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교복업체인 스쿨룩스가 박진영 JYP 대표와 걸그룹 트와이스를 내세운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이들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물을 내건지 사흘만에 전량 수거, 폐기 처분하게 된 것. 문제는 선정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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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길어 보인다, 날씬해 보인다'는 등 기존 다른 교복 광고의 문구와 비교하면 상당히 수위가 높은 셈이다. 특히 선글라스를 낀 박진영의 묘한 분위기와 트와이스 멤버인 쯔위와 모모의 볼륨감을 강조한 포즈가 더해지면서,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가슴을 있는 대로 내밀고, 엉덩이를 뒤로 뺀 듯한 걸그룹 멤버들의 포즈는 '여고생 교복 광고에 과도하게 성적인 뉘앙스를 담으려했다'는 지적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메인 광고물로 쓰이진 않았지만,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트와이스 멤버가 의자에 앉아있고 박진영이 무릎을 꿇은 채 신발을 신겨주는(또는 벗겨주는) 자세를 취한 광고 촬영장 사진도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광고 모델이 '어머님이 누구니' 등의 노래를 통해 허리 24, 엉덩이 34 사이즈의 여성 몸매를 대놓고 찬양한 가수 박진영이라는 점에서도 이런 논란을 부채질한다.
광고가 공개된 후 거센 비난 여론이 일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경기도보건교사회 소속 박유선 교사(경기 의정부 금오중) 등이 중심이 되서 작성한 '스쿨룩스 광고에 대한 사회적 견제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에서 퍼져나갔다.
특히 교사들은 이어 "한창 자라는 성장기 아이들이 왜 교복 치마를 깎아 입고, 교복 재킷을 조여서 입어야하느냐"며 "쉐딩 스커트나 코르셋은 모두 여성 신체의 성적 매력을 두드러지게 하는 옷이다. 포스터 속의 교복 모델들이 마치 교복 페티시 주점이나 룸싸롱 종업원들처럼 보인다"는 말까지 나왔다. 더불어 교사들은 "미디어의 영향으로 걸그룹의 비정상적 몸매가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 표준 체형의 아이들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숨 막히게 조이는 교복 때문에 생리통,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는 여학생들도 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스쿨룩스는 해당 광고물의 수거와 폐기를 전격 결정했다. 그러나 유명 교복 업체와 박진영처럼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파워맨이 걸그룹을 따라하고 싶어 하는 여학생들의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 돈벌이를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비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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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이 힘이다? 스쿨룩스는 '외모 지상주의 마케팅'의 명가?
사실 스쿨룩스가 외모를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을 전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진영에 앞서 걸그룹 AOA 등을 모델로 했을 때 강조한 메시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광고물이나 온라인 광고 콘텐츠를 살펴보면 "예쁜 것이 힘이다" "에쁜 학생이 예쁜 교복을 사는 법, 에쁘지 않으면 안사요" 등 외모만을 강조한 문구로 도배되어 있다. 마치 외모가 빼어난 학생만 스쿨룩스를 입을 수 있다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이 '예쁨'에 대한 정의에 있어서도 청소년의 건강한 모습이나 생활태도와는 무관하다. 말 그대로 외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고 있다. 스쿨룩스로 예뻐질 수 있는 법을 살펴보면 여학생의 경우 화장품이 필수 아이템이다. '핑크 틴트'를 바르고 허리가 쏙 들어가게 에티켓 지퍼 업(UP)하고 , 슬림 블라우스로 날씬하게 보여야 한다.
엘리트나 아이비, 스마트 등 다른 교복 브랜드들이 스타일적인 측면과 더불어 학생으로서 활동성이나 기능성을 강조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따라서 비난 여론을 접한 스쿨룩스가 부랴부랴 문제가 된 광고물 수거에 나섰지만, 이는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도 단순 광고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 자체의 콘셉트가 여학생의 몸을 '깎고 조이는' 기능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후 제작될 광고물이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논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스쿨룩스의 김율 전략실 과장은 "스쿨룩스는 브랜드 태생부터 청소년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들에게 잘 맞는 교복을 제작하고 문화를 공감하며 1318 학생들과 밀접한 소통을 하고 있다"며 "모든 기업이 그러하듯이 시장성을 고려하고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반영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당사 제품 장점을 잘 표현하고 학생들의 감성을 대변하려고 했던 부분이 의도하지 않게 오해를 불러 일으켜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구체적인 계획이 잡히지 않았으나, 우선 문제 제기된 포스터를 수거하겠으며, 앞으로는 표현 방법을 달리하고 신중을 기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제품 콘셉트나 명칭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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