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흥미롭다. 이기면 1등이다. 전운이 감도는 전쟁터, 대우증권 인수전이다.
양측은 "대우증권의 매각 조건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검토중"이라고 하고 있다. 의례적인 반응일 뿐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대우증권의)몸값이 치솟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윤종규 회장, KB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그룹의 수장이다. 두 CEO 머릿속엔 '1등' 생각뿐이다. 대우증권을 쥐는 쪽이 꿈을 이룬다. KB는 금융지주권에서, 미래에셋은 증권계에서 선두로 나설 수 있다.
KB금융그룹 vs 미래에셋그룹
KB금융그룹은 2008년 9월29일 출범했다. 그 씨앗은 국민은행이다. 1963년 2월 국민은행법(법률 1201호)이 공포되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
국민은행법은 1995년 폐지됐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민영화의 길을 걸어 나간다. 1998년 대동은행 인수, 같은 해 장기신용은행을 합병했다. 2001년에는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총 자산 100조원을 넘어섰다. 2001년 4월에는 주택은행을 합병했다. 2002년에는 '파이낸셜타임스'지 선정, 국내 금융권 최초로 세계 500대 기업에 진입하기도 했다. 현재 KB금융지주를 포함, 12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출발지는 E-미래에셋증권이다. 1999년에 세워졌다. 설립자는 박현주 회장이다. 구재상 압구정지점장, 최현만 서초지점장 등 일명 '박현주 사단' 8명과 함께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을 나와 창업했다. 이후 박 회장은 엄청난 추진력으로 세를 확장해 나갔다.
2000년, 미래에셋증권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그 해 10월 업계 최단 기간 금융상품 판매 잔고 1조원을 기록했다. 2001년 2조원, 2002년에는 4조원을 넘어섰다. 2006년 2월에는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지난 1분기 일반회사채 점유율 순위는 9위다. 1위는 NH투자증권, 2위는 대우증권이다.
전략가 vs 승부사
윤 회장은 치밀하다. 실무에 능통하다. 주위에서 "모르는 게 거의 없는 사람"이란 말을 듣는다. 한마디로 치밀한 전략가 스타일이다.
고(故) 김정태 전 행장과 국민은행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둘은 2002년에 손을 잡았다. 고 김 행장이 윤 회장을 불러들였다. 당시 윤 회장은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였다. 재무전략본부 부행장(CFO, CSO), 개인금융그룹 부행장을 거치며 능력을 발휘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주위에서는 "윤 회장이 후계수업을 받았다"고들 했다.
둘의 스타일은 정반대다. 고 김 전 행장은 '추진력 강한 카리스마'로 통했다. 윤 회장은 부드럽고 온화하다. 행장 취임 이전 직원 설문조사에서 전폭적인 신뢰를 받기도 했다.
박 회장은 말이 필요 없다. '샐러리맨의 신화'다. 동양증권 입사 후 45일 만에 대리를 달았다. 동원증권 과장으로 옮겼다. 33세에 지점장을 맡았다. 1991년, 당시 국내 최연소 지점장이었다. 초고속 승진, 하지만 무대가 좁았다. 결국 창업을 택했다. 2013년, 박 회장은 '자산 1조 클럽'의 신화를 썼다.
한 번 결정을 내리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속전속결형 승부사다. '도전을 통한 성장'이란 철학 속에서 달려왔다. 짧은 시간에 미래에셋금융그룹을 클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박 회장은 중요한 고비 때마다 펜을 든다. 임직원에게 편지를 쓴다. 일명 '편지 경영'이다. 내용은 항상 위기속의 혁신과 도전이다. 그는 승부사다.
10조원의 꿈 vs 잃어버린 10년
지난 3월이다. 박 회장이 펜을 들었다. '미래에셋그룹의 자기자본을 3년 안에 10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임직원에게 보낸 약속이다.
인수합병(M&A)의 의지가 굳게 베인 편지다.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이 출발점이다. 미래에셋측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지위 확보를 통해 신규 비즈니스 진출, 자기자본투자 확대, 우량한 인수합병 기회 물색 등에 이 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인수가 그 발판이다.
유상증자를 하면 미래에셋증권의 자산은 3조6000억원대가 된다. 종합금융투자사의 지위를 얻게 된다. 기업신용공여와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전담중개업자)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자본규제 완화의 혜택도 생긴다. 이를 통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업계 1위가 된다. 박 회장의 또 다른 도전이다.
지난해 11월, 윤 회장이 취임했다. 그 때 취임사를 보자. "10년 전 우리의 눈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향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1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대한민국 금융을 선도했다." '10년전'을 언급했다. 리딩뱅크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강한 메시지다.
지난 10년, 국민은행은 주춤했다. LIG손해보험 인수가 전부다. 반면 다른 금융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불려나갔다. 1등에서 밀려났다.
리딩뱅크, 윤 회장이 되찾고 싶은 자리다. 대우증권을 가져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은행위주의 수익구조도 개선된다. 현재 8대2 정도인 은행과 비은행 사업 비중이 6대4 정도로 바뀐다. 절대 빼앗길 수 없는 '노른자'다.
대우증권 인수전에는 외국계 자본도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인수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두 CEO에게는 큰 부담이다.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까.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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