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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원 리더' 시대 연 신동빈 회장, 한·일에서 힘겨운 경영?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08-18 11:19 | 최종수정 2015-08-19 09:45


지난 17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완승을 거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한·일 롯데 '원 리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그러나 한·일 두 나라에서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막장드라마'식 경영권 싸움과 '일본 기업' 이미지로 그룹 전체가 심한 내상을 입은 데다 신 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몰아냈다는 '패륜아'로 낙인 찍혔다. 또한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 수준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견제까지 더해질 경우 새로 맡게 된 일본 롯데를 제대로 장악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反)롯데 정서 등 한국서 상황 녹록지 않아

이번 '골육상잔'에서 신격호-신동주-신동빈 삼부자의 가장 큰 문제는 민심을 잃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극우적 성향의 정책과 발언들로 반일 감정이 높은 상황에서 롯데가(家) 오너들의 일본어 인터뷰와 대화 공개는 치명적이었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어 대화 녹취 공개,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신 전 부회장 인터뷰 등은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한국어를 조금 구사하는 신동빈 회장 역시 어눌한 일본식 발음으로 롯데의 국적 논란을 더욱 키웠다.

롯데가의 민낯을 본 많은 국민들은 '롯데는 일본기업 아니냐?'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에 신 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장에서 "롯데는 한국기업입니다"라고 밝히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반(反)롯데 정서'는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다수의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자마자 롯데 관련 제품 불매운동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많은 네티즌들이 이에 동참하며 롯데 불매운동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야구의 도시' 부산에서는 연고지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에 '롯데'를 빼라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심지어 부산 시민들은 '자이언츠'팬이지 '롯데'팬은 아니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다닌다. 지난 11일엔 부산에서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쁜 롯데 개혁 시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켜 '롯데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반롯데 정서'가 상당히 빠르고 넓게 퍼지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이번에 한국 롯데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가 일본 롯데홀딩스와 12개 L투자회사의 지배를 받는 지배구조까지 낱낱이 밝혀지면서, 금방 끓어올랐다 식는 감정적인 차원의 '반 롯데 정서'가 아니라 롯데그룹 자체에 대한 차가운 시선으로 굳어졌다.

한·일 원톱 경영인으로 나선 신 회장의 첫 번째 해결점도 바로 이 '반롯데 정서' 극복이다.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다. 이는 일본 롯데홀딩스와의 한국 롯데의 고리를 끊어야만 가능하다. 만약 이 고리를 확실하게 끊지 못하면 '롯데=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는 앞으로도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반롯데 정서' 극복은 결국 롯데그룹의 전면 재편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여전히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껄끄러운 부분이다.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 사사건건 신동빈 회장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호텔롯데와 함께 한국 롯데의 핵심축인 롯데쇼핑만 보더라도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은 13.46%,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13.45%로 불과 0.0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밖에도 올해 초 기준 공시에 드러난 두 형제의 지분율은 ▲롯데제과 신동빈 5.34%-신동주 3.92% ▲롯데칠성 신동빈 5.71%-신동주 2.83% ▲롯데푸드 신동빈 1.96%-신동주 1.96% ▲롯데상사 신동빈 8.4%-신동주 8.03% ▲롯데건설 신동빈 0.59%-신동주 0.37% 등으로 비슷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 반격 등 일본에서도 고전할 듯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의 승리로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의 경영 행보는 탄력을 받게 됐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지금은 일본 내 우호지분들이 신 회장의 편에 섰지만, 언제고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면 돌아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1.4%밖에 되지 않는다. 종업원지주회와 임원 및 계열사들이 신 회장을 지지했지만, 한국 롯데가 롯데홀딩스에서 독립하는 걸 무조건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은 여전히 롯데홀딩스에 상당한 지분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호 세력이 조금만 이동해도 신 회장의 일본 경영활동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또한 주총을 통해 일본 롯데에 대한 신 회장의 장악력이 드러났다고 하지만, 임직원 차원에서는 여전히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전혀 다른 회사'라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오랜 기간 신 전 부회장 체제로, 한국 롯데와는 독립적으로 경영해온 일본 롯데가 신 회장에게 얼마나 '원톱' 위상을 부여할 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더욱이 신 전 부회장이 18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사업의 현장을 오랫동안 봐 왔으므로 내가 키잡이를 하는 편이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있다. 형제가 사이좋게, 일본은 내가, 한국은 동생이 담당하라고 아버지는 계속 얘기해 왔다"며 일본 롯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점도 일본 롯데를 운영하는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신 전 부회장의 법적 대응도 변수다. 신 회장이 9개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신 총괄회장의 동의 없이 직인과 위임장을 제출했다며,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법무성에 새로운 등기변경 신청을 했다. 일본 법무성에서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언제고 역전될 수 있다. 만약 신 회장에게 불리한 판단이 나오면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는 것은 물론 명분까지 잃어버려 일본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덤으로 사문서위조죄의 범죄자란 신분까지 얻게 된다. 일본 내에서 신 전 부회장의 강력한 반격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비록 건강 상태를 의심받고 있지만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신 회장을 궁지에 몰수도 있는 상태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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