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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엔 아이돌, 담뱃갑엔 암 사진?…흡연경고 그림 논란 증폭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6-04-07 13:54


'소주병엔 연예인, 담뱃갑엔 암 사진?'

최근 보건복지부가 시안을 공개한 흡연경고 그림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현재 흡연경고 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부착해 눈에 잘 띄게 해야 한다며 오는 6월 23일까지 10개 이하의 경고그림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담배 제조사와 수입사는 12월23일부터 확정된 경고그림을 자사의 제품에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

이같은 복지부 방침에 담배업계를 비롯해 판매점주, 애연가들은 "정부의 금연 정책에는 공감이 가지만 시행에 있어서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흡연경고 그림 시안과 부착위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주병에는 유명 여자 연예인의 사진이 부착돼있는 반면, 담뱃갑에는 오는 12월부터 암 덩어리를 입에 물고 있는 환자 등의 사진이 실릴 예정이다.


경고그림 본 애연가들 '끔찍'…"연예인 사진 있는 술병과 차별" 의견도

복지부는 지난 2월말 연말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뱃갑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흡연경고 그림의 시안 10종을 첫 공개했다. 시안은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 질병부위(병변)를 담은 5종과 간접흡연, 조기 사망, 피부노화, 임산부흡연, 성기능장애 등을 주제로 하되 질병 부위를 담지는 않은 5종이다.


흡연 경고그림은 담뱃갑 포장지의 앞면과 뒷면 상단에 면적의 30%(경고문구 포함 50%)를 넘는 크기로 들어가야 하며 경고그림은 18개월 주기로 변경된다. 복지부는 담뱃갑 경고그림 제정위원회가 대한흉부외과학회 등 8개 전문학회와 각계로부터 조언을 받아 시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흡연 경고 그림 시안 10종이 공개되자 담배업계, 판매점주, 소비자들은 "끔찍하면서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흡연경고 그림의 담뱃갑 위치가 도마에 올랐다.

전국 편의점 등 담배 소매상들로 이뤄진 한국담배판매인회는 경고그림이 정면에 보이도록 담배 진열을 강제한다면, 판매인들은 매일 혐오스런 그림에 노출돼 시각적·정신적인 폭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점원 대부분이 비흡연자인 청소년과 여성인 점을 감안할 때 불필요한 심리적 고통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담배판매인회 관계자는 "매장에 거의 하루 종일 있는 판매점주와 점원들이 받을 '시각적 폭력'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혐오스런 경고그림의 담뱃갑 상단 배치와 진열 강제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종업원 A씨는 "상품 진열을 하거나 바코드를 찍을 때 제품 패키지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공개된 시안을 보니 솔직히 불쾌했다"며 "계산대에 앉아 식사를 때울 때가 많은데, 저런 징그러운 그림들을 앞에 두고 거북한 기분을 느끼는 입장도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소비자는 "술도 담배만큼 건강에 해롭다고 하면서 술병에는 유명 여성 연예인 사진이 부착돼 있고 담배에는 혐오스런 사진을 강제로 붙이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흡연자는 "담뱃갑의 암 덩어리 사진 보다가 암 걸릴 것 같다"면서 "혹시 이번 담뱃갑 경고 그림으로 인해 담배가격이 또다시 인상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금연운동 단체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일반인들은 경고그림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더 강력한 수위나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관련 법률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의결을 남겨놓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수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흡연율 감소 효과 있다" vs "미미할 것"

그렇다면 흡연경고 그림이 도입되면 실제 흡연율이 떨어질까? 이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복지부는 캐나다의 사례를 들어 흡연율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는 경고그림을 도입하기 직전인 2000년 전체 흡연율이 24%에 달했지만, 도입한 해인 2001년 22%로 줄어들었고, 2005년에는 20%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이 통계는 자연적인 흡연율 감소추세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맹점이 있다. 캐나다의 경우 경고그림 도입 전후 5년간의 흡연율 추세를 보면, 도입 전 5년 동안 연평균 약 1%가 감소했지만 도입 후 5년 동안에는 연평균 0.4%가 감소해 오히려 흡연율 감소 추세가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담뱃갑 경고그림 제정위원회도 경고그림이 실제 흡연율 감소효과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위원회는 "소비자들이 담배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인식한다"며 "흡연자와 청소년에게 흡연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지 정확히 이해시키고 이를 예방하거나 금연을 결심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고그림이 실제 흡연율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말하기가 어려울 수 있기에 다른 여러 효과를 같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연가 단체 '아이러브스모킹'은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해보니 경고 그림이 들어가도 담배를 계속 피우겠다는 사람이 90%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는 "담배가 불법적인 상품도 아닌데도 담배 소비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흉측한 사진을 부착하는 건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20년 넘게 흡연해 온 한 시민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도 100%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경고그림의 혐오 수위와 부착 위치 등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올 초 정부는 지난해 국세수입은 217조9000억원으로 전년(205조5000억원)보다 12조4000억원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한 세입 예산안(215조7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이 더 걷혔다. 이 중 담배세수는 지난해 1월 2000원 인상 효과로 2014년 대비 3조5608억원이나 증가한 10조5340억원이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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