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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주 조교사, 데뷔 20년 만에 300승 달성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4-14 22:44



"안쪽에서 빠르게 추격하는 5번마 '인라이프' 점차 거리를 좁히며 역전에 성공합니다. 5번, 2번, 3번으로 순위가 바뀝니다. 5번마 '인라이프'가 단독선두를 지키며 그 뒤를 2번마 '삼정스카이'가 뒤쫓습니다. 결국 5번마 '인라이프'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렛츠런파크서울에서 활동 중인 최영주 조교사(49)가 300승 고지에 올랐다.

최 조교사는 지난 3일 경기도 과천의 렛츠런서울에서 열린 1400m 경주에서 '인라이프'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300승 염원을 이뤄냈다. 최 조교사는 "늦은 만큼 300승 달성의 의미가 남달랐다"며 "최근 마방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 와중에 300승을 달성한 것이기에 기쁨도 두 배"라고 소감을 밝혔다.

1분기에서 최 조교사의 승률은 11.3%로서 데뷔 이래 가장 높았다. 역대 최고기록인 2013년과 비교해 봐도 1.1% 높은 수준이다. 최 조교사는 "확실히 작년보다 올해 분위기가 좋다"며, "2013년 이래 조금 침체기를 겪었는데, 작년에 신마를 보강하고 훈련을 강화한 덕분에 성적도 올라가고 있다"고 말을 전했다. 또한 "올해도 신마를 잘 보강한다면 하반기에는 더 좋은 성적도 노려볼만 하다"고 기대감을 함께 밝혔다.

최 조교사가 처음 렛츠런파크 서울 경주로를 밟은 건 지금과 같은 '양복'이 아닌 '기수복'을 입고서였다. 1983년 4월 기수로 데뷔, 조교사로 전향한 1997년 이전까지 그는 줄곧 기수로 활약했다. 그는 "데뷔 당시 1m66이었는데 주위에서 보기엔 그다지 큰 키가 아니라 생각했는지 지인 중 한명이 기수를 권했고, 그렇게 기수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며 "하지만 데뷔 후 매년 0.5cm이상 자라더니 어느새 키가 1m74나 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수들이 최적의 레이스를 위해 1m60 초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최 조교사는 '장신'이었던 셈이다. 그는 "큰 키 탓에 체중감량을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사실 최 조교사는 과거에도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위대한 똥말'이란 별명을 가진 '차밍걸'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차밍걸'은 6년 동안 101회 경주에 출전, 101전 전패라는 한국경마 최다연패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그런 면들 때문에 오히려 1등만 기억하는 삶에 지친 대중들에게는 희망을 선물하기도 했었다. 포기하지 않고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모든 경마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받았으며, 덕분에 인생 스토리가 동화책으로 출간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차밍걸'은 지난 2013년 경마팬들의 환호 속에 은퇴식을 가진 후, 승마라는 제2의 삶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산통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최 조교사는 "나의 손을 떠난 지 벌써 몇 해가 흘렀지만, 여전히 얼굴이 생생하게 생각나는 게 사실"이라며 남달랐던 애착을 드러냈다.

최 조교사는 "몇 % 달성과 같은 수치보다는 최근의 상승세를 연말까지 이어가는 게 현재 제1의 목표"라며 "기회가 된다면 올해 큰 대상경주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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