품을 다시 파는 것은 기존에 상생하던 소상공인들에겐 '기습 공격'과도 같은 것.
더욱이 CJ올리브영은 드럭스토어업계에서는 대형 공룡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603억원, 381억원으로 업계 2위인 왓슨스 매출 1274억원의 6배에 이른다. 또 업계 1위답게 지난 한 해 동안만 130여개의 매장을 새로 열어, 총 점포수는 552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드럭스토어의 75%에 달한다. 매장은 주로 20~30대 여성 등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 근처, 오피스 밀집지역 등에 위치해 있는데 올해도 대학가, 지하철역 등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CJ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드럭스토어가 편의점이나 마트, 기업형 슈퍼마켓에 적용되는 모든 규제를 피해간다는 것. 따라서 신규 출점시 거리 제한은 물론이고 의무휴업 대상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CJ올리브영 측은 "올리브영은 20대 젊은 여성을 주고객층으로 하는 '헬스&뷰티 스토어'로서 주요 취급 상품은 화장품이나 향수 등 이미용 제품이므로 상품군 자체가 동네 골목상권 제품과 다르다"며 "또한 골목이 아닌 번화가나 쇼핑몰, 오피스가 등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상권 중심으로 입점하고 있어 '골목상권'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커피 판매와 관련해서는 "식품 비중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으며, 건강 콘셉트로 리뉴얼 중"이라며 "최근에는 견과류 및 라이스, 과일칩 등도 자체 브랜드로 출시하는 등 건강 콘셉트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