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Let's Go! 대한민국 세계유산 탐방 3 ' 고창 고인돌 유적지'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5-09-03 08:32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은 여행하기에 좋은 때다. 여름을 체험하기에는 이미 늦고, 단풍의 묘미를 맛보기엔 이른 시절이다. 세계유산기행 테마는 이 같은 간절기 여행 소재로도 훌륭하다. 이 무렵엔 가을 서정 가득 담긴 꽃구경이 본격 시작된다. 화사한 자태로 초가을을 알리는 전령사로는 단연 '메밀꽃' 을 꼽을 수 있다. 이즈음 전북 고창을 찾으면 미식기행을 겸한 초가을 서정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하얀 소금을 흩뿌려 놓기라도 하듯 대지를 온통 하얗게 채색하는 메밀꽃은 초가을 고창의 명물이다. 마침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 유적지가 있으니 연계관광에도 안성맞춤이다. 뿐만 아니라 고창에는 고창읍성, 신재효 판소리관, 미당 문학관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또한 게르마늄 석정온천 휴스파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고 장어, 백합죽 등 미식기행도 겸할 수 있으니 흡족하다.
고창=글·사진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여름을 체험하기에는 이미 늦고, 단풍의 묘미를 맛보기엔 이른 시절. 세계유산기행 테마는 이 같은 간절기 여행 소재로도 그만이다. 사진은 전북 고창군 죽림리 고인돌 유적지.
◆세계문화유산 '고창 고인돌 유적지'

청동기시대 장묘문화의 전형이자 대표유적으로 통하는 고인돌은 그 규모도 작은 바위부터 수백 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고인돌은 세계 각처에 분포하고 있지만 동북아, 그중 한반도는 세계적인 군락지로 통한다. 지금껏 발견된 것만 4만여 기. 이는 세계 고인돌의 40%에 해당되는 숫자다. 특히 이들 고인돌은 강화, 고창, 화순 등 우리나라 서해안-남부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그만큼 이들 지역이 예로부터 비옥한 토지와 해변, 온화한 기후 등을 갖춰 살기 좋은 터전이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전북 고창-전남 화순-인천 강화 고인돌 유적지는 보존 상태가 좋고 한 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 고인돌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살피기에 좋다.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0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일반적으로 고인돌은 한강을 중심으로 남방식과 북방식으로 나뉜다. 북방식은 탁자처럼 큰 돌을 굄돌로 받친 모양이고, 남방식은 땅속에 무덤방을 만들고 그 위에 작은 받침돌을 놓은 뒤 거대한 덮개돌을 마치 바둑판처럼 올려 놓아 기반식(碁盤式)이라고도 부른다. 강화도 고인돌이 탁자식이고, 기반식은 고창의 것이 대표적이다. 전남 화순에서는 두 가지 유형이 섞여 있다.


고창 지석묘군락지는 외국인 탐방객들도 즐겨 찾는다.
고창 고인돌 유적지 둘러보기

고창의 지석묘(고인돌)는 죽림리 일대에 442기, 도산리의 5기를 포함해서 총 447기가 있다. 고창읍 인근 서편 도산마을에 북방식 지석묘가 있고, 이곳에서 약 1㎞ 남짓 떨어진 곳에 죽림리 매산마을이 있다. 매산마을은 화시봉(403m)을 배경으로, 앞으로는 인천강 상류(고창천)가 흐른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 죽림리 지석묘군은 매산마을을 기점으로 동서에 걸쳐 햇살이 잘 드는 화시봉 남사면에 자리하고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고창군은 이곳 죽림리 일원에 고인돌 공원을 조성해 두었다. 공원은 크게 고인돌박물관, 선사 체험마을, 고인돌 유적 등 3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다.
고인돌박물관 전시실. 지석묘 만드는 과정 등을 형상화 해두었다.
본격 지석묘 군락지 탐방에 앞서 고인돌 박물관을 찾는 게 순서다. 3층 규모의 박물관에는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재현해놓았다. 지석묘를 만드는 과정 등을 조형물로 형상화 해두었는가 하면 야외 정원에는 움집 등 선사 체험마을을 꾸며 놓았다. 또한 탐방열차 승차장 옆에는 아산면 계산리에서 옮겨온 거대 지석묘 '계산리 고인돌'이 자리하고 있다.

고인돌 유적지로 향하는 방법은 걷거나, 모로모로 열차탑승 두 가지가 있다. 여유가 있다면 10여 분 타박타박 걸어서 군락지를 찾는 것도 괜찮다. 모로모로열차는 대공원의 코끼리열차와 같은 것으로 지석묘 군락지를 오가는 관광차량이다.


고인돌 유적지는 6코스로 이뤄져 있다. 1~5코스는 이어져 있고, 6코스는 이들과 떨어져 있다. 관리소 오른편 야트막한 산자락에 1, 2코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 고인돌은 남방식 지석묘의 전형이다. 낮은 굄돌 위에 큰 바위가 얹혀진 바둑판식이다. 대형 크레인을 써도 작업이 어려웠을 법한 대형지석묘를 바라보자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를 두고 권력자를 위한 엄청난 노동력 착취, 청동기시대 공동체 협동정신의 상징 등 해석도 분분하다.

2코스에는 대형 고인돌 41기가 남아 있고, 언덕 너머에 1코스 군락(53기)이 자리하고 있다. 대다수가 개석식(땅을 파서 무덤방을 만들고 큰 돌을 올려놓는 방식)으로, 얼핏 보기엔 커다란 너럭바위처럼 여겨진다. 언덕 아래 3코스에는 다양한 모양의 고인들이, 4코스에는 고인돌을 세우기 위한 채석장터가 있다. 5코스는 최대 군락지다. 크고 작은 220기의 고인돌이 무리지어 있다.

1회 25분가량 소요 되는 모로모로 탐방열차는 4코스와 6코스를 제외한 4개 코스를 찾는다. 3코스에서는 포토타임으로 약 5분 정도 정차한다. 하지만 정차시간이 너무 짧아 보다 자세히 탐방을 하려거든 개별적으로 걷는 편이 낫다.

◆그밖에 가볼 만한 곳

고창읍성


고창읍성을 찾은 아이들의 모습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 충남 서산 해미읍성과 더불어 국내 3대 읍성으로 꼽히는 곳이다.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1453년(단종 원년)에 축성한 성곽으로, 원형에 가깝게 읍성기능이 보존돼 있다. 둘레 1684m, 높이 4~6m, 면적이 16만 5858㎡로 자연석을 틀에 알맞게 쌓아 올린 성벽의 자연미가 압권이다. 윤삼월 답성놀이도 성곽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슬기로운 방편이었다.

경관도 빼어나다. 봄이면 벚꽃과 철쭉이 만발해 멋진 풍광을 이룬다. 철쭉을 따라 성곽 바깥 길을 걷거나 성곽 위로 한 바퀴 돌 수 있다. 성곽 안 소나무숲길, 대밭도 운치 있다. 성 안에는 동헌과 내아, 작청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읍성은 영화-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다. 영화 '왕의 남자', 드라마 '추노' '황진이' '서동요' 등의 촬영 배경으로 활용됐다.

읍성 앞에는 판소리의 대가 신재효 고택(중요민속자료 제39호)이 자리하고 있다. 신재효는 1850년 이곳에 집을 짓고 말년까지 머무르며 춘향가, 심청가 등의 판소리를 여섯 마당으로 정리했다. 요즘은 고택을 수리중이다.

학원농장 메밀밭 넘실


고창 학원농장 메밀밭
부드러운 구릉을 따라 이어지는 고창의 메밀밭은 '메밀꽃밭'의 원조 격인 '봉평'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강원도 평창이 소설로 인해 '메밀꽃'의 대명사쯤으로 불리었지만 최근 10여년 사이 상황이 좀 달라졌다. 광활한 규모면에서는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이 국내 으뜸이다. 8월말, 9월초가 되면 팝콘처럼 망울을 터뜨린 하얀 메밀꽃이 하늘이 맞닿은 데 까지 펼쳐진다. 봄에는 푸른 보리로 넘실댔던 밭고랑에 초가을이면 메밀꽃이 만개한다. 학원농장에만 10만여평, 주변 농가 것까지 합치면 20만평의 메밀밭이 마치 부드러운 구름이 내려앉기라도 한 듯 온통 하얀 바다를 이루고 있다. 올해는 이번 주에 만개해 그 자태가 9월 중하순까지 절정을 맞게 된다.

여행의 피로를 푼다 '고창웰파크시티-석정온천 휴스파'


석정온천 휴스파
고창에는 전라북도의 대표적 힐링타운이 있다. 온천욕과 병원 치료, 숙박에 골프라운딩까지 겸할 수 있는 이른바 원스톱 휴양지, 고창웰파크시티(회장 이종균)가 바로 그곳이다. 국내 온천으로서는 드물게 천연 게르마늄 온천수를 사용하는 석정휴스파는 피부미용은 물론 다양한 질병과 암세포에 대한 대항능력 등의 효능을 내세우며 내방객을 맞고 있다. 석정온천 휴스파는 2000여 명이 동시 이용 가능하며 스파, 사우나, 노천탕, 키즈풀,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힐링카운티
풍광이 수려한 방장산 자락 아래 자리한 웰파크시티의 또 다른 명물은 편백나무 숲 인근에 세워진 숙박시설 힐링카운티. 황토, 한지에 편백나무를 마감재로 사용해 건강한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올 가을에는 병원도 오픈해 레저와 휴양, 치유를 겸한 건강레저단지를 선보이게 된다. 단지내 쇼핑가에서는 농협마트 등이 입점해 있고, 한우, 장어, 백합죽 전문점도 영업 중이다. (063-560-7500 / 전북 고창군 고창읍 석정2로 173)

◆여행메모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고창 IC~아산 방면 주곡교차로에서 고인돌 교차로로 직진~고인돌공원

모로모로열차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3월~10월) 매시 30분 출발, 동절기(11월~2월은 오후 4시 30분이 막차).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모로모로열차
뭘 먹을까=장어는 고창 미식의 대명사격이다. 본래 고창 풍천(인천강)으로 회유하는 장어를 잡아 구이와 탕 등으로 즐겼다. 이제는 회유어족이 풍족치 않아 주로 양식에 의존한다. 고창 읍내와 선운사 입구에 장어집이 성행한다. 고창은 장어 말고 또 다른 별미가 있다. 백합요리다. 웰파크시티 식당가에서도 장어, 백합죽 등을 즐길 수 있다.


장어구이
고인돌 군락 등재 가치

◇등재연도=2009년

◇등재 가치=한국의 지석묘는 규모나 밀집도에 있어서 탁월하다. 또한 지석묘라는 묘제를 통해서 청동기시대의 한국 사회구조를 해명하는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역사적 유산이 된다. 아울러 지석묘는 한국과 주변지역과의 문화교류를 밝히는데 열쇠가 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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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어르신 & 청소년, 행복한 고창 고인돌 유적지 나들이


Let's Go 한국세계문화유산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경기도 이천시 어르신과 청소년들이 고창고인돌유적지를 찾았다.
지역의 할아버지-할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진 1·3 세대 간 동행 여행 프로그램,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덕주)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협회장 이호경)가 공동 실시하는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탐방' 이벤트(Let's Go 한국세계문화유산탐방) 그 세 번째 행사가 지난 8월 21~ 22일 국내 대표적 고인돌 군락지인 전북 고창군 죽림리 지석묘 유적지 공원과 하전 갯벌마을 등 고창군 일원에서 펼쳐졌다.

이천시노인종합복지관(관장 최경규) 어르신 15명과 이천시 지역 청소년 15명이 '걸어서 역사 속으로'라는 부재 아래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전북 고창의 고인돌 공원으로 유적 탐방을 떠난 것.


즐거운 레크레이션 시간
본격 세계문화유산탐방에 앞서 어르신과 청소년들은 지난 8월 12~13일 양일간 '친밀감 UP'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친교의 시간을 갖는 한편, '앉아서 역사속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고인돌 유적에 관한 사전 교육과 여행 시 일어날 수 있는 응급상황, 주의사항 등 안전교육을 받았다.


신나는 갯벌체험!
전북 고창에서의 첫 번째 일정으로 방문 지역의 특화 체험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하전 갯벌 마을 체험'이 진행되었다. 전북 고창군 심원면에 위치한 하전 갯벌 마을은 전국 최고의 바지락 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어르신과 청소년은 경운기를 개량하여 만든 갯벌 버스에 탑승, 바지락을 캐며 신나는 갯벌 체험을 즐겼다. 저녁에는 친교의 시간 '우리 친해졌어요'를 통해 어르신과 청소년이 어우러져 행복한 시간을 나눴다.

이튿날, 이번 여행의 주목적인 고창 고인돌 유적 탐방이 나섰다. 먼저 고창 고인돌 박물관을 방문, 문화해설사의 설명 아래 고인돌의 기원, 고창고인돌의 특징과 형식, 고인돌의 축조과정과 기능 등 고창의 청동기 시대의 생활상과 고창 고인돌의 우수성에 대해서도 배웠다. 이어서 박물관에서 운행하는 모로모로 열차에 탑승하여 고인돌 탐방코스를 관람하며 실제 고인돌 군락지를 눈에 담는 시간을 가졌다.


고인돌유적 탐방
이번 탐방 여행을 통해 본 사업의 취지 중 하나였던 1·3세대의 세대차가 줄고 사이가 돈독해지는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활용할 줄 몰랐던 어르신이 청소년 짝꿍의 도움을 받아 셀카를 찍고, 프로그램 소식이 올라오는 페이스북에 접속하여 글을 확인하는 모습, 바지락을 캘 때 어르신의 어깨를 주물러주던 청소년과 텅 빈 청소년 짝꿍의 바구니가 못내 걸려 본인의 바지락을 한 가득 덜어주던 어르신 등….

이번 탐방에 참여한 이경란 어르신(74)은 "청소년과의 1박 2일 여행은 처음이었지만 내 손자와 여행을 한 듯 너무 즐거웠다"면서 "학생들을 통해 활기찬 에너지를 받았고, 또 내가 학생을 보살피는 역할을 새로이 가질 수 있어 좋았다"며 흡족해 했다.

참여 일원이었던 한보람 학생(15·이천 설봉중)은 "어르신은 세대차가 느껴질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이번 탐방을 함께 한 어르신들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며 "저와 함께하면서 잘 챙겨주시고, 웃음을 주신 정경진 어르신께 감사드리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있다면 꼭 어르신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천시노인종합복지관 최경규 관장은 "흔히들 1·3세대 하면 어르신과 아동을 생각하기 쉬운데 어르신과 청소년 역시 1·3세대"라면서 "본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을 매개체로 한 1·3세대 프로그램이 친밀감 형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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