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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매년 반복 되는 '돈 잔치'…'제식구 챙기기' 논란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6-05-10 09:18


KDB산업은행이 직원 수당 인상을 추진하면서 또 다시 '돈 잔치' 논란이 일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제 역할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당 인상을 한 만큼 '자기식구 챙기기'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높은 성과급과 평균 연봉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며 "최근 기업 구조조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국책은행 자금지원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당 인상에 나서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억(億)' 소리 나는 신의 직장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직원 1명이 올해 받은 수당은 고정과 실적 수당을 합쳐 2120만원이다. 지난해 1580만원보다 34%가 오른 금액이다. 산업은행의 올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938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수당까지 합칠 경우 '억(億)'소리 나는 보수가 책정됐다는 얘기다. 직급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반 회사원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주목할 점은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제 역할을 했는지의 여부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기업들의 부실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조9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17년 중 가장 큰 적자 수치다.

적자의 이유는 산업은행의 느슨한 관리가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지난해 4조2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지만 산업은행은 재무 책임자까지 파견하고도 사실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500억원이 넘는 현금배당까지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은 올 1분기 말 기준 지분보유나 출자 등의 형태로 모두 145개 기업에 36조6388억원을 투자했지만 85곳에 투자처가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5곳 중 3곳이 손실을 기록한 꼴이다. 발생한 손실 규모만 2조9600억원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업은행의 부채는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부채는 2013년 말 148조9437억원에서 2014년 말 247조42억원, 2015년 말 275조5494억원으로 늘었다.


일반 회사의 경우 부채가 증가하고, 실적이 좋지 못할 경우 급여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달랐다. 오히려 직원의 수당을 올렸고, 기관장에게 기타 성과상여금으로 '억'소리 나는 금액이 지급됐다. 가령 적자를 키웠던 2014년과 2015년에 산업은행의 최고 수장인 회장에게 각각 1억5398만원, 1억8115만원을 받았다. 기타 성과상여금의 기준이 되는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에서 2013∼2014년 모두 A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6월에 2015년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에서 A등급을 받을 경우 1억9000만원 가량의 상여금도 받게 된다. 업계 일각에서 산업은행의 최근 수당 인상을 놓고 '돈 잔치'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감사원은 이 같은 점에 주목, 지난해 말부터 산업은행이 채권기업의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해왔는지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적자는 구조조정 대상이 된 조선·해운업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방만한 경영을 하다 자초한 일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라며 "그럼에도 회장은 고액 연봉을 받고 있고, 직원의 수당 인상 등에 나서고 있어 자기 식구 배불리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국감 단골메뉴 '방만 경영'…관리·감독 이뤄져야

산업은행의 돈 잔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년 국정감사 기간에 반복되는 단골메뉴다. 지난해 경우 주요 38개 지방 지점에서 근무하는 산업은행 직원 603명 중 임차나 합숙소를 이용하는 직원은 약 40%인 237명으로 연 1억1300만원의 보증금을 산업은행이 대준 것이 문제가 됐다. 이밖에도 지난 2012년 기준으로 해외유학 직원에게 1인당 평균 1억4000만원 지원, 해외근무자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1억2000만원 지급, 국내 학술연수 명목으로는 1인당 7000만 원을 지원한 것도 질타를 받았다. 회사차원에서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산업은행의 실적은 좋지 못했고, 은행 직원들의 사건 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돈 잔치 논란은 매년 국정감사기간 질타를 받고 있지만 특별한 시정 조치 없이 비슷한 형태의 경영이 지속되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인 만큼 정부차원의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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