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는 두터움을 자랑했다. '창'에는 날이 섰다. 글자 그대로 '모순(矛盾)'의 대결.
양사는 하반기 '면세 2차 대전'에서 정면충돌한다. 롯데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두 곳에서 자웅을 겨룬다. 롯데로서는 사활을 건 수성전, 두산은 새 먹거리 찾기다. 두산은 SK 워커힐점에도 도전장을 냈다.
'면세 2차 대전' 두 번째, 롯데면세점과 두산의 야전사령관을 해부한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 vs 동현수 두산 사장, 과연 누가 웃을까.
"경쟁자가 없다" vs "진정한 상생 모델 만든다"
12일, 신 회장은 '상생 2020'을 내걸었다. 먼저 2020년 세계 1위 도약을 외쳤다. 5년간 1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중소 중견 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의 사회공헌 내용도 담고 있다. 또한 내년 12월까지 중소브랜드 매장을 지금의 2배(본점 2805㎡, 월드타워점 2975㎡)규모로 넓힐 계획이다. 2020년에는 소공동 본점과 월드타워점 중소브랜드 매출을 1조3500억원 정도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같은 자리에서 이홍균 대표는 "입찰 기업 가운데 경쟁상대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없다"라고 단언했다. "롯데는 세계적인 사업자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지난 35년간 수많은 투자를 통해 이 자리에 왔다. 세계적인 상품 공급업체, 네트워크, 물류센터 등 인프라는 단시일내에 구축할 수 없다"고 했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몇시간 뒤, 두산이 날을 세웠다. "현재 국내 면세점은 화장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해외 명품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며 "두산은 전체 면적의 40%를 한국 브랜드로 채우고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 이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업이익 10%이상 사회 환원, 동대문 상권 활성화, K브랜드의 글로벌화 등의 비전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한 'K-Style' 타운 조성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추진 ▲지역 내 역사탐방, 먹거리탐방 프로그램 운영 ▲심야 면세점 운영 등을 제시했다.
또한 특허를 잃은 사업장의 인력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기존 물류사업자와의 관계도 유지하겠다고 했다. 물론 롯데로부터 '빼앗은' 다음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변수가 생겼다. 롯데의 '집안싸움'이 또 시작됐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가 반격에 나섰다. 경영권 탈환을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도 '형'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소상공인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롯데는 면세점 특혜로 얻은 유통망을 이용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소상공인들을 초토화해 왔다"고 외치고 있다. '상생 경영'의 약속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롯데로서는 반갑지 않다.
면세점 전문가 vs 전자 소재 전문가
이홍균 대표는 면세점 전문가다. 1982년 호텔롯데로 입사한 게 시작이다. 2002년부터 롯데면세점 소공점 점장을 맡았다. 이후 상품 부문장, 마케팅 부문장, 기획 부문장, 영업 부문장 등을 거쳤다. 한국 면세점 시장과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런 이력 덕분에 '면세점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해 4월 롯데면세점 대표에 올랐다. 매출 4조원을 넘겼다. 매출 3조원을 달성한 게 2012년이다. 2년만에 1조원을 보탰다. '면세점 전문가'다운 실적이다. "경쟁상대가 없다"는 자신감, 이러한 노하우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반해 동현수 사장은 '초짜'다. 면세점과 전혀 상관이 없다. '전자 소재 전문가'다. 제일모직 정보통신소재사업부 전무를 지냈다. 2007년에는 편광필름업체인 에이스디지텍 사장으로 옮겼다. 2011~2012년에는 효성그룹의 옵티컬필름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두산으로 온 건 2012년이다. ㈜두산 전자BG 그룹장으로 영입됐다. 이적 후, 주력 제품을 LED TV 금속동박적층판(MCCL)에서 스마트폰 연성회로기판(FCCL)으로 전환했다. 부진한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두산의 경영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이같은 이력에도 면세점 전쟁 야전사령관을 맡았다. 풍부한 사업경험 덕분이다. 특히 신사업에서의 탁월한 실적 등으로 그룹내에서 '적임자'로 꼽혔다.
'베테랑'과 '초짜'의 싸움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외부 변수 등으로 혼전상황이다. 그런만큼 승부가 더욱 흥미롭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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