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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유쾌한 훈련' 투비즈서 본 '벨기에의 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6-04-14 22:42


◇투비즈 선수단이 13일(한국시각) 스타드 레뷔르통 연습구장에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투비즈(벨기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13일(한국시각) 벨기에 투비즈의 스타드 레뷔르통 연습구장.

하나 둘씩 모여드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저마다 어울리며 담소를 나누기 바빴다. 이어진 팀 훈련에서도 전술이나 기술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팀 훈련을 지휘한 김은중 투비즈 코치는 "벨기에 팀들은 경기 이틀 전에는 간단한 회복 훈련 정도를 실시하는 편이다. (선수들 입장에선) 거의 노는 편이라고 이해하면 맞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투비즈는 16일 안방에서 AS외펜과 2015~2016시즌 벨기에 2부리그 30라운드를 갖는다. 사활이 걸려 있다. 투비즈는 승점 53으로 2부리그 전체 17팀 중 4위에 올라 있다. 선두 앤트워프(승점 58)를 뒤쫓고 있는 2위 외펜(승점 57)과의 격차는 4점차다. 외펜전을 포함한 남은 3경기 일정에 따라 리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주필러리그(1부리그) 승격 티켓을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도 소규모로 치부되는 벨기에리그의 여건을 고려하면 1부와 2부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선 '몸값상승'이라는 실리를 위해서라도 경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투비즈 선수들에게서 긴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삼삼오오 모여 짜여진 훈련 코스 안에서 웃고 떠들며 볼을 '가지고 노는' 수준이었다. 이들을 지켜보는 콜베르 마를로 감독이나 김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도 "좋아!" 정도의 추임새만 넣을 뿐 특별한 지시 없이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은 한 시간 만에 마무리 됐다. 비슷한 상황에서 '정신무장'에 익숙한 국내 관계자들이 바라보기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자율'과 '책임'에 해답이 있었다. 두 시즌 간 투비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김 코치는 "프로 선수들이라면 기본적으로 경기 전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노하우는 누구든 갖고 있다"며 "유럽 팀들 대부분은 훈련에서 전술적인 지시나 맞춤 주문보다는 선수들이 최대한 편하게 경기를 준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그는 "훈련을 위한 경기가 아닌, 경기를 위한 훈련"이라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더 좋은 효과로 나타난다. 선수들 스스로도 그런 점을 알기에 단 한 시간의 훈련이라고 해도 집중력은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훈련에서도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훈련 속도를 높이면서 템포를 조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 코치는 "경기 하루 전에도 딱히 특별한 훈련은 하지 않는다. 코칭스태프는 팀 미팅 등을 통해 약속된 부분과 컨디션을 점검하면서 선발 라인업을 짠다"며 "선수들도 이 점을 잘 알기에 가벼운 훈련이라고 해도 몸을 사리거나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벨기에 축구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유럽의 변방이었다. 1980년대 영광의 세월에 취해 후대를 양성하지 않은 책임이었다. 뒤늦게 벨기에축구협회가 나서 유소년 육성에 올인한 결과 벨기에는 한때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에 오를 정도의 강팀으로 변모했다. 김 코치는 "어린 선수들이 눈발이 날리는데도 1시간30분씩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훈련은 아니다"라면서 "선수들 스스로 자신을 다지는 법을 깨우치게 하는 벨기에식 육성법은 한국 축구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비즈(벨기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스타드 레뷔르통 연습구장으로 들어서는 길에는 벨기에 대표팀의 활약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암흑기를 거쳐 세계 무대로 재도약한 벨기에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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